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 조갑제의 '서거가 아닌 자살' 발언, 경망스럽다

온국민 애도의 날에조차 자신의 정치성향만이 중요한가...

등록 2009.05.23 18:30수정 2009.05.24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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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조갑제. 월간조선 편집장답다. 온국민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에 뒤숭숭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인터넷 이 곳 저 곳으로 숨어봐도 노 전 대통령의 소식이 있고, 이를 추모하는 국민들의 글들과 보복 정치수사를 해온 현정부를 비판하는 국민들의 글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유독, 다른 느낌의 사이트가 있다. '조갑제닷컴'이 바로 그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음을 선택한 과정과 고민에 대하여는 동정하고 안타깝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있어서 천재적인 노하우를 가진 친북좌익 세력들과 결정적인 순간에서 가끔 이성 잃는 증상이 있는 한국의 언론들이 합세하여 노무현씨의 죽음을, 증오와 갈등의 굿판으로 몰고가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언론이 일제히 '서거'라고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 그 전주곡이 될지도 모른다."

23일 오후 5시 30분경 올라온 '노무현 서거'가 맞는 표현인가?'의 일부다. 회원의 글 중에는 진작에 구속수사했다면 자살을 막을 수 있었을 거라는 글까지 올라와 있다.

이명박 대통령 처사촌의 뇌물수수문제부터 천신일회장의 로비, 대선자금문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문제에 대해선 매우 소극적이다. 이야말로 민주주의의 훼손이며 형평성 없는 행동임에도 이 문제들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는 조갑제이기에 이번 주장은 더욱더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들 중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가장 큰 발전을 가져온 대통령으로 평가받는 노 전 대통령이 표적 보복성 강압수사에 고통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온국민이 슬픔 속에 빠져 있다. '자살'이 맞지, '서거'가 웬말이냐는 이번 발언은 과도하게 경망스럽기까지 하다. 다음은 조갑제닷컴에 올라온 조갑제의 문제의 글 전문이다.

'노무현 서거'가 맞는 표현인가?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서거'라는 용어는 非언론적이고 非과학적이며 非민주적이다.    

언론이 '노무현 자살'을 '노무현 서거'로 표현하고 있다. '서거'는 '逝去'의 한글표기이다. 逝去는 국어사전에 따르면 '死去'의 높임말이다. '돌아가셨다'는 뜻이다. 언론에서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원로나 전직 대통령이 죽었을 때 逝去(서거)라는 표현을 해왔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10.26 사건 때 김재규에 의하여 피살되었을 때도 언론은 '逝去'라고 표현하였다. 이런 표현법이 과연 옳은 것이지 검토해볼 만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서거'라고 표현하는 데 대하여 불만을 가진 이가 많다. 그의 죽음을 매도하여서가 아니다. '서거'라는 언론의 용어 선택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지 않는 사람들에게까지도 '애도'를 강제하는 '유도성'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세력이 만든 '열린우리당'이란 당명은 이 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도 '우리당'이라고 읽게 하는 일종의 사기적 작명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죽음을 선택한 과정과 고민에 대하여는 동정하고 안타깝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데 있어서 천재적인 노하우를 가진 친북좌익 세력들과 결정적인 순간에서 가끔 이성 잃는 증상이 있는 한국의 언론들이 합세하여 노무현씨의 죽음을, 증오와 갈등의 굿판으로 몰고가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언론이 일제히 '서거'라고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 그 전주곡이 될지도 모른다.

6년 전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받던 중 자살하였을 때 언론은 '정몽헌 회장 자살'이라고 보도하였지 '정몽헌 회장 서거'라고 쓰지는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험담을 듣고 자살한 전 대우건설 사장에 대하여 '남상국 서거'라고 보도하였던 적이 있는 언론이라면 '노무현 서거'라고 보도할 자격이 있다.

언론은 객관적이고, 보편적이며, 평등한 용어를 써야 할 의무가 있다. '서거'를 전직 대통령 전용으로 하는 것은 계급적 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정신과 맞지 않다. 1987년 이후 현직 대통령에게까지 '각하'라는 말을 쓰지 않도록 한 나라이다.

'노무현 자살'이 흠 잡을 데 없는 용법이다. 그의 죽음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다를 것이고 민주국가에선 달라야 한다. 한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생각이 다를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는 '서거'라는 용어는 非언론적이고 非과학적이며 非민주적이다. 

'노무현 자살'이라고 써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하여 사람들이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로 서거'라고 쓰는 방법이 있는데 '자살'과 '서거' 사이가 잘 맞지 않는다. 
#조갑제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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