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책' 인세가 MB 청와대 비서실로 간다고?

책 펴낸 지식공작소 대표 "봉하마을에 지급하는 게 합당"

등록 2009.06.17 19:07수정 2009.06.18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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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6대 대통령 비서실

참여정부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진이 펴낸 출판물의 저작권과 인세가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출판물은 2007년 6월 퇴임을 앞둔 노 전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과 함께 참여정부의 각종 국정지표와 통계를 집대성한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 그리고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이를 개정, 출간한 <노무현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이다.

<노무현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 개정 출판, 인세는 누구에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동안 정치권 등으로부터 경제를 살리지 못했다는 공격을 수없이 받아왔다. 자신을 의도적으로 비하하고 비판하려는 정치공세를 정면돌파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책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해 완성한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은 박정희 정부부터 참여정부까지의 성과를 경제, 사회, 정치, 지방발전, 환경과 문화 등 각 분야에 걸쳐 비교했다. "산업화를 이룩한 권위주의 정부는 유능했고, 민주정부는 무능하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함으로써, "진보정권 10년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공세를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 <있는 그대로 대한민국>의 출판사인 '지식공작소'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그의 참평포럼 토론 연설내용 등을 추가한 <노무현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을 다시 출간했다. 이 책은 곧바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고, 거의 1만권 가까이 팔려나갔다.

문제는 책 출판 당시 16대 청와대 비서실과 '지식공작소'가 계약할 때, 저자를 '청와대 비서실'로 못 박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여전히 '청와대 비서실'에 저작권이 귀속된다는 법률 해석에 따라 현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인세를 챙기게 됐다"고 보도했다. 책 판매액의 10%에 해당하는 인세가 봉하마을 쪽으로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논란이 확산되자, 박영률 지식공작소 대표가 직접 해명하고 나섰다. 박영률 대표는 17일 저작권 및 인세 귀속 논란에 대해 "세 가지 의견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가 밝힌 '세 가지 의견'은 다음과 같다.

1. 이 책의 글을 직접 쓰고 정리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제16대 대통령 비서실.
2. 공무상 작성한 저작물의 저작권은 정부에 귀속된다는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 정부.
3. 국가가 작성하여 공표한 저작물은 정부기관과 협의하여 국민이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정치인의 정치연설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저작권법의 규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

박 대표는 이어 "우리는 이 책의 저작권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제16대 대통령 비서실에게 인세를 지급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나 특정 국민이 저작권을 주장하며 인세지급을 요구한다면 법률의 판단을 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 및 인세는 봉하마을 쪽에 귀속되지만, 만약 향후에 정부 등에서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선다면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지식공작소'는 인세를 일 년에 두 번 지급하고 있다. 첫 번째 인세는 책이 출판되고 6개월이 지난 시점에 판매량을 계산해 그 다음 달에 지급하기 때문에 올해 12월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봉하마을측 "저작권이 어디로 가는 게 합당한가?"

노무현 전 대통령측 김경수 비서관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아직 장례 절차가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작권 등) 법적 검토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며 "장례절차가 마무리 되면 유족들과 함께 검토해서 차분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비서관은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실에서 작업한 결과로 나온 책인데, 저작권이 어디로 가는 게 합당하냐에 대한 논의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연히 현 청와대 비서실로 가는 것처럼 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대 청와대 비서진 #노무현과 함께 만든 대한민국 #저작권과 인세 #이명박 청와대 비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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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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