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세상에 '안녕'을 고한 29일 대한민국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정치권도 일제히 추모의 뜻을 표했다.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10줄 짜리 대변인 논평으로 담담히 고인의 명복을 빈 반면, 장례 내내 '상주'를 자처한 민주당은 비통함이 서린 추모성명으로 고인을 보내는 아픈 심경을 나타냈다.
한나라당 "노 전 대통령 서거... 우리에게 큰 충격과 슬픔 남겨"
윤상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에게 큰 충격과 슬픔을 남겼다"며 "가시는 길이 결코 외롭지 않게 우리 국민은 슬픔을 함께 했다"고 밝혔다.
또 윤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께서는 '삶과 죽음이 하나'라시며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하나'란 뜻을 남기셨다. 서로 미워하고, 반목하는 것이 아니라 용서하고 화합하라는 유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윤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께서 남기고 가신 순수한 뜻, 생전의 그 꿈과 이상은 남은 자의 몫이 됐다"며 "우리 모두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통합과 평화로 승화시키는 계기로 삼아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권양숙 여사를 비롯한 유족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며, 평안한 영면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위대한 지도자 잃어... 뜨겁게 살다간 고인 뜻 따르겠다"
민주당은 통한과 슬픔의 성명을 냈다. 민주당은 당 명의로 낸 성명에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었던 위대한 지도자를 잃었다"며 "이제 호탕한 당신의 웃음도 남겨진 우리에게는 오직 슬픔일 뿐"이라고 애도했다.
또한 민주당은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고, 소박하게 살아도 가치 있는 인생이라고, 정직하게 살아도 성공할 수 있다고, 이제 누가 당신처럼 외칠 수 있겠느냐. 이제 누가 우리를 그토록 타오르게 할 수 있겠느냐"고 고인을 그리워했다.
또 민주당은 "우리는 참 바보였다. 시대를 앞서가신 당신을 무모하다고 비웃었던 바보였다. 독침을 담은 펜과 혹독한 칼날에 찢기는 당신을 보면서도 무력했던 바보였다"며 "당신을 지켜드리지 못했다"고 가슴을 쳤다.
민주당은 "그래도, 떠나보내라고 하지는 마시라. 그럴 수는 없다"며 "뜨겁게 살다 간 당신을 따르겠다"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선진 "슬픔 승화해 민주주의 성숙시켜야"
자유선진당은 정치권의 화합을 촉구했다. 박선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제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남긴 유언대로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라는 생각으로, '누구도 원망하지' 말고 일상으로 돌아와 갈등과 분열을 봉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삶과 죽음을 해탈하고 모든 은원에서 벗어난 노 전 대통령이 부디 천국에서 우리 국민이 서로 아끼고 화합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그래서 그분 특유의 유머가 다시금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우리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비록 당신은 떠났지만 당신이 남긴 발자취는 우리 국민의 마음과 우리 역사 속에 영원히 간직되고 기억될 수 있도록, 슬픔을 승화해 민주주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노당·진보신당, 정부 '정치보복' 책임 부각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이명박 정부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민노당은 당 명의로 성명을 내어 "전직 대통령마저 피해가지 못한 억압정치에 분노하며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피부로 느꼈다"면서 "다시금 이 정권의 면면을 똑똑히 보았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또한 민노당은 "책임져야 할 사람은 여전히 묵묵부답인데 억울한 희생을 떠나보내야 하는 울분을 주체할 수 없다"며 "반민주적 통제와 억압의 정치를 중단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여지없이 묵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노당은 "고인이 이루지 못한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신당도 노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다. 이지안 부대변인은 "우리는 오늘 온 국민의 슬픔과 애도 속에서 노 전 대통령을 떠나보낸다"며 "이 땅의 민주주의는 고인께 갚아야 할 빚이 있다. 거꾸로 돌아가는 황량한 시대에 맞서 민주주의 정신을 복원하고, 고인이 생전 염원하던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민 모두 마음을 모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또 이 부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에 대통령의 진심어린 공개사과와 내각 총사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규명을 위한 특검 실시와 책임자 처벌, 국정 운영기조의 근본적인 전환을 거듭 촉구한다"고 정부를 옥죄었다.
2009.05.29 16:35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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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용서·화합"... 민주 "우리 모두 바보" '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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