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추도사 막은 이명박 정부, 겁 상실했다"

[현장-광주] 광주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 시민 2만5천명 운집

등록 2009.05.28 20:58수정 2009.05.29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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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광주 옛 전남도청 앞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 이주빈

28일 밤 광주 옛 전남도청 앞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추모제가 열렸다. ⓒ 이주빈

[최종신: 28일 밤 11시 25분]
 
폭풍전야 광주, 추모객 2만5천명으로 불어나
 
밤은 깊어가도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광주시민의 발길은 옛 전남도청을 향해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밤 11시 현재 옛 전남도청에 마련된 광주시민합동분향소에 분향하기 위해 광주시민들은 옛 전남도청을 가운데 두고 두 방향에서 각각 3km, 1km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추모위 관계자는 "이 추세대로라면 새벽 세시가 넘어야 지금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모든 분들이 분향을 마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추모제 공식행사는 밤 11시 모두 끝났지만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흩어지지 않고 있다. 시민들은 추모자유발언과 추모공연을 바라보며 구호를 외치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안타까워 했다. 특히 금남로엔 약 2만 5천명의 시민들이 모여 "독재정권 살인정권 물러가라" "우리가 노무현이다 민주주의 살려내자" "정치검찰 살인검찰 이땅에서 몰아내자" "거짓신문 살인신문 조중동을 이땅에서 몰아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장등동에 사는 정수(34)씨는 "정부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를 못하게 했다는데 한마디로 이 정권이 겁을 상실해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고 조롱했다. 정씨는 "이 정권은 누구의 추도사를 방해할 자격도 없는 정권"이라며 다시 코웃음을 쳤다.
 
정용석씨는 "내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도 DJ의 추도사를 반대했을 것"이라면서 "무슨 낯으로 DJ의 추도사를 들을 수 있겠냐"고 했다. 그는 "이 정권은 희한하게도 국민의 뜻과는 정반대로 가면서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과 싸우는 참으로 한심한 정권"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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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빈

ⓒ 이주빈

나기백 참여자치21운영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도사를 못하게 한 것은 참으로 치졸해서 할 말도 없고 코멘트할 가치조차 없는 일"이라며 "어떤 국민이 이명박 정부의 이 같은 치졸한 반대를 이해할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서석동에 산다는 최민수(72) 할아버지는 "막말로 자기(이 대통령)는 얼마나 깨끗하게 정권끝내는지 두고보자"며 "자식 유학자금까지 뒤져 전직 대통령을 파렴치범으로 만든 현직 대통령이 더 파렴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전남 추모위는 시민들의 추모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합동분향소를 오는 31일까지 계속 운영할 계획이다. 한 추모위 관계자는 "내일 서울에서 열리는 영결식과 노제의 분위기에따라 거센 국민들의 폭풍이 일 가능성이 크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즉 29일 노 전 대통령의 영결식과 노제가 이명박 정권을 향한 거친 반대투쟁으로 확대될 수 있는 여러가지 징후가 나타나고 있어서 이를 주시하고 그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긴박한 정국변화 때마다 정세를 추동하는 역할을 해온 광주가 노 전 대통령 서거국면에서 어떤 길을 갈 것인지 긴장 속 고요가 흐르고 있다.
 
 
[1신: 28일 저녁 8시 50분]
 
광주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 시민 1만 명 모여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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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저녁 8시 20분 현재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 약 1만명의 시민이 모여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를 치르고 있다. ⓒ 이주빈

28일 저녁 8시 20분 현재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 약 1만명의 시민이 모여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를 치르고 있다. ⓒ 이주빈

80년 오월 민주화대성회가 열렸던 광주 옛 전남도청 앞 광장에서, 28일 저녁 7시부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저녁 8시 20분 현재 약 1만여 명의 시민이 도청 앞 분수대를 중심으로 모여앉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고 있다.

 

이번 추모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광주전남 추모위원회'가 주최하고 있다. 광주전남 추모위는 보수와 진보, 중도를 망라한 광주전남지역 각계각층 인사 약 350명으로 구성됐으며 송기숙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저녁 7시 20분부터 시작된 추모제 1부에서는 추모사 및 헌시, 헌가, 각 종교단체별로 추모의식이 진행된다. 2부는 추모문화제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영상물 상영과 추모공연, 추모발언, 탈굿, 함께 부르는 노래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민주화운동가인 고 명노근 교수의 부인이자 그 자신이 오월운동에 깊이 관련했던 안성례씨는 광주전남 추모위를 대신해 추모사를 낭독했다.

 

그는 "님은 투박한 경상도 사내지만 우리 광주의 진실한 친구였다"며 "20년 전 광주청문회에서 경상도 사투리로 사자후를 토하며 학살자들을 몰아세웠던 광경을 광주는 기억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특히 안씨는 울먹이며 "대통령이 되어 해마다 5월이 되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아픔을 함께 나누었던 님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며 "광주는 님과 하나였다"고 말해 시민들을 숙연케 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과 수구세력이 검찰·세무·언론권력을 총동원해 치사하고 야비하게 당신의 심장을 도려내고 숨결을 질식시킬 때 혼자 감당했던 그 고통을 이제야 헤아린다"며 "광주시민들은 님이 외쳤던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바보 노무현'과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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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위원장인 송기숙 교수가 "저승에 가서는 다잊고 편히 쉬시오"라는 글을 들고 금남로 아스팔트 위에 앉아있다. ⓒ 이주빈

추모위원장인 송기숙 교수가 "저승에 가서는 다잊고 편히 쉬시오"라는 글을 들고 금남로 아스팔트 위에 앉아있다. ⓒ 이주빈

 

80년 5월 학살의 처참한 진실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시로 고발했던 시인 김준태는 헌시를 바쳤다.

 

슬픕니다

오늘은

봉화산 부엉이처럼

밤새도록 울고 싶습니다

 

님이여

지금 이 땅에

노무현 아닌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갈라진 땅 분단 64년의 한반도-

지금 이 땅에

노무현 아닌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중략-

 

아흐, 통일의 그날이 오면, 참다운 세상 그날이 오며는

우리들 아름다운 자화상으로 다시 만날 노무현 대통령

민주주의를 위하여 만세! 한반도 동서남북통일 만만세!

-오늘은 모두가 노무현 대통령을 고운 하늘로 보냅니다.

 

한편 옛 전남도청에 마련된 광주시민합동분향소엔 28일 오후 7시 현재 약 10만 명의 시민이 분향을 마쳤으며 저녁 8시 현재에도 시민들이 약 800m 줄을 늘어서서 자신의 분향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금남로엔 추모제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애초 계획했던 차량통제 구간을 늘려 시민들의 추모제 참여를 돕고 있다.  

#광주 #노무현 #추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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