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천상병 시인의 옛집충남 태안군 안면도 시골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모종인(56), 이숙경(47)부부가 천 시인이 마지막 생을 마감할 때까지 살던 의정부 옛집을 재개발로 인해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시골 오지마을로 옮겨왔다.
정대희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 가서, 말하리라 아름다웠더라고..."고(故) 천상병 시인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도 그의 대표적인 시 '귀천'의 일부분인 이 문장을 한 번쯤 들어보지 못한 이는 없을 것이다.
'문단의 마지막 순수시인' 또는 '문단의 마지막 기인(奇人)'이라 불리는 고(故) 천상병 시인. 그가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을 끝내는 날까지 살다간 옛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충남 태안군 안면읍 대야도. 시골마을에서도 오지로 불리는 이곳에 고(故) 천상병 시인의 옛집이 서해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동산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일본 효고현 히메지시에서 출생해 마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삶의 둥지를 의정부에 틀었던 시인의 옛집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왜 이런 오지에 들어서 있을까?
고인의 옛집을 옮겨왔다는 모종인(56), 이숙경(47)부부를 만나보았다.
카페 '귀천'이 맺여 준 인연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펜션을 운영하고 있는 모종인, 이숙경 부부. 겉보기도 여느 시골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이들 부부가 고인의 옛집을 옮겨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모종인씨는 '사명감을 느꼈다'는 말을 시작으로 사연을 풀어놓았다. 모씨는 대학 시절 디자인을 전공하고 졸업 후 고향인 충남 안면도로 귀향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고 한다.
허나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주기적으로 서울 인사동을 찾게 만들었다. 천 시인과의 인연은 이때 비로소 시작됐다.
젊은 시절부터 평소 천 시인의 시를 좋아한 모 씨는 주변 동료들이 마련해준 천 시인과 그의 부인 목순옥 부부가 운영하는 카페 '귀천'을 찾게 됐고, 그 후 서울에 갈 때면 어김없이 인사동 카페에 들러 이들 부부와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면서 친분이 두터워졌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천 시인이 고인이 된 후에도 이어졌다. 모씨는 아직도 한 달에 두세 번 이제는 목순옥 여사가 홀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사동 '귀천' 카페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