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없이 면피·변명으로 일관한 검찰
반론 못 하는 고인, 두 번 욕보이는 꼴"

문재인 전 비서실장, 검찰 '정당한 수사' 발표에 대해 맹성토

등록 2009.06.12 17:44수정 2009.06.1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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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만표 수사기획관. ⓒ 유성호

대검찰청 이인규 중앙수사부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기자실에서 '박연차 게이트'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만표 수사기획관. ⓒ 유성호

 

[기사 보강: 12일 저녁 8시]

 

'봉하마을의 분노'가 폭발했다. 기어코 검찰이 불을 지폈다.

 

이인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검사장)은 12일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정당했다"는 것이다. 임채진 전 검찰총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책임을 지고 총장직에서 사퇴한 지 9일만이다. 그러나 수사책임자는 사과 한 마디 없었다.

 

노 전 대통령측 변호인단은 당장 "고인을 두 번 욕보이는 행태"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추모 열기를 더 해가고 있던 경남 김해 봉하마을은 잔뜩 격앙된 분위기다. 변호인단을 이끌었던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검찰이 아무런 반성 없이 철저하게 면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통령 돌아가셔서 아무런 반론할 수 없는데..."

 

검찰은 이날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 천신일(66)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11명을 추가로 기소하면서 6개월여에 걸친 수사의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수사 발표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재임 중이던 지난 2006년 9월부터 퇴임 직전인 2008년 2월까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미화 640만 달러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참고인들의 사생활과 명예가 훼손될 우려가 높다"며 구체적인 수사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내사 종결(공소권 없음)'을, 박 전 회장에 대하여는 입건유예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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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 사진공동취재단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이날 <오마이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검찰의 수사 발표는 크게 두 가지 잘못이 있다"며 맹성토했다.

 

"하나는 검찰이 아무런 반성이 없다. 그동안 굉장히 많은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해서 비판을 했고, 심지어 검찰총장까지 국민들에 대한 사죄를 말하면서 사퇴까지 했는데, 정작 수사팀에서는 아무런 반성이 없지 않나. 심지어 검찰 보도자료 맨 끝에 '제도 개선을 강구한다'는 표현이 있는데, 도대체 어떤 부분이 문제여서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말이 없다. 철저하게 면피,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둘째,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 내용을 판단하지 않는 것처럼, 비껴가는 것으로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정작 박연차 회장의 혐의 부분에서는 '혐의 내용이 인정된다'고 했다. 박연차 회장의 혐의가 인정된다면 곧바로 노 전 대통령의 혐의가 인정된다는 것 아닌가? 그 혐의라는 게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 아닌가?"

 

문재인 전 실장은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아무런 반론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검찰이 기존에 했던 행태를 다시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전 실장은 이어 "박연차 회장의 혐의 내용이 정말 인정된다면, 그리고 그에 대해 검찰이 자신 있다면, 박 회장을 왜 기소하지 않느냐"고 반문한 뒤, "검찰이 그 이유를 2~3개 들었는데, 궁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이 박 회장을 기소하지 못하는 이유는 박 회장이 법정에서 말만 바꾸면 공소 유지가 어렵기 때문 아닌가? (박 회장이) 말만 바꾸면 기소 내용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때문에 (검찰이) 기소하지 못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박 회장이 말을 바꾼다고 공소 유지가 안 된다는 것은 (혐의) 사실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이 제대로 규명된 것이라면 한 사람이 말 바꾼다고 공소 유지가 안 되겠나?"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생전에 밝힌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혐의가 없다'고 발표해야 했고, 그게 어렵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사실관계나 실체 규명이 어렵게 됐다고 판단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검찰은 끝까지 체면치레를 하고 수사의 정당성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날 노 전 대통령의 수사내용을 공개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함으로써 뭔가 배려하는 듯이 보이려고 했지만 결국 박연차 회장의 혐의를 판단하는 부분에서 '혐의를 인정한다'고 했다"며 "그게 뭐가 공개하지 않은 것이냐"고 꼬집었다.

 

"국민들은 검찰이 왜 '짜맞추기 표적수사'를 했는지 궁금하다"

 

검찰이 이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은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노 전 대통령 및 가족들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 주장 ▲신병 결정 지연 주장 ▲보복·표적 수사 주장 ▲노 전 대통령 조사시 예우 ▲피의사실 공개 등 그간 불거진 논란들에 대해선 자세히 설명한 것에 대해서도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해서, 특히 피의사실 공표나 명예훼손 등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강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혀왔다. 그런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 이유는, 굉장히 많은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해서 문제제기와 비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그런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귀 기울이고 받아들여서, 문제개선 의지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이번 일이 우리 사회 발전에 굉장히 큰 긍정적인 기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 행태가 좀 더 민주국가답게 성숙되길 기대한 것이다. 그런데 오늘 검찰 발표를 보면 전혀 그런 자세가 되어 있지 않고, 그런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수사였다"며 표적수사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에 대해서도 문 전 비서실장은 "일일이 반박하지 않아도, 그런 것은 오히려 기자들이 더 잘 알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앞서 문재인 전 비서실장을 비롯해 전해철 전 민정수석, 김진국 전 법무비서관 등이 포진한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 발표에 대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반박 자료를 냈다.

 

이들 변호인단은 검찰 발표 직후 노 전 대통령의 홈페이지 '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자료에서 "검찰은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책임회피와 자기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미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두 번 욕보이는 행태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특히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진실은 검찰이 누구의 지시로, 어떤 목적으로, 왜 '정치적 기획수사' '짜맞추기 표적수사'를 했느냐에 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수사브리핑을 통해 피의사실 등을 공표했다'는 지적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손상시켰다고 거론되는 몇몇 사례는 검찰이 브리핑하거나 확인해 준 내용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일방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등 이번 수사와 관련된 검찰의 행태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검찰의 수사 행태를 성토했다.

2009.06.12 17:44 ⓒ 2009 OhmyNews
#노무현 전 대통령 변호인단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박연차 게이트 #검찰 수사 발표 #짜맞추기 표적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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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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