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식 안장과 신라시대 안장. 이제 더 이상 사극에서 영국식 안장은 사라져야 합니다. 수십 억원을 들여 세트장 짓지 말고, 작지만 우리의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고증이 필요한 때입니다. 왼쪽 하단의 사진은 영국식 말안장이고, 말 위에 있는 것이 신라시대 안장입니다.
최형국
현재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MBC <선덕여왕>을 비롯한 전통사극에서는 아직도 일반적인 승마방식을 답습하여 영국식 안장과 고삐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극에서 아마도 가장 역동적인 모습은 주인공 비롯한 군사들이 말을 타고 힘차게 달리는 모습일 것입니다. 그러나 '사극 역사 50년'이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아직도 영국식 말안장을 사용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영국식 안장은 일반적인 승마를 위해 기승자(말을 타는 사람)가 편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전통시대 안장은 곧 전투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현재 사용하는 안장과는 형태에서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기승자가 급격하게 방향을 틀 경우 낙마를 방지하기 위해 안장 앞쪽과 뒤쪽에 판을 대어 보호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신라시대가 배경인 <선덕여왕>에서도 여전히 영국식 말안장을 사용하고 있더군요. 주인공들이 입는 화려한 옷이나 왕관 복원에 쓰는 돈의 1/10이라도 말안장에 투자한다면 우리나라 사극에서 영국식 안장은 사라질 것입니다.
비오는 날 불화살은 누가 봐도 아닙니다 앞서 말한 장비문제뿐만 아니라, 전투장면에서도 종종 시청자들의 눈을 희롱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선덕여왕>에선 불화살을 쏘는 장면이 종종 등장했습니다. 지난 9일 방송된 6회분에선 토벌을 나온 신라군들이 소나기가 내리는 상황에서 불화살을 하늘에 쏘는 장면이 방송됐습니다. 심지어 그 불화살이 빗속을 뚫고 날아와 집을 불태우는, 조금 어이없는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비 오는 날, 불화살이라니요... 만약 소나기 내리는 날 불화살을 쏘는 지휘관이 있다면 전투 후에 군사들의 탄원으로 지휘권을 박탈당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황당한 연출을 보고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한 건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불화살 말고도 다른 전투장면에서도 이런 황당한 상황이 계속 나오는데요. 적이 고작 몇 걸음 앞에 비무장으로 서 있는데 활을 쏜다든지, 열을 갖춰 싸워야할 전투상황에서 전부 뒤엉켜 싸운다든지 하는 연출은 맞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