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MB 레임덕' 글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는?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항의 받은 뒤 홈페이지에서 삭제

등록 2009.06.05 12:20수정 2009.06.05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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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 권우성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한 극우성향 논객 조갑제씨의 글이 청와대의 항의를 받은 뒤 홈페이지에서 5일 삭제됐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이날 오전 홈페이지에 "보수층은 노사모보다 이명박을 더 미워하고 경멸한다. 순한 국민들이 모이기만 하면 이명박 대통령 성토장이 된다"며 이 대통령의 13가지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1. 자존심이 없다.
2. 용기가 없다.
3. 혼자서만 살려고 한다.
4. 법대로 하지 않는다.
5. 선량한 시민들이 깽판꾼들에게 봉변을 당하는 사태를 방관한다.
6. TK중심 인사만 한다. 중용되는 인사들은 애국심이 없다.
7. 본성(本性)이 좌경적인 것 같다.
8. 다 같이 가난하게 살던 시절인데 유독 자신만 더 가난하였다고 강조한다. 가난을 팔아 인기를 얻으려 한다.
9. 자신은 안전한 청와대에 숨어 있으면서 거리를 폭도들에게 내어준다.
10. 그는 노예근성의 소유자가 아닐까?
11. 배신자, 비겁자, 장사꾼인 것 같다.
12. 이제는 보수층이 이 대통령 거부 운동을 벌여야 할 때이다.
13. 자신의 당선을 도운 보수층을 무시하고 당선을 방해한 좌파들에게 굴종한다.

조 대표는 "곧 레임덕이 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조 대표는 이어 "이런 불평을 하다가 결론을 낼 때 늘 등장하는 말이 있다. 자업자득이란 말"이라며 "이런 문제가 모두 이 대통령이 자초한 것이란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조 대표의 글이 홈페이지에 올라간 뒤 청와대가 그에게 강력한 유감 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청와대 홍보기획관실 관계자가 조씨에게 전화를 걸어 "정책에 대한 비판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지만 오늘 쓴 글은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 아니냐?"고 항의했고 조 대표는 "알았다, 일단 글을 내리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박형준 홍보기획관도 조 대표와 전화 통화를 했는데, 박 기획관은 <오마이뉴스>에 "(조 대표에게) 전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글에 대해 뭐라고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주목할 점은, 조 대표가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경고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 대표는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이 있었던 작년 7월 12일 "남북한 좌익들로부터 협공을 당한 형국의 이 대통령이 단호한 대응에 실패한다면 이번엔 보수층이 들고 일어나 그를 레임덕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초에도 그는 "(정부여당의) 미디어법 개정안 처리 연기는 사실상 MBC 노조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항복으로 비칠 것"이라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통령과 여당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도 커질 것이다. 조기 레임덕이 시작될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조 대표가 과거에도 자신이 쓴 글로 인해 청와대의 항의를 받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언론인의 소신과 직언을 유달리 중시해온 그가 이번에 자신의 글을 내린 것은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조갑제닷컴>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글을 올린 후에도 빠진 내용이 있거나 사실관계가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일단 글을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지만 삭제 경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한편으로, 청와대가 보수층에 영향력 있는 논객에게 직접 항의 표시를 한 것은 청와대가 최근의 민심 이반에 그만큼 위기감을 느끼는 방증으로 읽힌다.
#조갑제 #레임덕 #박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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