정세균, '광주 선언'... "당 혁신기구 구성하겠다"

뉴민주당 플랜 '속도전'... 민주당도 노선 투쟁 돌입

등록 2009.05.18 16:27수정 2009.05.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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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정세균 민주당 대표

정세균 민주당 대표 ⓒ 남소연

정세균 민주당 대표 ⓒ 남소연

17일 '뉴민주당 플랜'을 국민 앞에 공개한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이를 뒷받침할 당내 혁신기구를 만들겠다는 뜻을 처음 밝혔다.

 

정 대표는 18일 낮 광주 센트럴호텔에서 광주전남 핵심당원 간담회를 열고 "뉴민주당 플랜과 관련, 당의 혁신기구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혁신기구 구성 계획을 처음으로 밝힌 정 대표의 '광주 선언'으로 민주당은 '뉴민주당'으로 탈태환골하기 위한 속도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신중한 성격의 정 대표가 당에서 뉴민주당 플랜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혁신기구 구성 계획을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 대표의 의지가 확고하다는 뜻이다.

 

정 대표는 "의원들의 의정활동과 주민과의 소통, 지역위원회 활동, 당의 운영과 민주화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다시 기회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당 혁신기구를 만들어 확실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이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복당을 원하는 정동영 의원이 이날 아침 "민주당의 민주성, 투명성, 개방성이 한참 전으로 후퇴했다"면서 당 쇄신과 개혁의 필요성 먼저 치고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대표의 '당 혁신기구'는 아직 구체적인 형식과 내용이 없다. 정 대표도 "아직은 최고위에 보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구상일 뿐"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김영진 "'한나라당 2중대' 논란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정 대표의 '당 혁신기구 구성' 발언으로 민주당은 한나라당 '쇄신 파동' 못지 않은 노선 투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당 안팎에서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거부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벌써 3선 이상의 천정배·추미애·이종걸 의원 등이 "정체성이 모호하다"며 뉴민주당 플랜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종걸 의원이 공동대표로 있는 민주연대나 국민모임 등 비주류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18일에는 옛 민주계 중진의원인 김영진 의원도 비판적 입장을 냈다. 김 의원은 "뉴민주당 플랜이 말하는 '현대화의 길'은 반성이 결여돼 있고, 미래지향적이지도 못하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또 "중도주의적 가치나 현대화 담론은 한나라당 박세일 전 의원이 주장한 '공동체 자유주의'나 '선진화' 담론과 유사해 보인다"며 "이는 '한나라당 2중대'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특히 김 의원은 뉴민주당 플랜 속에 담긴 재벌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크게 문제삼았다. 그는 "대기업과 재벌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했음은 사실이지만, 일부 재벌이 보여 온 정경유착과 우월적 지위의 남용, 문어발식 대기업집단 형성으로 시장을 교란한 것은 분명 척결해야 할 과제"라고 단정했다. 이어 "이는 뉴민주당 플랜에 담긴 공정거래위원회의 감독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재벌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옹호한 듯한 발언을 한 김효석 비전위원장을 향해서도 "개인의 의견을 당의 의견으로 비춰질 수 있게 발언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비난했다.

 

 17일 김효석 민주당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이 뉴민주당선언 초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17일 김효석 민주당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이 뉴민주당선언 초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민주당 제공

17일 김효석 민주당 뉴민주당비전위원장이 뉴민주당선언 초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민주당 제공

 

당 밖에서도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당 쇄신'을 외치며 무소속 출마해 복당을 노리고 있는 정동영 의원은 이날 <불교방송> '김재원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민주당을 거침없이 비판했다.

 

정 의원은 "민주당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면서 "당의 민주성, 투명성, 개방성이 한참 전으로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의 민주성, 투명성이 후퇴하고 개방성이 닫힌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이를 구조적으로 쇄신하고 개혁해야만 국민들이 민주당을 다시 정권을 맡길 만한 당으로 쳐다 볼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도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거침없는 입담으로 명성이 높은 노 대표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일각에서 '뉴민주당 플랜'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알았다는 평가가 있다"고 꼬집었다. 역시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노 대표는 "뉴민주당 플랜은 보수 대 진보의 낡은 이분법을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번도 '진보'였던 적이 없었던 민주당이 갑자기 '진보'였던 것처럼, 그래서 진보를 넘어서는 것처럼 하는 것은 진보진영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비난했다.

 

정세균 "우경화-진보 논쟁 하라고 만든 초안"

 

이처럼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반감이 깊어지는 가운데 정 대표가 '당 혁신기구 구성'을 선언하고 나서 논란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9일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리는 '국회의원 및 지역위원장 토론회'에서부터 거친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특히 민주연대 등 당 비주류가 이날 뉴민주당 플랜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분위기는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25일부터 예정된 7차례의 전국순회토론회도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당 지도부는 이같은 비판을 '옥동자(뉴민주당)를 낳기 위한 산통'으로 보고 다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이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광주 선언' 자리에서 당원들에게 "뉴민주당 플랜에 대해 우경화, 혹은 너무 진보적이라는 논란이 있는데, 원래 그런 논란을 해달라고 초안을 만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초안에 대해 부족하거나 잘못된 것, 대안을 충분히 말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009.05.18 16:27ⓒ 2009 OhmyNews
#뉴민주당 플랜 #민주당 #정세균 #혁신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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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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