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주택가 순찰 대신 빈 광장을 경비하고 있는 국민의 경찰 그리고 광장을 성곽처럼 둘러싸고 있는 경찰버스
이안수
우리는 늘 한발 늦습니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가슴을 칩니다. 살아생전에는 이처럼 소중하고 절실한 분임을 몰랐던 우리는 그 분을 잃고서 온 나라에 눈물로 강을 이룹니다.
저는 저의 처로부터 그분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이유 모를 무기력에 시달렸습니다. 아무 글도 쓸 수 없었고, 깊은 생각을 해야 하는 모든 일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이곳에 포스팅조차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경제를 부흥시키고 나라의 안보를 든든히 하는 일뿐만 아니라 때로는 러시아의 노조지도자 출신의 어떤 대통령처럼 즉흥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지휘할 줄도 아는 문화대통령, 미국의 배우출신 대통령처럼 TV연설의 리허설을 하는 중에 유머로 실수도 할 줄 아는, 꾸며진 웃음이 아닌 웃음을 웃을 줄 아는 대통령을 그리고 힘겨울 때 기대어 투정을 부리고 싶은 저의 이웃 같은 대통령을 갖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저는 이 모두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저의 오랜 바람이 이루어진 대통령을 갖게 되었다고 여겼습니다.
그 분이 누구도 결코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영웅이 되었습니다. 이 시간 온 국민이 그분과의 이별의식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방식으로 영웅으로 편입되기보다 끝까지 우리 곁에서 우리의 투정을 받아주는 수고를 계속해주시길 바랐습니다.
이제 우리는 현실이 답답할 때, 몹시 분하고 억울할 때 누구에게 투정을 해야 할까요. 국민들에게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남기고 홀연히 떠난 미운 사람, 노무현. 부디 천국에서 예의 그 환한 웃음만 지을 날들이기를 단장(斷腸)의 마음으로 기원 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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