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회원들이 시국선언에 참석한 서울대 교수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다.
권우성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절차와 형식도 지키지 않았다"며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하지만 교수들은 침착하게 답했다.
김인걸 교수는 "여러분께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 이 자리에 참석해주셨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기를 게양하지 못하고, 국가도 부르지 않고, 선열에 대한 묵념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선 정중하게 사과를 드린다"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명박 정부가 500만 표 이상의 차로 당선됐는데 소수파와 화합해야 할 것이 뭐가 있느냐"는 비난에 우희종 교수(수의학과)는 "더욱 중요한 것은 소수의 의견이라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들의 의견"이라며 숫자를 넘어 서로 다른 의견을 포용할 줄 아는 민주주의를 말했다.
"출범한 정부를 단결해 이끌 생각을 해야지, 왜 자꾸 분열시킬려 하냐"는 질문에 최갑수 교수(서양사학과)는 "현 정권이 물러나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이를 통해 돕는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이번 시국선언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둘러싸고 보수단체 회원들은 "서거라 하면 안 된다, 서거는 높은 사람이 돌아가신 것에 대해 쓰는 말이다"며 "노무현은 투신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가 "노 전 대통령이 비리 의혹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수사 과정 자체가 인격적 모독을 가하는 등 정치 보복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지만 이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시국선언 발표 기자회견은 '소통'에 실패하고 시작 38분 만에 종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