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가 되어버린 노무현 대통령 영정 앞에서

특히 기독교인들에게 고함

등록 2009.05.25 14:09수정 2009.05.2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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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24일 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 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부랴부랴 봉하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분의 시신이 안치된 제단은 너무나 어수선하고 초라했습니다. 5천 년 내 최대의 민족적 수치를 당한 역사적 현장이었습니다.

 

작은 마을 회관에 거적과 천막을 깔고 일국의 재상들이었던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드는 조문객을 맞고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적들이 문상을 오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말릴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덕수궁 앞의 분향소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들을 학살하고 수천억을 횡령한 전두환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어찌하여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광주시민이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조중동의 겁먹은 위선은 차라리 찬가만도 못하게 국민을 구역질나게 하고 있습니다.

 

사실 노무현은 역대 대통령 중에서 가장 검찰을 사랑하고 진정 검찰의 독립을 보장했고 정말 바르게 하라고 기회를 준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러나 무한 권력을 보장받은 검찰은 선을 악으로 갚았습니다.

 

검찰이 중앙정보부, 안기부로부터 받던 치욕은 이제와 생각해보니 치욕이 아니었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은 또 다시 치욕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검찰의 본성이 그런 모양입니다. 이제 국민은 모든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권이 나라를 이렇게밖에 다스릴 줄 모르는 정권이라는 사실을 이제 확실히 알았습니다. 어느 한 구석 희망을 가질 곳이 없고 어느 한 구석 잘 되는 일이 없습니다. 오직 극우들의 이념놀이에만 열을 올리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제 한나라당의 분열과 투쟁은 격화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더 이상 탄압할 곳을 찾을 수 없기에 그들끼리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일제의 만행에 숨 막히며 사는 민족을 보다 못해 온몸을 내던진 안중근처럼, 뻔히 분단되어 가는 나라를 앞에 두고도 친일파와 공산주의가 제 잇속만을 위해 싸울 때 분연했던 김구처럼, 참 말도 안 되는 나라가 되어 버렸는데도 무력하기만한 정의와 백성들을 바라보며 너무나 답답하고 답답해 온 몸을 내던져 버린 노무현은 이렇게 열사가 되었습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에서 법조인으로, 민주화 운동가로,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으로 그의 인생은 드라마와 같았습니다. 그 드라마는 고향에서의 편안한 여생으로 막을 내리는가 했지만 또 다른 파국과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에 국민들의 가슴엔 거대한 분노가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계는 너무도 냉정합니다. 한국의 기독교계는 그들의 영혼이 마비되어 있음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말라 한 예수의 경고를 잊고 지금 기독교의 자세는 이미 자신들이 극우 기득권이 되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독교는 급격히 쇠퇴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종교운동이 시작되어야 할 필연적 시기가 된 것이라는 방증일 것입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기독교 지도자들과 기독교인들에게 있습니다.

 

또 극우 집단이 민중과 한판 겨루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민중을 영원히 이길 수는 없습니다. 비이성적이고 탐욕스럽고 잔인한 극우집단이 우리 민족의 주류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런 불행과 혼란은 계속될 것입니다. 남북관계는 계속 악화될 것입니다. 그것은 극우집단의 그릇된 돌파구로 이용될 수도 있으나 그것은 공멸입니다. 북한은 스스로 변화할 수밖에 없도록 기다리고 인내하고 선의의 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진정 자신감 있는 사상의 소유자만 할 수 있는 전략일 것입니다. 극우집단은 이를 할 수도 없고 할 마음도 없습니다. 극우집단은 그 태생이 친일이고 친일의 근본사상은 나라와 민족은 망해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산주의도 절대 안 된다는 것도 덧붙여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 나라가 남북으로, 다시 남쪽은 극우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두 동강 났습니다. 엄청난 혼란과 피를 흘릴 것인가 아니면 민족적 슬기를 발휘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국민들에게 달렸습니다. 이제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할 뿐입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말입니다.

 

봉하 마을 뒷산의 부엉이 바위를 한참이나 바라보다 왔습니다. 야트막한 야산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지나치게 큰 바위였습니다. 모든 걸 위압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에게는 그 바위처럼 안 어울리는 지도자가 노무현이었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한탄강댐 추진 때문에 노무현 주변인들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나로서는 노무현 측근들에게도 노무현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을 것 같았습니다. 극우세력들은 노무현을 파렴치한으로 만들려 노력했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우리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그 높은 바위에서 몸을 던지고 나서야 얼핏 그간 우리가 얼마나 비겁한 삶을 살았는지 깨닫고 있을 것입니다. 극우세력들에게 휴머니즘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노무현은 진정 몰랐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는 당연히 국민장이어야 하고 영결식도 시청 앞에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도 애써 봉하 마을로 가는 무리수를 두지 말고 시청 앞 광장에서 분향하며 명복을 빌면 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번 일은 어지럽게 되고 말 것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능력으로 수습하기가 참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극우세력과 이 기회에 단절하지 않으면 엄청난 불행을 맞이할 것입니다.

 

검찰은 이미 심판대에 올라간 형국입니다. 더 이상 검찰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사법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는 것과 관계없이 국민의 가슴 속엔 이미 그렇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 해왔던 결과일 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농민의 아들에서 법조인으로, 민주화 운동가로 지역주의라는 극단주의와 싸운 정치인으로 반쪽의 국가이지만 일국의 대통령에서 이제 이 민족의 불행의 근원인 분단 앞에 분단을 좋아하는 극우들의 면전에서 십자가를 지고 갔습니다. 그는 그렇게 열사가 되었습니다. 극우들은 지금 어떻게 이 사태를 진압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극우집단은 노무현은 그의 죄의식을 못 이겨 자살한 사울왕이라고 굳게 믿고 싶을 것입니다. 이 백성들이 극우집단을 추종하고 따르는 한 우리는 계속 고통스런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나라 기독교인들에게 다시 한 번 경고하고 싶습니다. 중세 가톨릭이 자신도 모르게 이단이 되었었다는 사실을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깨닫기 바랍니다.

 

이 민족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는 기독교가 어떻게 역할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것은 현재의 기독교 위기를 극복하는 길과 일치하기도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철우 기자는 전 국회의원입니다.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흐르는 강물처럼'에 있습니다

2009.05.25 14:09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철우 기자는 전 국회의원입니다. 이기사는 필자의 블로그 '흐르는 강물처럼'에 있습니다
#노무현 #기독교 #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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