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쳐서 함께 사는 방법 찾았죠"

이길호 화순군토마토연합회장... 생산·선별·유통 일원화 결실

등록 2009.06.18 17:46수정 2009.06.1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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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리 농업은 아직도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길호 회장은 "앞으로도 농업은 살려야 하고 투자가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가 방울토마토 하우스에서 그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 농업은 아직도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길호 회장은 "앞으로도 농업은 살려야 하고 투자가치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가 방울토마토 하우스에서 그 당위성을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정성을 다해 가꾼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파는 게 우리 농업인들의 한결같은 소망인데요. 그러기 위해선 예측 가능한 농사가 절실합니다. 질 좋은 토마토를 생산해야 하고, 그것도 안정적으로…. 품질도 최고급으로 차별화시켜야 합니다. 농가소득도 안정이 돼야죠. 농가들이 뭉쳐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거죠."

이길호(43) 화순군토마토연합 영농조합법인 회장의 말이다. 지역별로, 작목반별로 나눠져 있던 농가들을 하나로 묶은 연합회를 출범시킨 배경이다.

지난해 6월 화순관내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120농가가 모여 결성한 화순군토마토연합회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연합회원들의 토마토 재배면적은 73㏊, 봄과 가을 두 차례 수확하는 2기작이다. 생산량은 방울토마토와 완숙토마토를 합해 1만t(방울 60, 완숙 40%)을 웃돈다. 단일면적 생산량으로 전국에서 몇 손가락에 꼽힌다.

판로는 직거래가 주종을 이룬다. 생산량의 40% 정도를 대형업체에 계통 출하하고, 나머지는 직거래를 한다. 특히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활기를 띠면서 성수기엔 날마다 400∼500상자씩 나갔다.

연합회 결성 이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공동 선별과 출하. 여기서 최상의 품질만 골라 출하하는 것은 기본이다. 신용을 쌓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을 잃는 것은 한 순간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a  방울토마토. 생글탱글한 게 군침을 돌게 한다.

방울토마토. 생글탱글한 게 군침을 돌게 한다. ⓒ 이돈삼


a  연합회를 결성하면서 달라진 것은 무엇보다 공동 선별과 출하다. 회원들이 출하할 방울토마토를 선별하고 있다.

연합회를 결성하면서 달라진 것은 무엇보다 공동 선별과 출하다. 회원들이 출하할 방울토마토를 선별하고 있다. ⓒ 이돈삼


가격도 좋다. 지난해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많은 농가에서 입식을 기피해 예년보다 생산량이 줄어든 덕이다. 회원들의 오랜 친환경 재배 경력으로 당도가 높고 저장성 좋은 토마토를 생산한 것도 뒷받침이 됐다. 화순군의 브랜드(자연속愛) 홍보와 택배비 지원 등도 힘을 보탰다. 농가소득이 높아진 것은 당연한 일.

회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수출시장에도 눈을 돌렸다. 연합회를 결성하기 전까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공급이 이뤄진다면 수출이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회원들은 자비를 들여 일본시장에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현지 바이어를 만나 수출가능성을 타진하고 올 가을부터 수출키로 계약서도 썼다. 값이 좋을 때 수출길을 열어놓아야 가격이 안 좋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만간 러시아 수출길도 뚫어볼 생각이다. 물류비가 부담되는 게 사실이지만 회원농가의 안정적인 생산과 소득을 위해서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a  연합회의 목표는 최상의 품질을 생산, 출하하는 것이다. 신용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연합회의 목표는 최상의 품질을 생산, 출하하는 것이다. 신용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 이돈삼


"연합회 결성 1년 만에 회원농가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크나큰 수확"이라고 밝힌 이 회장은 "토마토하면 화순 '자연속愛'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면서 소비자로부터 인정받는 연합회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a  이길호 회장이 방울토마토를 따고 있다. 그는 "농촌을 살리기 위한 이런저런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농촌에서 살고 있는 농업인들의 소득이고 또 그들이 희망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길호 회장이 방울토마토를 따고 있다. 그는 "농촌을 살리기 위한 이런저런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농촌에서 살고 있는 농업인들의 소득이고 또 그들이 희망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 이돈삼


대처에서 사업을 하다 6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방울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 귀농 첫해 3300㎡에 방울토마토를 재배하며 열심히 일했다. 하루 종일 하우스에서 작물을 돌보고 수확하고, 또 밤에는 선별·포장하고….

하지만 그는 1년 만에 "이건 아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생산원가 빼고 순이익을 따지니 답이 나오지 않은 탓이다. 이렇게 해서 얻은 결론이 농업의 규모화. 그가 해마다 재배면적을 늘려온 이유다. 앞으로도 최소 5㏊이상까지 재배면적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면적당 수확량도 늘리면서 유통과 가공을 통해 이웃농가들과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하겠다는 생각에서다.

"농업과 농촌을 살리기 위한 이런저런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현재 농촌에서 살고 있는 농업인들의 수익이 보장되고, 또 그들이 희망을 가질 때만이 우리 농업도, 농촌도 살아날 것입니다. 그러면 귀농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고요."

그가 선택과 집중을 통한 품목 육성과 정예농업인 양성을 부르짖는 이유다. 선택받은 농업인이 앞장서 다른 농업인을 지도하며 농촌을 살리는 거점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농업은 아직도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농업을 살려야 할 당위도 있고, 투자가치도 충분하고요." 그의 말에 힘이 실린다.

#화순군토마토연합회 #이길호 #방울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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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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