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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치환 "서거 이후 이틀 동안 눈물만 흘려" 민중가수 안치환씨가 28일 새벽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안치환씨는 "우리는 그를 잃었지만, '바보 노무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최경준
민중가수 안치환씨가 28일 새벽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안치환씨는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은) 최고의 정치가는 아닐지 모르지만 너무나 인간적이었고, 낮은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틈도 많이 보였다"면서 "우리는 그를 잃었지만, '바보 노무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추모객과 함께 4시간 줄 서서 조문
안씨는 이날 새벽 2시경 봉하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일반적으로 정치인이나 관료, 유명 인사들의 경우 유족측이 추모객들의 양해를 얻어 먼저 분향을 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안씨는 꼬박 4시간을 줄을 서서 기다렸다가 일반 추모객들과 함께 분향했다. 그에게 주어진 유일한 '특권'은 노 전 대통령 영정에 술을 따르는 것이 전부였다.
전날(27일) 오전 경남경찰청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새치기 조문'을 했다가 추모객들로부터 물세례를 받은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안씨는 "마음과 몸은 피곤하지만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함께 줄을 선 많은 사람들과 같이 있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이틀 동안 눈물만 흘렸다"며 눈가를 붉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 맺은 개인적인 인연을 묻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존경할 수 있는 선배가 필요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선배들이 너무 없어졌다. 가시밭길을 가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그런 선배를 좋아한다. 개인적인 인연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사람의 삶을 따르고 존경하는 게 중요하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세상에 남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양심, 신뢰, 용기"라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하신 분들 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알 것이다. 무모해보여도, 더 편하고 쉽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어도, 그것이 옳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더 힘들게 가더라도 옳은 길을 갈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양심과 신뢰, 용기다."
분향소에서 울려 퍼지는 안치환의 노래들
안치환씨가 봉하마을에 도착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5일 만이다. 하지만 이미 전국 곳곳에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전국에 설치된 대부분의 분향소에서는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새', '광야에서',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등 그의 비장한 노래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을 노래하고 있다.
특히 1987년 6월 항쟁 때부터 불린 '마른 잎 다시 살아나'의 노랫말은 물론 안씨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분향소의 슬픔을 더욱 깊게 했다. 이 노래는 지난 겨울 용산 철거민 참사 때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가네 가네 서러운 넋들이 가네, 가네 가네 한많은 세월이 가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
안치환씨가 양성우 시인의 시에 가사를 붙여 불렀던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은 누리꾼 사이에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대표 추모곡으로 뜨고 있다. 노랫말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형상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대답하라. 기나긴 죽음의 시절, 꿈도 없이 누웠다가 이 새벽안개 속에 떠났다고 대답하라. 흙먼지 재를 쓰고 머리 풀고 땅을 쳐 나 이미 큰 강 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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