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 연장초등학교천주교 한들성당 안에 1933년 해성사숙이라는 서당이 들어선 것이 이 학교의 모태였다. 그후 1941년 일제의 국민학교령에 의해 땅과 건물을 모두 빼앗기고 문을 닫았으나, 해방이 되자 화려하게 부활했다. 1971년에는 480명이나 되는 대식구를 거느렸지만, 재학생 10명으로는 버티기 어려워 2009년 2월 문을 닫았다. (설명-김판용)
김판용
나와 다른 누군가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설득하고 때론 타협하는 능력을 배울 기회를 상대적으로 덜 받게되는 것이다. 시골에 사는 학부모들이 그 마을의 작은학교에 아이를 보내지 않고 도시로 보내려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작은학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하다.
"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예요. 그것은 건물하나 달랑 없어지는 그런 의미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입학생이 없으면 당연히 폐교가 될 수밖에 없죠. 그렇다고 그것을 마냥 보면서 안타까워하기만 할 것이냐. 현실을 직시해야합니다. 폐교화를 막으면 됩니다.
폐교직전에 있는 작은학교도 특성화 시켜서 경쟁력이 있는 학교로 만들면 됩니다. 그 대표적 성공사례가 진안의 조림초등학교예요. 폐교위기에 처해있는 이 학교를 살린 것은 아토피 학생들의 치유공간으로 만든 아이디어예요. 하지만 이것은 학교 자체만으로는 절대 안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학교와 지자체가 하나가 되어 함께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한다는 겁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니까 민관이 함께 협력해야한다는 겁니다. 학교의 문제니까 학교에만 떠맡긴다? 안되는 일이죠. 학교가 살면 그 마을이 살아납니다. "
학교가 살아나면 마을이 살아난다 물론, 모든 폐교를 다 살릴 수는 없다. 그중에서 역사적, 문화적으로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여기는 학교들을 선별해야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학교가 살아있다는 것은 그 마을이 살아있다는 의미입니다. 혼자서 터덜터덜 걸어가는 초등학생의 뒷모습은 왠지 안쓰럽고 외로워보이죠. 하지만 여럿이서 왁자지껄 떠들며 등교하는 어린 학생들의 모습에서는 무엇이 느껴지나요?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5년간 전북의 초등학교란 초등학교는 샅샅이 찾아다녔다. 어디에 무슨 학교가 있으며 어떤 사연을 안고있는지 환히 꿰고 있다. 전북의 초등학교 이야기를 김씨만큼 아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자 사진과 함께 학교의 이야기를 싣자는 출판사들의 의뢰가 여기저기에서 들어왔다. 그 자체로 충분히 인문학 텍스트가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편집자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욕심나는 아이템'이었던 것. 여기에 한가지 더 욕심을 보태자면 그 범위를 전북권이 아닌 전국구로 확장하자는 것이었다.
전국의 초등학교를 취재할 욕심도 열정도 있었다. 그러자면 교육청의 협조가 필요했다. 김씨가 5년동안 전북의 초등학교를 그렇게 적극적으로 취재할 수 있었던 것도 교육청이라는 공직에 재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취재협조를 요청하는 글과 그동안 취재한 자료와 사진을 첨부해서 교육부에 보냈다. 그러나 해를 넘기도록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꼭 제가 아니어도 좋아요. 그 지역의 사라져가는 폐교와 작은학교들에 관심을 갖고 기록으로 남기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 걸로 된 거죠."
김씨는 말 그대로 '작가'다. 사진작가이면서 동시에 시인이다. 젊은시절, 황토현 문화연구소를 세우고 문화운동을 했다. 답사를 시작하면서 사진찍기의 필요성을 느꼈고 97년부터 우리꽃,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요즘 해외까지 가서 출사를 하거나 일부러 먼 곳을 찾아 사진찍는 사람들이 많은데 좀 안타깝습니다. 굳이 멀리까지 갈 필요가 있나요. 내가 가장 잘 아는 것, 내가 가장 자신있는 곳을 찍으면 됩니다. 무엇을 찍었느냐보다 왜 그렇게 찍었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할거리'를 주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김씨의 말대로 그의 사진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다. 단짝친구, 운동장, 선생님 그리고 그 옛날 함께 살았던 이웃들... 그리고 잊혀져가고 있는 그 밖의 많은 것들을.
덧붙이는 글 | 1. 김판용작가의 작품은 현재 진안 계남정미소에서 <시간의 향기>라는 제목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6월 30일까지 계속된다. 7월부터는 군산에서 열릴 예정.
2.선샤인뉴스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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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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