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역사박물관에 마련된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분향소를 찾은 임채진 검찰총장이 조문한 뒤 경찰 호위를 받으며 황급히 분향소를 빠져나가고 있다.
남소연
갑론을박이 있다.
갑이 논(論)한다. 대한민국 검찰은 최고의 정치집단이다. 이유를 물었다. 검찰이 필요에 따라 수사를 기획하고, 조절하고, 관리하는 '정치'에 능하기 때문이다.
을이 박(駁)한다. 뭐니 뭐니 해도 대한민국 검찰은 법질서를 수호하는 정의의 기관이다. 까닭을 청했다. 그나마 검찰 덕분에 권력비리가 줄어들지 않았나.
논박을 주고받는 갑을이라도 하나의 사실(fact)만큼은 인정할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가 국민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검찰청법 제4조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국민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부여된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그렇다면 '박연차 리스트'로 시작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이 법에서 말하는 '정치적 중립'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검찰수사 국민 불신 갈수록 커지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최근 조사한 바에 따르면, 70%가 청와대·검찰·보수언론의 책임을 거론했다. 이회창 총재는 검찰조사가 불행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면 그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공감하는 여론이 60%였다. 데이터가 말한다. 검찰수사, 실패다. 그러나 검찰수사에 대해 국민들이 처음부터 불신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3월 30일 KSOI가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대한 여론을 살펴봤다. '이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의도적인 표적수사로 문제가 있다'는 응답이 30.2%였다. 49.6%가 '불법정치자금을 수뢰한 인사들에 대한 수사로 별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때까지는 노건평, 이광재 의원 등만 구속됐을 뿐, 아직 노 전 대통령과 직접 관련된 '혐의내용'이 불거지지 않았다. 노 전 대통령이 인터넷을 통해 박연차로부터 돈 받은 사실을 고백한 것은 4월 7일이다.
KSOI가 4월 13일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박연차 리스트에 대한 수사에서 여야 형평성을 묻는 질문에 34.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지 않다'는 49.9%였다. 2주 전의 조사에 비해 미세하지만 수사에 대한 불신이 증가한 것이다. KSOI의 4월 30일 조사에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의견이 45.6%였다. 정당한 수사라는 의견은 47.4%였다.
이처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에서 국민이 드러내는 불신의 정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커져갔다. 세대별로 보면, 50세 이상에서는 22.5%만이 정치보복 수사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다른 세대의 반응은 달랐다. 40대에선 52.1%, 30대에선 56.2%, 20대에선 64.3%가 정치보복이라는 의견에 공감했다.
"현 정부의 검찰이 과거보다 더 권력 지향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