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화장품 '로고나' 이진민 대표.
권우성
- 언제부터 화장품을 직접 먹어보기 시작했나?
"처음 독일 로고나 본사에 가서 화장품을 가져올 때 먹어봤는데, 먹는 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먹어서도 안 되는 것이고. 그냥 이게 먹어보면 어떤 맛일까라는 호기심 때문에 찍어 먹어봤다. 천연 화장품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다. 특히 안전성,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하고, 표준화될 수 있어야 한다.
요새 흔히 집에서 천연 화장품을 만든다고 하는데, 절대 만들면 안 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천연 화장품 레시피라는 것은 임상실험을 거치지 않아서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것들이다. 그날 만들어서 그날 쓰면 괜찮다. 하지만 냉장고 안에서 세균 번식 우려가 있고 오일의 품질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좋은 재료를 다 넣으면 좋은 화장품이 만들어 질 것 같지만, 좋은 원료가 서로 반응을 하면서 제 3의 예상치 못한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이 피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제는 천연 화장품, 화학 화장품이라기보다는 몸에 좋은 착한 화장품, 나쁜 화장품으로 시장을 나누는 게 맞다. 착한 화장품에도 화학 성분이 들어갈 수 있지만, 절대 몸에 나쁜 화학 성분이 들어가지 않는다. 착한 화장품은 사람의 몸에 굉장히 이롭고, 사람 피부에도 도움이 되고,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는다. 화장품을 쓰는 이유는 자기 피부를 좋게 하려고 하는 것인데, ('나쁜 화장품'을 쓴다면) 자기 피부나 몸에 얼마나 나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냐. (화학 성분을) 최소량으로 쓰면 된다고 하지만, (대표적인 합성 방부제인) 파라벤의 경우, 여자들은 스킨·로션·자외선차단제 등 하루에도 수차례 화장을 하면서 그런 성분이 중첩이 된다."
- 천연 화장품의 기준은 무엇인가?"천연 화장품에 대한 기준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 다만 독일에 'BDIH'라고 해서 유럽 3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천연 화장품 및 의약품, 식품 연합단체가 있는데, 로고나의 제품은 모두 이 단체의 승인을 받았다.
소비자들도 천연 화장품에 대해 잘 모른다. 천연 성분이 1%만 들어가도 천연 화장품이라고 생각하고, 실제 제품에 천연이라고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파라벤이나 실리콘을 넣어도 천연이라고 한다. 유명한 브랜드들은 '자연주의'를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천연 성분을 1%도 안 집어넣는다. 나머지는 화학 성분으로 범벅을 해놓고 이것을 천연이라고 하니, 양심도 없다. 그런 제품이 99.9%다. 천연 화장품 시장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 천연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허상이다.
'천연이다, 인공이다' 가르기 보다는 '사람 몸에 이롭냐,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 '100% 천연이냐, 아니냐'도 중요하지만, 사람 몸에 해롭다고 공인이 되어있는 성분은 쓰지 말아야 한다. 화장품 뚜껑에 '우리는 유방암 재단에 얼마를 기부한다'고 써서 홍보를 하던데, 그런 곳에 기부하지 말고 기부할 돈으로 파라벤 대신 사람에게 이롭게 하는 성분을 넣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병 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고……."
"'그린 코트를 입은 옐로우 화장품'이 넘쳐난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천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그린 코트를 입은 옐로우 화장품'이 넘쳐나고 있다. 정말 그린은 드물다. 천연 성분은 0.1% 정도 넣고도 버젓이 '우리는 천연 화장품'이라고 하는 기업들이 너무 많아서 천연 화장품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 2005~2006년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너도나도 천연을 얘기하니까, 덜컥 겁이 나더라. 지금 '천연 화장품'이라고 해서 제일 잘나가는 제품을 보면 파라벤 등 안 좋은 것은 다 들어가 있다. 그러면서 '천연'이라고 얘기한다.
사람들이 그런 화장품을 쓰고 나서 '천연을 써 봐도 똑같네, 뭐'라고 말할까봐 두려웠다. 오히려 잘못된 천연들이 디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진짜 천연 제품들이 많이 나오지 않는 한 웰빙 바람은 결코 반가운 게 아니다."
- 천연 화장품이라는 것은 화학 성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것을 의미하나?"모든 천연 성분이 다 좋은 것이 아니고, 모든 화학 성분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사람의 몸에 좋은 성분과 치명적으로 타격을 주는 성분이 있다. 사람 몸에 안 좋다고 세계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안 넣어야 한다. 향료가 문제인데, 인공향료가 주는 폐해가 얼마나 심각하냐면, 불임의 원인이 되고, 아이들은 고환이 형성 되지 않고, 남자는 정자의 활동을 약화시킨다. 파라벤의 경우에는 유방암 발생 우려가 정말 높다.
요즘은 실리콘 오일이 없으면 화장품을 만들기가 어렵다. 실리콘은 발림성을 좋게 하고 발랐을 때 환해 보이게 한다. 하지만 실리콘 오일은 피부를 비닐 막으로 씌운 셈이기 때문에 수분이 못 날아가게 하는 효과가 있다. 수분은 날아가야 하고 땀도 배출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부에서 반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리콘은 거의 모든 제품에 들어가 있다. 천연이라는 단어가 애매한데, '사람에게 좋은 화장품이냐, 안 좋은 화장품이냐'로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