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신임 대통령과 노무현 전임 대통령이 2008년 2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제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연단을 내려오며 환호에 답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위선의 극치... 죽어서야 갖춰주는 전직대통령 예우이명박의 정치보복이 결국 노무현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에 대해 "애석하고 비통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어긋남이 없도록 정중하게 모시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애도를 표시하는 창을 만들었다.
죽어서야 예우를 갖춰준단다. 그런데 그나마 그 '죽어서 해주는 예우'도 청와대 대변인의 입 속에만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팝업창에만 있다. 서울의 심장부에서 벌어진 풍경이 위선의 극치를 보여준다.
서거 소식이 전해진 23일 늦은 밤, 덕수궁 대한문 앞에 시민들이 마련해놓은 분향소에 아들 손을 잡고 가봤다. 경찰은 경찰버스 수십대를 동원해 그 분향소를 에워싸 시민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한 50대 남성이 눈물을 흘리며 정복을 입은 경찰지휘관에게 항의했다.
"이게 죽은 대통령에 대한 예의냐, 인간에 대한 예의냐."그 경찰지휘관은 답했다.
"우리가 힘이 있습니까? 시키는 대로 하는 것입니다."경찰버스는 대한문 앞뿐만 아니라 시청앞 광장 전체도 뺑 돌려 막고 있었다. 시민을 차단한 시민의 광장 안에서는 경찰관 수십명이 널부러져 자고 있었다.
어느 대통령보다 시민과 함께 호흡하고자 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시민들은 추모의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꽃을 들고 나왔건만, 이명박 정권은 죽은 노무현과 시민을 떼어놓기 위해 그렇게 야비한 짓을 하고 있었다. 이게 애도인가, 그게 예우인가?
검찰의 노무현 모욕주기, 이명박 대통령은 왜 안 말렸나기회는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으로 평소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생각했다면, 그는 왜 검찰의 노무현 수사과정을 보고 아무런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의 가족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은 640만달러와 억대 명품시계 2개다. 그런데 그것의 대가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검찰은 노무현의 정치적 생명을 끝내기 위해 갖은 모욕적 방법을 동원했다.
검찰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과 방송에 연일 골고루 '특종거리'를 흘리면서 보도경쟁을 부추겼다. 오죽했으면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동안 (검찰)조사과정에서 온 가족에 대해 매일같이 혐의가 언론에 흘러나와 그 긴장감과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신 것 같다"고 했을까.
검찰은 또 노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한다는 전제로 대질신문을 거론했고, 소환 당일에는 자정을 넘겨가면서까지 수사를 했다. 그런 검찰의 행위들은 분명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었다. 모욕주기였다.
검찰의 현직 간부마저 "검찰 내부에서도 박 전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오랜 후원 관계 때문에 일반적 뇌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런데 일반 잡범 다루듯 그렇게 낱낱이 혐의를 드러내니 노 전 대통령의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것"(<한겨레>5월24일)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망신과 모욕을 당하고 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이 정권의 법무장관이 검찰에 대해 어떤 문제제기를 했는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 즐기고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대다수의 국민은 노무현 수사의 총감독이 이명박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검찰총장이 작심한다고 해서 이뤄질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의 승인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지극히 정치적인 사안이다. 노무현 수사의 목적은 노무현을 정치적으로 죽이는 것이었고, 그 총감독은 임채진 검찰총장이 아닌 이 대통령이었다고 보는 게 상식에 맞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애도를 한다?
이 대통령의 애도가 진심인지 아닌지를 가늠하는 잣대가 하나 있다. 그가 봉하마을에 직접 가서 조문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의 어떤 조문도, 애도 표현도 위선일 뿐이다. 이런 참회를 공개적으로 하기 전에는.
'죄송합니다.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