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회사 홍보 마라톤 준비 중 숨지면 산재"

1심 "업무상 재해"→ 항소심 "산재 아니다"→ 대법 "업무상 재해"

등록 2009.06.14 16:43수정 2009.06.14 16:43
0
원고료로 응원

회사 홍보를 위해 마라톤대회에 참석할 것을 권유받고 달리기 연습을 하다가 숨졌다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농협중앙회 포항권역보증센터에 근무하던 A씨는 2007년 4월 직장에서 단체로 참가하기로 한 마라톤대회 연습을 위해 달리기를 하던 중 쓰러져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A씨의 부인 한OO(45)씨는 "남편은 수시로 출장을 다니는 등 업무가 과중했고, 승진누락과 실적부진으로 인해 심리적인 압박을 받아오던 중 회사가 경쟁상대인 다른 은행과의 영업경쟁에 이기기 위한 홍보전략 차원에서 단체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할 것을 독려했고, 그 연습을 위해 달리기를 하던 중 사망했다"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금과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이 "망인의 마라톤 연습은 자발적인 것으로서 사업주의 지배ㆍ관리 하에 있지 않고, 사망과 업무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거부하자, 한씨가 소송을 냈다.

 

1심인 대구지법 권순탁 판사는 지난해 4월 "망인은 만성적인 업무상의 과로와 스트레스의 누적으로 급성심근경색증이 유발돼 사망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피고는 원고에 대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한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인 대구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최우식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원고 승소 판결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망인이 회사 동료 13명 중 5명이 가입한 마라톤 동호회 정기연습에 참가해 달리기 연습을 하다가 사망한 점, 달리기 연습은 자율적인 동호회 활동으로 보여지고, 달리 동호회 활동이나 달리기 연습이 사업주의 지배ㆍ관리하에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망인의 달리기 연습을 업무상 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1부(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한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부지급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은 재해 수개월 전부터 현저히 증가한 업무량과 실적에 대한 부담, 그리고 실적부진에 대한 상사의 계속되는 질책 등으로 인해 육체적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누적됐고, 이러한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기존 질환을 통상의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키면서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회사 측이 전 직원에게 마라톤대회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지원했을 뿐 아니라, 동호회를 주축으로 대회 참가를 위한 연습까지 하도록 지시했던 점에 비춰 보면, 마라톤 연습에 참여한 행위는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수행성이 인정되고, 이 사건이 동호회의 자율적인 정기연습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도 달리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망인의 재해는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 및 업무수행성이 인정되는 이 사건 연습으로 발생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원심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는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09.06.14 16:43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업무상 재해 #마라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라면 한 봉지 10원'... 익산이 발칵 뒤집어졌다
  2. 2 "이러다간 몰살"... 낙동강 해평습지에서 벌어지는 기막힌 일
  3. 3 한밤중 시청역 참사 현장 찾은 김건희 여사에 쏟아진 비판, 왜?
  4. 4 주민 몰래 세운 전봇대 100개, 한국전력 뒤늦은 사과
  5. 5 "곧 결혼한다" 웃던 딸, 아버지는 예비사위와 장례를 준비한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