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6.10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에 대한 해산작전을 펼치면서 방패로 달려가는 시민의 머리와 목을 가격하고 있다.
<민중의 소리> 제공
경찰 조직의 가장 큰 문제는 폭력에 대해 서로 모순되는 두 가지 기준을 각각 시민과 경찰에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시민들에게는 높은 비폭력 수준을 요구하며 물리적인 폭력은 물론 주변인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모든 행위를 폭력으로 간주하는 '수준 높은' 폭력 민감성을 보이고 있다.
경찰의 '폭력 민감성'이 반영된 기준에 따르면 집단의 힘이 경찰에게 심리적 불안을 줄 수 있으므로 많이 모여서도 안 되고, 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므로 집회 참가자들은 절대 차로로 내려와선 안 되고, 상인들의 영업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상행위가 이뤄지는 주변에서의 집회는 안 된다. 자신을 방패로 찍는 경찰을 우산으로 때려서도 안 되고, 터지면 경찰이 놀랄 수 있으므로 풍선을 들고 있어도 안 되고, 말 못하는 잔디가 아파할 수 있으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은 사람이 서울광장의 잔디를 밟아서도 안 된다.
그러나 경찰은 자신들의 폭력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의 '수준 높은' 둔감함을 드러내면서 명백한 물리적인 폭력도 정당화시킨다. 공격할 능력이 전혀 없는 시민들을 지하도에 가두고 때려도 그것은 경찰의 공무 집행 행위이며 폭력은 아니라고 한다.
차도로 내려오는 시민들을 최소한으로만 사용해야 하는 방패와 호신용 쇠막대기인 삼단봉으로 때려도 그것은 교통 흐름을 재개시키기 위한 공적 노력이지 폭력은 아니다. 방패와 삼단봉을 사용한 것은 소대장이 한 시민으로부터 우산으로 맞은 '긴급 상황'에서 발생한 우발적 사태일뿐 폭력은 아니다. 취재 중인 사진기자에게 최루액을 살포한 것은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당방위이며 폭력은 아니다.
경찰의 수동적 대처, 시민들 화만 돋운다경찰은 공권력이고 경찰에게 무장이 허용된 이유는 자신들의 안전이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다. 그러므로 경찰은 시민들의 물리적 폭력에는 방어적 태세로 대응하고 자신들의 무력행사는 대상이 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민감하게 다뤄야 한다.
그러면 경찰은 시민들의 공격에 그저 온 몸을 내맡겨야 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 최악의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라면 방어적 태세를 취하고 시민의 안전부터 확보해야 하는 것이 전 세계 경찰의 보편적 복무 기준이다. 더군다나 6·10 대회에서처럼 폭력이 발생할 정황적 근거가 없는 상태라면 폭력적 대응은 전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해명하면서 흥분한 몇 몇 경찰의 개별 행동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흥분한" 경찰들의 돌출행동에 대한 경찰 조직 차원에서의 처리 방식이 전혀 선명하지 않다. 명백한 영상증거가 있음에도 "과도하게 사용된 점이 있는지" 조사를 해보겠다고 한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런 상황에 대한 조사는 언론이 공개하기 전에 이미 자체 조사가 이뤄졌어야 한다. 언론에 영상이 공개된 경우에만 마지못해 조사를 하는 이런 대응 방식은 국민들의 화만 돋운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집회가 있을 때마다 거리에 진을 치고 시민들과 대치해야 하는 경찰들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또는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의 동생이고, 오빠고, 아들이고,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은 방패를 든 경찰들과 대화를 하기도 하고, 가끔은 책임자 몰래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