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132명 교수 "낙동강 정비 앞서 명확한 식수 대책부터"

등록 2009.06.17 10:53수정 2009.06.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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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지역 교수들은 17일 4대강 정비 반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안동지역 낙동강 둔지 정비 사업 현장. ⓒ 초록의공명(지율)

영남지역 교수들은 17일 4대강 정비 반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안동지역 낙동강 둔지 정비 사업 현장. ⓒ 초록의공명(지율)

 

영남지역 교수들이 시국선언문을 통해 "명확한 식수 대책 없이 강행하는 낙동강 정비사업은 절대 불가하다"고 촉구했다. 경북대(41명)·대구대(23명)·인제대(28명)·경남대(34명) 등 영남지역 교수 132명이 17일 "1000만 영남 지역민의 식수원, 생명의 강, 낙동강을 지키기 위한 영남지역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을 했다.

 

국토해양부는 17일 중앙하천관리심의위원회의를 열어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에 대해 심의한다. 이날 심의를 앞두고 1차로 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을 했으며, 조만간 2차 시국선언할 예정이다. 이들은 '낙동강을 사랑하는 영남지역대학교들 일동'이란 이름으로 발표했다.

 

이들 대학 교수들은 "4대강 살리기는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비로소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우리 강토에 뿌리 내리고 있음을 이 사업을 통해 증명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에 대한 중앙하천관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서두르기보다 1000만 영남 지역민의 합의가 우선이다"며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의 심의 이전에 지역민들에게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전달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토론의 공간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시국선언 교수들은 "낙동강은 지금 살아 있다, 낙동강을 죽음의 강으로 내모는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것"과 "낙동강은 1000만 영남 지역민들의 식수원이다, 명확한 식수 대책 없이 강행하는 낙동강 정비사업은 절대 불가하다"고 지적했다.

 

1천만 영남 지역민의 식수원, 생명의 강, 낙동강을 지키기 위한 영남지역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

불과 며칠 전 우리는 현 정권의 민주주의를 퇴보시키는 행보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였다. 그런데 낙동강을 비롯한 전국의 물줄기가 가로막히고 파헤쳐질 급박한 위기에 직면한 현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시국선언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뜻을 밝히고자 한다.

 

○ '한반도 대운하'에서 '4대강 정비사업'으로 이름만 바뀐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4대강 정비사업의 중요한 축은 바로 낙동강이다. 오는 17일 중앙하천관리심의위원회는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의 심의에 들어간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추진과정을 되짚어보면, 중앙하천관리심의위원회는 현 정부에게 4대강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확보해주기 위한 형식적인 심의절차에 지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 정부는 환경파괴의 대안 없이 조급하게 사업계획을 공식화시키려고 한다. 현 정부는 법정 계획화, 즉 법적 보장을 받는 사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이전보다 수월하게 반대여론을 억누르고 의도한대로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이름 하에 '한반도 대운하'의 전 단계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의 본 사업과 직접 연계사업에 22조2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밝히고는 있으나, 단 한 번도 사업비의 조달 방법에 대해서는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부대사업까지 합하면 30조원을 훌쩍 넘길지도 모르는 대규모 공공토목공사에다가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을 붙여놓고는 있지만, 국민들은 4대강 정비사업이 정작 강을 살리는 데는 한 푼도 들이지 않는 환경파괴적인 사업임을 잘 알고 있다.

 

○ 정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은 운하사업일 뿐이다. 정부는 국민을 상대로 4대강 정비사업이 자연과 인간이 공생하는 국토의 재창조,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강 살리기라고 현혹시키고 있지만, 사업비 집행계획에서는 생명이나 환경, 문화, 사람을 살리기 위한 어떠한 대책도 예산도 찾아볼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통령후보 시절에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내걸었을 때부터 사회 각계각층의 지식인들과 종교인들, 환경‧시민단체들, 일반 시민들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전국토를 반생태적인 토목사업으로 파괴할 것을 우려하여 반대하였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작년 6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대운하 포기 선언을 하였음을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4대강 정비사업과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전 단계가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우리는 영남 지역민의 영원한 생명수, 낙동강의 미래를 크게 우려한다. 낙동강은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남 지역민의 영원한 식수원이다. 아무런 식수 대책 없이 일단 강바닥부터 파고 보자는 밀어붙이기 식의 강압적 행정집행은 낙동강을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하여 영원히 식수원으로 쓸 수 없게 만들고 말 것이다. 미래세대에게 무참히 파괴된 낙동강을 물려주는 것은 윤리적으로 올바른 일이 아니다. 250만 대구 시민들의 식수원으로는 안동댐의 물을 주겠다고 하고, 가장 하류지역에 위치한 350만 부산 시민들에게는 남강댐의 물을 주겠다고 하여, 상류 지역민과 하류 지역민들 간에 갈등을 부추기는 일은 국민통합을 이루어내야 할 중앙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또한 정부의 취수원 이전정책에 반대하는 지역민들에게 지역이기주의라는 오명을 덧씌우는 일도 중앙정부가 해서는 안 될 짓이다. 현 정부는 그동안 낙동강 수질이 좋아지고 있다던 환경부의 공언을 뒤집고 갑자기 낙동강이 죽었다고 말하고 있다. 덩달아 지자체장들도 이구동성으로 낙동강이 썩었다고 하상 준설, 수중보 설치, 하천 정비 등 토목공사를 벌여야 한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4대강 정비사업이 낙동강을 죽이는 사업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8개의 수중보로 갇힌 물은 썩게 마련이고, 상주에서 부산까지 300㎞ 구간에 걸친 4.4억톤의 하상 준설은 수생태계의 황폐화라는 재앙을 몰고 올 것이다.

 

○ 4대강 정비사업은 지역민의 '자발성' 이라는 가장 큰 합의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한반도 대운하 논란의 첫머리에서부터 국토 훼손과 환경파괴라는 반대여론이 줄기차게 터져 나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4대강 유역 지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4대강 정비사업의 설명회와 공청회는 지역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규모 공공토목사업에서 이익을 탐하는 사람들끼리 의기투합하여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다. 급기야 4대강 정비사업 마스터플랜 설명회장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물리적인 방법까지 동원하여 정비사업의 강행을 저지하는 상황에 접하여, 우리는 4대강 정비사업의 강압적인 추진방식으로 인해 시민들이 독재정권에 대한 투쟁을 통해 어렵게 획득한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우리는 지역민의 '자발성'이 결여된 4대강 정비 사업이 지자체들의 국비 나눠먹기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우리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음을 걱정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학계, 종교계, 문화계 등을 망라한 많은 지식인들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음을 우려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충정어린 지식인들의 시국선언에 대하여 '우리나라는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뿌리내렸지만 폭력을 앞세운 이념과 집단이기주의가 이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시국인식과, 스스로 공권력을 동원하여 시민들의 6‧10범국민대회를 공공연히 탄압하는 통치행위를 하면서도 시민들에게 폭력과 집단이기주의의 탓을 돌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의식에 접하여, 우리는 다시 한번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 무리한 사업추진은 국민적인 반발만 가중시킬 뿐이다.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에 대한 심의는 4대강 정비사업이 아주 중요하고 결정적인 시기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지역민들의 의견을 묻고 토론하고 협의하는 시간을 갖지 않은 채 이대로 심의가 이루어진다면, 그 결과의 승복여부를 떠나 4대강 정비사업은 이명박 정부의 독단과 아집으로 점철된 일방통행 식 국책사업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지금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곧장 사업시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의과정을 유보시키고, 지역민들을 설득하여 지역민들로부터 사업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도록 힘써야 한다. 낙동강에 삽질을 하고 싶다면 우선 낙동강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영남 지역민들부터 설득하여야 한다. 정부가 진실로 낙동강을 살릴 수 있는 타당한 계획안을 제시한다면 영남 지역민들은 충분히 받아들이고 지지해 줄 것이다.

우리가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특별하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음에 요구하는 사항들은 그동안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에 대한 검토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는 다시 현 정부에게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4대강 살리기는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서 비로소 이루어져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우리 강토에 뿌리 내리고 있음을 이 사업을 통해 증명하라.

-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에 대한 중앙하천관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서두르기보다 1천만 영남 지역민의 합의가 우선이다.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의 심의 이전에 지역민들에게 구체적인 사업내용을 전달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다양한 토론의 공간을 마련하라.

- 낙동강은 지금 살아 있다. 낙동강을 죽음의 강으로 내모는 '낙동강유역 종합치수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

- 낙동강은 1천만 영남 지역민들의 식수원이다. 명확한 식수 대책 없이 강행하는 낙동강 정비사업은 절대 불가하다.

 

2009년 6월 16일. 낙동강을 사랑하는 영남지역대학교들 일동 = ▲경북대(총 41명) : 강진아(역사), 강진호(영어), 김규원(사회), 김규종(노문), 김기현(국문), 김병수(원예), 김병욱(불교), 김사열(생물), 김석수(철학), 김영기(철학), 김영화(사복), 김윤상(행정), 김재석(국문), 김주현(국문), 김창우(독문), 김춘동(인류), 김태균(농경), 김형기(경제), 김형래(불교), 노진철(사회), 류진춘(농경), 박모라(식영),  박용구(임학), 박정순(신방), 박종희(전자), 박진완(법학), 배한동(윤리), 서종문(국교), 양승경(국악), 엄재열(농생),  엄창옥(경제), 이동진(사회), 이대우(노문), 이재하(지리), 이정우(경제), 주보돈(역사), 주영위(국악), 전현수(역사), 채장수(정외), 허정애(영문) , 황의욱(생교). ▲영남대(총 4명) : 구춘권(정외), 김학노(정외), 정병기(정외), 이승렬(영문). ▲대구대(총 23명) : 강영걸(사복), 강운선(일교), 김문봉(일문), 김영범(사회), 김용원(경제), 김성진(경제), 김인숙(미교), 짐재훈(경제), 김진상, 김홍중(사회), 나인호(사교), 안현효(사교), 양진오, 유병제(생물), 윤덕홍(사교), 임석회(사교), 전형수(경제), 정수철(불문), 조순제(행정), 조희금(가족), 최병두(사교), 허영은(일문), 홍승용(독문). ▲계명대(총 2명) : 노중국(역사), 임운택(사회). ▲인제대(총 28명) : 강석중(한국학부), 강필중(영문학과), 고영남(법학과), 김동규(의생명화학과), 김미경(일문학과), 김세연(언론정치학부), 김정락(임상병리학과), 박기현(중국학부), 박은정(법학과), 박지현(법학과), 양승호(디자인대학), 엄국현(한국학부), 오세일(음악학과), 유병태(중국학부), 이정우(사회복지학과), 이찬훈(인문학부), 전민현(나노공학부), 전채휘(건축학과), 제미경(생활상담복지학부), 조용현(인문학부), 조현우(외국어교육원), 하상필(기초대학), 한기욱(영문학과), 한용재(영문학과), 허도성(의생명화학과), 홍승철(보건안전공학과), 홍용근(물리치료학과), 황국명(한국학부). ▲경남대(총 34명) : 민병위(인문학부), 최유진(인문학부), 유장근(인문학부), 김재현(인문학부), 이지우(인문학부), 이재승(중국학부), 김정대(인문학부), 강인순(심리사회학부), 이은진(심리사회학부), 손진우(응용수리학부), 안승욱(경제무역학부), 정성기(경제무역학부), 김선광(경제무역학부), 이호열(경영학부), 김학수(경영학부), 김남석(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김영주(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김종덕(심리사회학부), 감정기(사회복지학부), 고재홍(심리사회학부), 김학범(경영학부), 신미식(교육학과), 김경희, 정상윤(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이승현(경영학부), 안차수(신문방송정치외교학부), 배대화(인문학부), 이상길(인문학부), 양운진(환경공학과), 윤존도(나노공학과), 서익진(경제무역학부), 이원제(환경공학과), 이찬원(환경공학과), 최영규(법학부).

2009.06.17 10:53 ⓒ 2009 OhmyNews
#시국선언 #낙동강 정비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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