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노무현을 죽인 '수암칼럼'

<매일신문> '수암칼럼'을 읽고

등록 2009.06.04 10:00수정 2009.06.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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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암칼럼에 쓰인 글 일부 ⓒ 캡처


노무현에 대한 증오가 이토록 깊단 말인가? 정말 무섭고, 가증스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무리 싫었다지만 이것은 아니다. 지난 1일 대구에서 발행되는 <매일신문>의 수암칼럼은 언론이 해야 할 덕목을 잃어버린 칼럼이었다. '천국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이라는 제목의 수암칼럼은 <매일신문> 김정길 명예주필이 썼다.

제목에서 어느 정도 알 수 있듯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낸 유서로 만약 다시 유서를 쓴다면 이런 내용일 것이라고 김 주필은 생각하면서 칼럼을 썼다. 그가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국민 여러분, 못난 저를 위해 울어주고 꽃을 뿌려주신 연민과 사랑에 감사드린다"였다. 여기까지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대통령 노릇도 부족했고 수신제가도 제대로 못 하고, 나라와 국민 여러분께 번듯하게 남겨 드린 것도 없다"는 내용부터는 차마 한 신문의 명예주필 글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노 전 대통령과 남은 자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김 주필은 이어 "저의 죽음은 왜적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 이순신 장군의 호국의 죽음도 아니고 질병의 고통 속에서도 한글을 창제하다 병고로 쓰러지신 세종대왕의 애민의 죽음도 아닙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방송이나 인터넷은 더 이상 저를 마치 희생당한 영웅인 양 그리지 말아 주십시오. 겸손이 아닙니다"라고 하여 방송과 인터넷을 통하여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분위기에 대해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던 이들 중 누가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과 비교했던가? 그를 영웅으로 만들지 않았다. 오직 대통령의 권위를 버리고 자기 같은 서민을 생각했으며, 이명박 정권이 짓밟은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힘썼던 대통령인지 그가 가고 나서야 알았음을 미안해했을 뿐이다.

이 글을 통해서 우리는 보수세력이 노 전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각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무능한 노무현이 되어야 하는데, 하루 아침에 어떤 대통령보다 서민들을 사랑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일했던 대통령으로 인정받는 것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백원우 의원에 대해서는 "자네 같은 친구를 비서로 썼던 내가 부끄럽다"고 했으며 분향소를 지키는 이들에게는 "국민장이 끝났음에도 광화문에 분향소를 고집하고 곡괭이와 각목으로 국가경찰을 치는 분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하루 만에 분향소를 강제 철거한 경찰과 서울광장을 차벽으로 막아버린 이 나라 '민주경찰'(?)은 무엇인가? 언론인이라면 서울광장을 막아버린 차벽을 비판하고, 분향소 강제철거에 대해 '실수' 운운하는 서울경찰청장을 비판해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영결식 때 통곡한 것을 두고 "DJ님께도 한 말씀 드립니다. 저의 반쪽이라시면서 '나도 똑같이 했을(자살) 것이다'고 하신 것은 큰 지도자가 할 말씀이 아니었다"면서 "천국에 와 보니 그런 말씀은 저에겐 결코 위로가 아닌 화합을 깨고 분열을 부추기는 선동이란 생각이 들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진짜 예의가 없는 사람이다. 심장이 흐느끼는 눈물을 선동이라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더 가혹한 내용은 가족에게 보낸 유서이다. 김 주필은 "검찰이 내 처지를 감안해 행여 수사를 중단하더라도 이 아비 모르게 미국 땅에 계약서 찢었다는 아파트 얻어 둔 게 정말 있다면 끝까지 되돌려주거라"고 하면서 가슴을 후벼팠다. 정말 잔인하고, 저열한 내용이다. 가슴에 피가 흐른다면 이런 말을 할 수 없다.

국민장 기간 중 구속집행정지로 나왔던 "이광재, 이강철, 자네들은 상주도 아니면서 감옥에서 참회하며 기도나 하고 있지 구속집행정지 신청은 왜 해서 TV 앞에 얼굴을 들고 다녔나"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도 배짱을 배워야 하고, 민주노총과 화물연대 여러분도 힘들지만 참으라, 북핵이 난리인 이때 여러분의 손에는 아직 만장깃발이나 촛불 대신 공구와 핸들이 쥐어져야 한다"면서 "부디 여러분들이 저를 사랑하신다면 천국에서 보내는 저의 두 번째 유언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라고 했다.

칼럼이 나가자 누리꾼들은 <매일신문> 자유게시판에서 비판했다. '종하기'는 "님의 양심에 손을 한 번 대보라"면서 "부끄럽지 않소이까"라고 했다. 특히 그는 "님의 글로 인하여, 대구 지역신문사와 기자가 부끄러워 어디가도 대구가 집이라고 이야기도 얼굴도 쳐들 수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백경1'은 "주필은 신문사의 얼굴"인데 "매일신문이 저렇게 편향되었다면 내일부터 신문 구독 취소하겠다"고 비판했다.

수십년간 <매일신문>를 구독했다는 '정오'는 "저는 노사모도, 민주당원도 아니고, 좌파니 우파도" 아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남달리 소외계층에 힘을 실어준 것들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봉하마을에도 다녀왔는데 "이번 칼럼은 죽은 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고 너무 편협한 시각이 아닌가 하고 되묻고 싶다"면서 수암칼럼을 강하게 비판했다.

논란 때문인지 <매일신문>은 1일자 수암칼럼 '천국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내렸다. 아래는 김정길 주필이 지난 1일 쓴 수암칼럼 전문이다.

'천국서 보내는 두번째 유언'
國民葬(국민장)이 끝났다. 그리고 그(노무현)도 떠났다. 그의 혼령이 있다면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자신의 죽음을 슬퍼해준 모습을 보면서 어떤 감회에 젖었을까. 어쩌면 하늘나라에서 남은 우리에게 두 번째 유언처럼 당부의 말을 쓴다면 이렇게 써 보냈을지 모른다."국민 여러분, 못난 저를 위해 울어주고 꽃을 뿌려주신 연민과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대통령 노릇도 부족했고 修身齊家(수신제가)도 제대로 못 하고, 나라와 국민 여러분께 번듯하게 남겨 드린 것도 없는 저에게 국민장까지 치러준 배려 또한 고맙습니다.                                                                                                
                                                                                                                                   
요 며칠 새 저는 천국에서 만난 많은 분들의 말씀과 위로를 들으며 문득문득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깨우치게도 됩니다. 권위주의를 깨고 개혁을 위해 애썼다는 칭찬도 들었습니다. 방송들이 고맙게도 저의 모자란 모습들을 좋은 모습으로 비쳐 보여주신 건 감사하지만 저는 천국에 와서 제 자신의 참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저의 죽음은 왜적의 총탄을 맞고 쓰러진 이순신 장군의 호국의 죽음도 아니고 질병의 고통 속에서도 한글을 창제하다 병고로 쓰러지신 세종대왕의 愛民(애민)의 죽음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토록 슬퍼해주신 사랑, 가슴 아리도록 고마울 뿐입니다. 방송이나 인터넷은 더 이상 저를 마치 희생당한 영웅인 양 그리지 말아 주십시오. 겸손이 아닙니다. 저는 저를 사랑한 노사모와 아끼고 믿어준 사람들에게 하늘나라에서 당부하고 싶습니다.

외국인과 해외 TV가 중계되는 영결식장 앞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고함을 지른 나의 옛 비서에게도 당부합니다. '자네 같은 친구를 비서로 썼던 내가 부끄럽다'고….국민장이 끝났음에도 광화문에 분향소를 고집하고 곡괭이와 각목으로 국가경찰을 치는 분들, 그리고 '책임을 묻겠다'며 법무장관, 검찰총장 사퇴를 떠드는 민주당 후배들에게도 저는 충고하고 싶습니다. 이 나라는 법치국가고 두 사람은 법치와 공권력을 지키기 위해 전직 대통령이었던 저까지 의혹이 있나 없나 수사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그런 용기와 원칙적 자세는 칭찬하면 했지 탓할 일이 아닙니다. 본분을 다한 공직자에게 무슨 '책임'을 묻겠다는 겁니까?

저와 가족을 위해 울어주신 DJ 님께도 한 말씀 드립니다. 저의 반쪽이라시면서 '나도 똑같이 했을(자살) 것이다'고 하신 것은 큰 지도자가 할 말씀이 아니었습니다. 천국에 와 보니 그런 말씀은 저에겐 결코 위로가 아닌 화합을 깨고 분열을 부추기는 선동이란 생각이 들 뿐입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아들 딸아, 검찰이 내 처지를 감안해 행여 수사를 중단하더라도 이 아비 모르게 미국 땅에 계약서 찢었다는 아파트 얻어 둔 게 정말 있다면 끝까지 되돌려 주거라. 그것이 우리 집안과 이 아버지의 남은 자존심을 지켜주는 길이다. 그리고 엄마랑 함께 대우 南(남) 사장 유족을 찾아가 나 대신 위로와 사죄를 전하거라 그게 사람사는 도리였다. 그리고 이광재, 이강철, 자네들은 喪主(상주)도 아니면서 감옥에서 참회하며 기도나 하고 있지 구속집행정지 신청은 왜 해서 TV 앞에 얼굴을 치 들고 다녔나? 자네들을 풀어준 MB도 고맙거나 인자하다는 생각보다는 겁먹은 것 같은 유약함과 법 정신의 원칙을 허무는 것 같아 앞날이 걱정스럽네.

이 대통령이 배짱 하나는 나에게 배워야겠다는 생각마저 드네. 일부 전교조 여러분도 이젠 교실로 돌아가십시오. 장례 끝난 밤거리에서 촛불들 시간에 북 핵 안보교육이나 더 시켜주십시오. 민노총, 화물연대 여러분도 힘들지만 참으십시오. 북핵이 난리인 이때 여러분의 손에는 아직 만장깃발이나 촛불 대신 工具(공구)와 핸들이 쥐어져야 합니다. 오늘의 양보와 희생은 언젠가 나라와 국민이 모아서 갚아주실 것이고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부디 여러분들이 저를 사랑하신다면 천국에서 보내는 저의 두 번째 유언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국민 여러분 고맙고 미안합니다."

#노무현 #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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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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