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송정구간을 달리는 열차
카페 철도동우회
울산-경주간 구간도 그 정다운 모습이 확 바뀌게 된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2조500여억원을 투입해 동해남부선 울산-포항 간 단선 73.2 ㎞를 이설하는 복선전철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때문에 기존 동해남부선의 모화, 죽동, 불국사, 동방, 나원, 경주, 사방, 양동, 청령, 부조 등 10개 역은 폐지되고, 입실과 부조, 나원, 안강역은 이전된다.
신라 천년 도읍지답게 신라건축양식을 잘 갖추고 있는 경주역 증기기관차 급수탑과 불국사역, 입실역, 모화역은 물론 철로를 따라 늘어선 유서 깊은 철도 관련 건축물도 모두 사라지게 된다.
동해남부선의 복선전철사업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역사지구를 효과적으로 보전하기 위해 경주시내 중심지를 관통하고 있는 현재의 철로 이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철도공사의 설명이다.
장년층 "아직도 동해남부선 눈에 선해"동해남부선은 특히나, 배고픈 시절을 살았던 50대 이상의 장년층에게는 애환이 깃든 추억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다.
경주시 외동읍 괘릉리가 고향인 이영우씨의 말을 빌어보자. 그는 지난 1950년대 동해남부선을 타고 통학했다고 한다. 그는 "동해남부선은 한때 통학생들과 울산, 경주 등지의 번개시장에 농산물을 수송하던 유일한 철로였다"면서 "연도에 흩어져 살던 순하디 순한 무지렁이들의 삶과 애환이 담겨 있던 길이기도 하다"고 회상했다.
그는 경주 외곽 외동중학교에 다녔는 데, 경주 괘릉리, 신계리, 불국사 앞 진현동 등지에 살던 학우들과 읍내로 통학하기 위해 입실역에서 수시로 '도둑 차'를 타곤 했었단다.
한 학생은 표 검사를 받지 않기 위해 기차가 달리던 도중에 뛰어내렸는 데, 한 날은 뛰어 내리는 시기를 놓쳐 낭떠러지나 마찬가지인 언덕에 굴러 다치기도 했다고 한다. 또 한 학생은 무서워서 뛰어 내리지 못하고 불국사역까지 그냥 실려 갔다가 역무원에게 잡혀 곤욕을 치르기도 했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이 동해남부선은 그 자체가 고향과 추억으로 각인되어 있다"며 "지금도 새벽에 잠이 깨면 그 시절 동해남부선 '웽고개'를 힘겹게 기어오르며 내뱉던 증기기관차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오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날마다 입실역 측백나무 울타리를 뚫고 들어가 불국사역까지 도둑차를 타던 외동중학교 시절의 아리디 아린 추억이 사라져 간다"며 "수많은 경주인들과 외동인들의 애환과 추억을 담아 온 또 하나의 고향 동해남부선이 그립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