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 채택했다고 표적 감사?

울산교육청, 8개월 지나 재조사... 학운위원들 "투표 거친 적법한 결과"

등록 2009.06.15 16:15수정 2009.06.1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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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운영위원회에서 표결 끝에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채택하는 안이 통과되고 방망이까지 두드렸는데 무슨 소리입니까?"

울산시교육청이 최근 역사교과서로 금성교과서를 채택해 사용하고 있는 한 고교에 대해 "투·감표 과정 등에 문제가 있다"며 감사를 벌이자 당시 개표를 맡은 한 교사는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교사가 지난해 교과서 채택 당시 이 학교 교장이 개표 결과를 조작하려 한 의혹이 있다는 주장과 함께 교육청의 표적 감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울산교육청 감사

a  2008년 11월 17일 오후 보수단체인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회원들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북좌경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 검정 취소'를 촉구하며, 금성교과서를 채택한 학교 명단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08년 11월 17일 오후 보수단체인 반국가교육척결국민연합 회원들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북좌경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 검정 취소'를 촉구하며, 금성교과서를 채택한 학교 명단을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권우성


2008년 11월 울산 H여고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열고 심의된 역사교과서 선정건에 대해 격론을 벌인 끝에 학교운영위원 11명이 투표, 6대5로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감표위원은 전교조 소속 A교사와 학부모 B씨. 투표가 끝난 후 감표 위원은 6대5로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채택됐음을 확인하고 간사인 행정실장 확인을 거쳐 학교운영위원장이 이를 공표하는 방망이를 두드렸고, 학교운영위원 외 이 학교 교사 10여 명도 참관해 이를 확인했다.

지난해에 정부와 뉴라이트 등은 금성 역사교과서에 문제제기를 했고, 울산교육청은 지난해 7월 15일 각 고교에 사실상 금성 역사교과서를 채택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공문을 보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김상만 울산시 교육감이 지역 고등학교장들에게 금성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많다는 내용을 학부모강연회를 통해 알릴 것을 권고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전교조 울산지부는 "역사왜곡의 선봉, 정권의 주구를 자임하는 교육감의 무철학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내고 "김상만 교육감과 울산교육청은 역사왜곡 시도를 중단하고, 학사운영에 관한 부당한 간섭에 대해 사과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학교장, 다음 날 투표 용지 확인하고 딴소리  

 논란이 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금성출판사).

논란이 된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금성출판사). ⓒ 권우성

감표를 맡았던 이 학교 A교사에 따르면 역사교과서 결정이 난 다음날 학교장은 행정실 직원에게 투표용지를 가져올 것을 주문한 뒤 투표용지를 재확인,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5표, 다른 교과서가 6표"라며 애초 사실과 다른 내용을 주변에 알렸다.

그러자 A교사와 참관한 교사들이 "개표된 투표용지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고, 학교장이 당초 결정대로 금성출판사 교과서를 쓰기로 하고 사태가 일단락됐다.

하지만 8개월 뒤인 최근 울산시교육청이 갑자기 감사반을 학교에 투입해 이 문제를 감사하고 나선 것.

이에 대해 A교사를 비롯한 이 학교 일부 교사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A교사는 "당시 학교운영위원회가 끝난 후 학교장이 저녁 8시경 아무도 없는 학교로 왔다 돌아갔다는 증인도 있다"면서 "그런데 다음날 투표 결과가 잘못됐다고 했다"며 개표용지 조작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표결이 끝난 결과를 왜 바로 그날 확인하지 않고 이튿날 확인하겠다고 나섰느냐"면서 "믿기지 않았다면 회의 당일 재검표를 요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8개월 뒤 감사를 벌이는 울산교육청에 대해서도 표적감사 의혹을 제기했다.

학교장 "수업 지장 주지 않기 위해 넘어간 것"... 학부모 "분명히 확인한 내용"  

하지만 이 학교 교장은 이런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그날 회의에서 나와 학교운영위원장은 개표 용지를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금성출판사 교과서가 채택되면)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돼 다음날 출근해 투표 용지를 살펴보니 금성출판사가 5표, 다른교과서가 6표더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선관위에 질의하니 '한번 결정나면 안 된다'고 해서 학생들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그냥 넘어간 것"이라며 "당일날 학교로 온 일도 없고, 현재 감사도 나 모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당시 이 학교 학부모운영위원으로 A교사와 함께 감표를 맡았던 B씨는 "표결 때 투표한 것을 확인한 결과 금성출판사 교과서 채택이 6표인 것을 분명히 확인했다"면서 "확인 후 표를 모아서 간사인 행정실장에게 줬고, 간사가 이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왜 이제 와서 교육청이 감사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면서 "얼마 전 교육청 감사반원에게 당시 일을 사실대로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울산시교육청 감사부서는 "첩보에 의해 감사가 진행 중이며 감사가 끝나면 결과를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금성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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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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