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후퇴를 염려하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교수 사회의 시국선언이 전국 대학가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시국선언은 지난 3일 서울대·중앙대 교수들을 시작으로 4일 신라대, 5일 경북대·영남대·경성대·경상대·충북대, 7일 서강대·부산대에 이어 8일에는 고려대·성균관대 등으로 이어졌다. 9일엔 수도권 뿐만 아니라 호남·충청·강원 지역의 대학 교수들도 시국선언에 동참한다.
현재까지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한 대학은 20여 곳이며, 11일까지 전국에서 30곳이 넘는 대학에서 교수 시국선언이 발표될 예정이다.
고려대 교수들 "이명박 정부, 오만한 권력의 모습 드러내"
8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학교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오만한 권력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국정 쇄신을 요구했다.
고려대 교수 131명은 이날 오전 10시에 배포된 시국선언문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소통에 있다, 현 정부 들어 소통의 통로는 곳곳에서 굴절되고 봉쇄되었다"며 "시민들이 공권력 남용 앞에 무력하게 쫓기는 풍경이 일상화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용산참사·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추모행렬에서 나타난 민의를 헤아리기보다 정략에 사로잡힌 오만한 권력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더욱이 일부 언론의 편파적이고 왜곡된 보도행태는 닫힌 사회로의 길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교수들은 이어 "사회 갈등의 원천에 눈감고 현실을 왜곡하는 정부의 몰염치한 정책기조가 민주주의의 장래에 암울한 전조를 드리우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정치적·경제적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마침내 사회통합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은 "이명박 정부는 이미 시효를 상실한 신자유주의를 교조적으로 추종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며 "절대적으로 낙후된 우리의 복지현황은 현 정부 들어 오히려 악화되었고, 실업·빈곤·양극화·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치러야할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식으로서 국민적 기대와 요구에 선도적으로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늦게나마 통감한다"는 고려대 교수들은 이명박 정부에 ▲ 국정 쇄신 ▲ 사법부·검찰·경찰 개혁 ▲ 표현·집회·결사·언론의 자유 보장 ▲ 쟁점법안의 충분한 의견수렴 ▲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위 개선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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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대 교수도 시국선언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 박정호
▲ 성대 교수도 시국선언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 박정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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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 교수들 "군사정권 악몽 떠오른다"
성균관대학교 교수 35명도 이날 오전 11시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희생으로 일궈온 민주주의의 싹이 짓밟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대응과 몰상식한 언행 등은 과거 군사정권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며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합법을 가장한 인권침해가 자행될진대, 과연 평범한 시민 개개인의 인권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을지 심히 의심스럽다"고 강조했다.
성균관대 교수들은 서민들의 생활과 사회복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은 "해고와 방임, 최저임금 삭감 및 비정규직의 고용기간 연장 시도, 사회복지의 축소, 공·사교육비의 개인부담을 더욱 늘리는 교육제도의 도입 등과 같이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이 모든 것들이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라며 "대다수 시민들의 소망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독선적인 정치 행태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균관대 교수들은 ▲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 표현·집회의 자유 보장 ▲ 언론 장악 계획 포기 ▲ 서민·비정규직·철거민의 의견 수렴 등을 요구했다.
박상환 동양철학과 교수는 "전직 대통령을 벼랑 끝에서 밀어 떨어뜨린 상황을 묵과할 수 없어 시국선언을 하게 됐다"며 "2009년이 기점이 되어 배타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이 나라에 민주화가 다시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경제 위기에 맞선 성균관 공동행동', '대학생 다함께' 소속 학생 20여 명은 시국선언 발표장에 찾아와 '민주주의를 부탁해' '민주주의 탄압에 맞서 반격' 등의 피켓을 들고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지지했다.
다음은 고려대 교수와 성균관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전문] 고려대 교수 131명 시국선언문 |
현 시국에 관한 우리의 제언
오늘 한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간 군사독재의 망령을 떨치며 민주주의가 크게 진전되어 왔으나 이제 다시 권위주의의 그림자가 우리사회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무엇보다도 소통에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 들어 소통의 통로는 곳곳에서 굴절되고 봉쇄되었다. 공권력이 국회에 진입하고, 광장을 폐쇄하며, 시민단체와 인터넷에조차 재갈을 물리고 있다. 이제 소통의 출로를 찾지 못한 시민들이 공권력의 남용 앞에 무력하게 쫓기는 풍경이 일상화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와 용산참사,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추모의 행렬에 나타난 민의를 헤아리기보다 정략에 사로잡힌 오만한 권력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건강한 소통의 질서를 세우는 것은 언론의 몫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의 편파적이고 왜곡된 보도행태는 닫힌 사회로의 길을 부추기고 있다.
한 사회에서 소통이 절실한 쪽은 사회경제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통의 정치는 일차적으로 강자의 의무요 책임이다. 이명박 정부는 소통의 공간을 폐쇄한 채, 이미 시효를 상실한 신자유주의를 교조적으로 추종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절대적으로 낙후된 우리의 복지현황은 현 정부 들어 오히려 악화되었고, 실업과 빈곤, 양극화,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우리사회의 약자들이 치러야할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정부의 단순한 정책적 착오나 실패를 거론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문제 삼으려는 것은 민의를 거듭 외면하는 정부의 태도다. 사회갈등의 원천에 눈감고 현실을 왜곡하는 정부의 몰염치한 정책기조가 민주주의의 장래에 암울한 전조를 드리우고 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가 특정계층에 편중된 정책과 일방적 국정운영을 지속함으로써 그간에 일구어온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마침내 사회통합의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을 크게 우려한다.
이제 우리는 시대의 아픔과 위기의 징후를 예민하게 포착해야하는 지식인으로서 국민적 기대와 요구에 선도적으로 부응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늦게나마 통감하며 현 정권에 대해 다음 사항을 촉구한다.
1. 대통령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국정쇄신을 단행해야 한다.
1.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사법부와 검찰, 그리고 경찰은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1. 현 정부 들어 크게 위축된 표현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1. 논란이 많은 쟁점법안은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추진되어야 한다.
1. 노동 및 경제 관련 법규를 전향적으로 개정하여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위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2009년 6월 8일 고려대학교 서명교수 일동 |
[전문] 성균관대 교수 35명 시국선언문 |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우리는 지금 슬픔에 잠겨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고통과 희생으로 움틔워 온 민주주의의 싹이 짓밟히는 위기를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전후하여 벌어진 일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이를 실감한다. 표적 수사와 중계방송을 연상시킨 혐의 공표 등과 같은 검찰의 불법적인 수사행태, 시민들의 자발적인 추모에 대한 경찰의 폭력적 대응과 몰상식한 언행 등은 과거 군사정권의 악몽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합법을 가장한 이런 인권침해가 자행될진대, 과연 평범한 시민 개개인의 인권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을지가 심히 의심스럽다.
우리는 이런 것들이 검찰과 경찰의 수준에서 이루어진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용산 철거민의 시신이 다섯 달 째 방치되어 있는데도 철거는 계속되고, 합당한 민주적 논의절차도 없이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억압할 수 있는 언론법의 제정이 시도되고 있다. 현 정권의 구조화된 비민주적 정치 의도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이와 같은 일련의 사건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
민주주의의 위기와 더불어 서민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일자리를 지키고 만들며 사회복지를 증진시켜 나아가야 할 절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해고의 방임, 최저임금 삭감 및 비정규직의 고용기간 연장 시도, 사회복지의 축소, 공·사교육비의 개인부담을 더욱 늘리는 교육제도의 도입 등과 같이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도대체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 대다수 시민들의 소망을 무시하고 진행되는 독선적인 정치 행태 앞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민주주의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역사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진리와 정의를 배운 학생들이 비민주적인 정치행태를 보고 실의에 빠지거나 이에 저항하다가 희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시민과 소통하는 민주 정부로 거듭나야 한다고 믿고 있는 성균관대 교수 일동은 현 정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이명박 대통령은 무리한 공권력의 사용에 대해서 국민 앞에 진솔하게 사과하여야 한다.
1. 현 정권은 민주주의 기본 가치인 사상, 표현, 집회의 자유를 억압하려 들지 말며, 관련 법규를 제·개정하여 언론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포기하여야 한다.
1. 정부는 혹독해진 경제 환경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나 철거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09년 6월8일
이에 뜻을 같이하는 성균관대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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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8 14:50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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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모교' 고려대-성균관대도 "이명박 정부는 오만한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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