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화장품, 나쁜 화장품 구분해야죠!"

[인터뷰①] 이진민 ㈜로고나코리아·자연인 대표이사

등록 2009.05.22 11:21수정 2009.05.2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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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기농 화장품 '로고나' 이진민 대표가 직접 화장품을 손바닥에 부어 맛을 보고 있다.
유기농 화장품 '로고나' 이진민 대표가 직접 화장품을 손바닥에 부어 맛을 보고 있다.권우성

"이 화장품, 맛 좀 보세요!"

자신의 손바닥에 화장품을 살짝 찍어내더니, 앞으로 쑥 내민다. '정말 먹어도 되는 걸까?' 걱정이 앞섰지만, 손가락으로 화장품을 찍어 살짝 맛을 봤다. 막 입맛을 다시는데, "달콤하고 맛있죠"라며 성화다. 어? 근데 정말 맛있다. 입 안에 바닐라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게 약간 달짝지근한 맛이 느껴진다.

"정말 맛있네요"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른 것도 다 맛있어요. 이건 스킨인데, 이것도 한 번 드셔보세요" 한다. 탁자 위에 즐비하게 놓여있던 화장품 중 하나를 골라잡는가 싶더니, 이미 뚜껑을 열고 있다.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시식(?)이 진행됐다.

천연·유기농 화장품 회사인 ㈜로고나코리아의 이진민(47) 대표이사는 "원래 화장품은 먹는 게 아니"라면서도 연신 화장품을 찍어 맛을 봤다. 그리고는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이젠 천연 화장품, 화학 화장품이 아니라, 몸에 좋은 착한 화장품, 나쁜 화장품으로 시장을 나누는 게 맞다"며 "착한 화장품에도 화학 성분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절대 몸에 나쁜 화학 성분은 들어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착한 화장품'은 0.01%도 안 된다"

문제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착한 화장품'은 0.01%도 채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중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화장품은 대부분 몸에 위해한 화학 성분이 들어간 '나쁜 화장품'인 셈이다.

이진민 대표는 "화장품을 쓰는 이유는 자기 피부를 좋게 하려고 하는 것인데, ('나쁜 화장품'을 쓴다면) 자기 피부나 몸에 얼마나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냐"며 "화장품에 좋은 것을 넣는 것보다 나쁜 것을 빼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05~2006년 웰빙 바람이 불었을 때, 오히려 천연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나빠질까봐, 덜컥 겁이 났다고 한다. 너도나도 '자연주의'를 내세우며 천연 화장품을 출시했는데, 정작 천연 재료는 0.1% 정도의 미미한 양에 불과했고, 오히려 몸에 나쁜 화학 성분으로 범벅이 된 제품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이런 제품을 "그린 코트를 입은 옐로우 화장품"이라고 불렀다.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의미다.

㈜로고나코리아는 로고나 사이트를 통한 온라인 판매에 집중하고 있지만, 현대·롯데 등 주요 백화점과 풀무원 올가 등 유기농 전문 매장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30여 년 전 독일 녹색당 출신 환경주의자들이 처음 만든 로고나 화장품은 화학 성분을 0.01%도 쓰지 않는 대신, 100% 천연·유기농 원료로 만들었다. 특히 유럽에서 가장 까다로운 소비재 심사기관인 외코 테스트를 가장 많은 상품이 통과한 안전한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독일 로고나 본사는 이진민 대표가 로고나 브랜드의 철학을 지킬 것이라는 신뢰 때문에 지금까지 단 한 푼의 로열티도 받지 않고 독점 판매권을 주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여자들이 조금만 더 똑똑해졌으면 좋겠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으니, 한 번이라도 화장품의 성분을 확인해보고 구입한다면 나쁜 화장품과 착한 화장품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진민 대표는 금강기획과 제일기획에서 14년간 카피라이터로 일했고, 여성전문 포털인 마이클럽 부사장 때는 '선영아, 사랑해'라는 티저 광고를 기획해 유명세를 탔다. 마케팅 종합 컨설팅 업체인 ㈜자연인의 대표이사도 함께 맡고 있는 이 대표는 최근 '아이소이(isoi)'라는 천연화장품 브랜드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체 생산해, 출시 중이다.

천연 성분 0.1%뿐, 화학 성분 범벅인데 버젓이 "우리는 천연 화장품"

이진민 대표와의 인터뷰는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위치한 ㈜로고나코리아에서 약 1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이다.

 유기농 화장품 '로고나' 이진민 대표.
유기농 화장품 '로고나' 이진민 대표.권우성

- 언제부터 화장품을 직접 먹어보기 시작했나?
"처음 독일 로고나 본사에 가서 화장품을 가져올 때 먹어봤는데, 먹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먹어서도 안 되는 것이고. 그냥 이게 먹어보면 어떤 맛일까라는 호기심 때문에 찍어 먹어봤다. 천연 화장품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다. 특히 안전성,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하고, 표준화될 수 있어야 한다.

요새 흔히 집에서 천연 화장품을 만든다고 하는데, 절대 만들면 안 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화장품 레시피라는 것은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날 만들어서 그날 쓰면 괜찮다. 하지만 냉장고 안에서 세균 번식 우려가 있고 오일의 품질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좋은 재료를 다 넣으면 좋은 화장품이 만들어 질 것 같지만, 좋은 원료가 서로 반응을 하면서 제 3의 예상치 못한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이 피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제는 천연 화장품, 화학 화장품이라기보다는 몸에 좋은 착한 화장품, 나쁜 화장품으로 시장을 나누는 게 맞다. 착한 화장품에도 화학 성분이 들어갈 수 있지만, 절대 몸에 나쁜 화학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다. 착한 화장품은 사람의 몸에 굉장히 이롭고, 사람 피부에도 도움이 되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다. 화장품을 쓰는 이유는 자기 피부를 좋게 하려고 하는 것인데, ('나쁜 화장품'을 쓴다면) 자기 피부나 몸에 얼마나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냐. (화학 성분을) 최소량으로 쓰면 된다고 하지만, (대표적인 합성 방부제인) 파라벤의 경우, 여자들은 스킨·로션·자외선차단제 등 하루에도 수차례 화장을 하면서 그런 성분이 중첩이 된다."

- 천연 화장품의 기준은 무엇인가?
"천연 화장품에 대한 기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 다만 독일에 'BDIH'라고 해서 유럽 3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천연 화장품 및 의약품, 식품 연합단체가 있는데, 로고나의 제품은 모두 이 단체의 승인을 받았다.

소비자들도 천연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른다. 천연 성분이 1%만 들어가도 천연 화장품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제품에 천연이라고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파라벤이나 실리콘을 넣어도 천연이라고 한다. 유명한 브랜드들은 '자연주의'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천연 성분을 1%도 안 집어넣는다. 나머지는 화학 성분으로 범벅을 해놓고 이것을 천연이라고 하니, 양심도 없다. 그런 제품이 99.9%다. 천연 화장품 시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 천연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허상이다.

'천연이다, 인공이다' 가르기 보다는 '사람 몸에 이롭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 '100% 천연이냐, 아니냐'도 중요하지만, 사람 몸에 해롭다고 공인이 되어있는 성분은 쓰지 말아야 한다. 화장품 뚜껑에 '우리는 유방암 재단에 얼마를 기부한다'고 써서 홍보를 하던데, 그런 곳에 기부하지 말고 기부할 돈으로 파라벤 대신 사람에게 이롭게 하는 성분을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병 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고……."

"'그린 코트를 입은 옐로우 화장품'이 넘쳐난다"

- 웰빙 바람이 불면서 천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그린 코트를 입은 옐로우 화장품'이 넘쳐나고 있다. 정말 그린은 드물다. 천연 성분은 0.1% 정도 넣고도 버젓이 '우리는 천연 화장품'이라고 하는 기업들이 너무 많아서 천연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 2005~2006년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너도나도 천연을 얘기하니까, 덜컥 겁이 나더라. 지금 '천연 화장품'이라고 해서 제일 잘나가는 제품을 보면 파라벤 등 안 좋은 것은 다 들어가 있다. 그러면서 '천연'이라고 얘기한다.

사람들이 그런 화장품을 쓰고 나서 '천연을 써 봐도 똑같네, 뭐'라고 말할까봐 두려웠다. 오히려 잘못된 천연들이 디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진짜 천연 제품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 한 웰빙 바람은 결코 반가운 게 아니다."


- 천연 화장품이라는 것은 화학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을 의미하나?

"모든 천연 성분이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모든 화학 성분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람의 몸에 좋은 성분과 치명적으로 타격을 주는 성분이 있다. 사람 몸에 안 좋다고 세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안 넣어야 한다. 향료가 문제인데, 인공향료가 주는 폐해가 얼마나 심각하냐면, 불임의 원인이 되고, 아이들은 고환이 형성 되지 않고, 남자는 정자의 활동을 약화시킨다. 파라벤의 경우에는 유방암 발생 우려가 정말 높다.

요즘은 실리콘 오일이 없으면 화장품을 만들기가 어렵다. 실리콘은 발림성을 좋게 하고 발랐을 때 환해 보이게 한다. 하지만 실리콘 오일은 피부를 비닐 막으로 씌운 셈이기 때문에 수분이 못 날아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수분은 날아가야 하고 땀도 배출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부에서 반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리콘은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 있다. 천연이라는 단어가 애매한데, '사람에게 좋은 화장품이냐, 안 좋은 화장품이냐'로 구별해야 한다."

 유기농 화장품 '로고나' 이진민 대표.
유기농 화장품 '로고나' 이진민 대표.권우성
- 그런 화학 성분을 넣지 않고 어떻게 화장품을 만들 수 있나? 대체품을 가지고 있나?"어떤 부분은 타협을 하기도 하지만……. 연구원들이 실리콘이 안 들어가면 절대 화장품을 만들 수 없다고 한다. 절대로 안 된다면 저는 안 만든다. 되는 것만 만들면 된다. 이번에 '아이소이' 제품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게 발림성이 일반 화장품에 비해서 안 좋았다. 발림성을 좋게 하려면 탈크를 넣어야 한다. 탈크 자체는 좋은 것이다. 그런데 석면을 제거했느냐, 아니냐가 문제다. 탈크를 넣되 석면을 제거한 탈크를 넣으라고 했더니, 공장에서 못 만들더라.

그래서 결국 탈크를 안 넣었다. 차라리 발림성이 안 좋은 게 낫다. 석면이 들어가면 얼마나 치명적인가. 사실 석면은 파우더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화장품 이곳저곳에 다 들어가 있다. 화장품 유해성의 문제는 너무도 심각한 상황이다. 발림성을 훼손시키는 대신 탈크를 안 넣은 것이고, 그에 대해서는 소비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겠다는 것이다. 인공 향료도 천연 향료로 대신 쓰면 된다.

사람에게 좋은 화장품 또는 나쁜 화장품은 자기 철학의 문제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천연 방부제를 만들 수 있다. 물론 파라벤으로 하면 100분의 1로 원가가 떨어지겠지만, 돈을 조금만 더 투자하면 (좋은 화장품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마인드의 문제라는 것이다. '아이소이' 비누를 만드는데, 천연향으로만 넣으라고 했더니, 못 만들더라. 그동안 완전히 천연향만으로 만드는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원가가 비싸도 만들 수 있으면 만들자고 해서 결국 만들었다."

"좋은 것 넣는 것보다 나쁜 것 빼는 게 훨씬 중요"

- 천연 화장품은 비싸다는 인식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정말 좋은 것을 만들려면 단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아이소이' 비누 하나를 4만9000원에 파는데, 원료 값만 2만 원이 넘게 나왔다. 다른 제품에 비해 20~30배의 돈이 들어가서 가장 좋기는 한데, 제조공장에서 팔 수 있겠냐고 걱정하더라.(웃음) 못 팔면 우리 가족이 써야지, 하는 마음으로 추진했다. 지금은 소량만 만들어서 단가가 센데, 큰 제조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면 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1mL에 100만 원이 넘는 '불가리아 로즈'라는 천연향의 가격이 또 올랐다는 것이다. (웃음) 또 하나는 비싸야만 잘 팔리는 것도 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허영심이 강하다. 천연 화장품이 비싼 것은 솔직히 말하면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이다.

- 유기농 화장품도 정확한 기준이 없나?
"세계적으로 유기농 화장품이라는 카테고리는 없다. 우리나라는 유기농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데 그게 아니다. 산삼이 더 좋냐, 아니면 유기농으로 재배한 인삼이 더 좋냐. 당연히 산삼이 더 좋다. 야생 자체가 더 의미가 있다. 로고나를 가지고 한 번도 100% 유기농이라고 한 적은 없다. 천연·유기농 100%다. 이것은 지구 환경과 관련된 문제다. 열대우림 지역인 말레이시아에 코코넛이 있다고 하자. 호주가 땅이 넓으니까, 땅을 갈아서 코코넛을 심어서 키웠다. 어디에 있는 코코넛이 더 좋은가. 원래 있던 곳에서 사줘야 한다.

에탄올 자동차가 좋다고 알고 있지만 독일에선 싫어한다. 에탄올 자동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열대우림이 사라지는 줄 아는가. 나무를 베어내고 옥수수를 심는데, 그것이 얼마나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줄 아는가. 100% 유기농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야생이냐, 농약을 안 쳤느냐' 이런 식으로 나눠진다. 100% 유기농 화장품은 없다."

- 착한 화장품의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전체 한국 화장품 시장은 6조 원 정도 규모다. 그런데 착한 화장품은 시장이라고 할 수도 없을 만큼 작다. 0.00 몇%? 상상을 초월하게 작다. 독일도 아직 7% 정도다. 그런 점에서는 매우 지난한 싸움이다."

- 그렇다면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화장품의 대부분은 나쁜 화장품인가?
"착한 제품은 0.000몇 %도 안 된다. 대부분 나쁜 제품이다. 광고를 할 때 '이런 좋은 것을 넣었습니다'가 아니라 '이런 것은 안 넣었습니다'라고 광고를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좋은 것을 넣는 것보다 나쁜 것을 빼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성들이 똑똑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10월부터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으니, 한 번이라도 화장품의 성분을 확인해보고 구입한다면 나쁜 화장품과 착한 화장품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기사로 이어집니다)
#천연 화장품 #화학 화장품 #이진민 대표 #로고나코리아 #아이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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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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