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미관-대형마트 때문에 사라져간 노점은 어디에?

장시 역사와 노점상 애환 깃든 인천 송림시장

등록 2009.05.30 17:16수정 2009.05.3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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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지역의 대표적인 장시(場市)로는 강화 읍내장과 황어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두 곳은 일제강점기시절 3.1만세운동의 시발지로, 장시가 단순한 상업적 기능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적 기능과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장시는 조선시대 여러 문헌에 나오는데, 상설시장 혹은 5일장을 일컬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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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단순히 상업-경제적 기능만 하는게 아니다. ⓒ 이장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장시는 국사책에도 나와있듯이 서울 종로의 육의전입니다. 지방의 장시는 대부분 5일장인데, 장시는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길목과 중심가에 위치해 왔습니다.

그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장시가 시장으로 변하게 된 것은, 개항 이후 상품경제 발달과 연관이 있습니다. 1914년 조선총독부는 장시에 대한 관리-통제를 위해 '시장 규칙'을 반포하는데, 인천에서 장이 아닌 상설시장이 들어선 것은 이 '시장 규칙' 이후입니다. 개항 초 제물포 풍경 사진을 보면 해안가에 좌상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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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장시의 특징은 바로 어시장이다. ⓒ 이장연


인천에서 순수 민간시장이 나타난 것은 인천의 역사와 사회상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광복 직후 귀환한 동포들이 정착하고 한국전쟁 후 월남한 피난민들이 호구지책으로 널빤지를 모아 노점을 차리면서 그 수가 약 500여 개에 달했다 합니다.

또한 노점상들은 이합집산을 거듭해 개천가와 배다리 철교, 창영동 꿀꿀이죽-양고기 골목, 영화학교 철길까지 이어졌고 화평동 철교에서 전동 구름다리와 만석동까지 퍼져나갔다 합니다. 이를 기반으로 한 중앙시장, 답동시장, 송월동시장, 숭의시장, 송림시장 등이 속속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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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장이란 간판을 단 송림시장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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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좌판의 소쿠리 가득한 토마토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었다. 정다운 말을 건네는 사람들. 이게 바로 시장이다. ⓒ 이장연


이후 인천의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상권 이전과 시장 규모의 확장 등으로 과거보다 개선된 시설과 점포수의 평준화를 보인 전통재래시장은, 현재 재벌기업의 대자본이 투입된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지역상권-경제 잠식에 힘겹게 맞서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천시와 구가 상거래 질서확립과 도시미관 조성 등의 이유로 벌인 재래시장 개선사업으로, 시장의 역사와 전통과 함께 살아온 노점상들의 일터와 생존이 빼앗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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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시장에 그 많던 노점상들은 속절없이 내쫓겨왔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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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가 엎드려 단잠을 자고 있다. ⓒ 이장연


지난 2000년 11월에는 동구 송림동 송림로터리에서 알뜰시장 노점상 철거에 반발해 전노련 소속 노점상들이 집회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알뜰시장 철거작업 도중 노점상 한 분이 용역업체 직원의 둔기에 맞아 중태에 빠지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노점상들의 애환이 깃든 송림시장을 오랜만에 찾았습니다. 달동네로 유명한 송림동 송림로타리 한편에 자리한 송림시장은 현재 현대시장이란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에서 100원짜리 호떡을 사먹었을 때는 다들 송림시장이라 불렀습니다. 그 때는 비좁은 시장 골목에 다닥다닥 좌판이 펼쳐져 있었고, 정말 시장답게 왁자지껄 했고 사람이 워낙 많아 쉽게 앞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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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가득한 시장골목 ⓒ 이장연


그렇게 볼거리 먹을거리가 많던 송림시장은 세월따라 많이 변해 있었고,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시장은 한산했습니다. 기억속의 시장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말끔히 변해버린 송림시장 안에서, 아직 변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동복 가게와 골목을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손님이 없어 잠시 엎드려 단잠에 빠진 노점상의 모습도 애틋하고 정겨웠습니다. 인천과 서민들의 삶과 함께 해온 송림시장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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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을 손질하고 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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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관 때문에 노점상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송림시장 #노점상 #인천시 #장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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