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문학공원 옆에 그림책버스가 서 있다. 2004년 5월 1일에 상에 얼굴을 내민 패랭이꽃그림책버스는 올해로 여섯 살이 된다.
오승주
천리길을 마다 않고 강원도 토지문학관을 찾아간 이유
서울에서 처음으로 차를 몰아 장거리 주행을 했다. 왕복 300km. 고속도로를 위태롭게 질주하다가 아주 정갈하고 예쁜 길을 만나 한적한 공원으로 들어갔다.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토지문학공원에 머물러 있는(주차됐다기보다) 그림책 버스에 도착한 것은 6월 10일 점심께다. 토지문학공원 한 편, 그림책 버스를 운영하는 이상희 관장(50)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대뜸 그림책 1권을 읽어줬다. 2004년 5월1일 개관식을 할 때 이 관장은 축사 대신 그림책 읽기로 갈음했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그림책 사랑'은 남다르다.
그림책을 읽어주고 빼놓지 않는 것은 '읽는 요령'이다. 이상희 관장은
"그림에 많은 설명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감정을 살리거나 구연동화를 읽는 식으로 읽지 말고 담담하게 읽으라"고 조언했다. 불필요한 기교가 오히려 가독성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호흡'은 중요하니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림책의 전개를 보면서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속도만으로 극적 효과를 얼마든지 낼 수 있다.
기자가 불원천리(不遠千里)하고 강원도를 찾은 이유는 이동도서관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운영에서부터 도서 확보 등 자잘한 질문들을 들고 가서 4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지만 이상희 관장은 피곤한 기색 없이 오히려
"작은도서관 코디네이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자를 압박했다. 이상희 관장의 말대로 아이들이 그림책을 읽을 수 있는 기반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다. 오죽했으면 관련 업계에서는 "꼭 책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유독 책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뜻있는 많은 사람들이 "작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서 준비를 했지만 좌절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실패의 이유는 '운영' 때문이었다. 작은도서관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열의만큼 매뉴얼이 탄탄한 편이 아니다. 도서관 운영에 들어가는 품은 많은데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노하우를 지원받을 수도 없으니 도서관을 세웠다고 하더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이동도서관을 만들면 A~Z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기록해서 새로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분들께 제공할 노하우와 매뉴얼을 만들어볼 생각이 없느냐는 역제안에 당황했다.
하지만 책에 대한 이 관장의 열정에 감탄하기에는 충분했다. 패랭이꽃 그림책 버스는 처음에는 아무 준비 없이 "순진하게" 벌인 일이었는데, 점점 일이 커졌다. 한 출판사에서 버스의 외벽과 내부 페인팅을 무료로 해주었고 지역 방송사와 공무원, 대학 학술원장, 박물관장 들이 말없이 도와준 덕분에 현재의 "도서관 꼴"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이 관장은 누군가 자신처럼 도서관을 시작하는 데 대해서는 손사레를 쳤다. 시행착오가 워낙 많아서 자신처럼 그림책에 푹 빠지지 않고서는 현실적 어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는 도서관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매뉴얼 작업이 절실하다는 말은 인터뷰가 끝나는 동안 계속 강조했다.
'손쉬운 도움'보다는 발품팔아 "손때 묻은 도서관"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