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품 브랜드 '통영 12공방'이 뜬다

전통과 현대 디자이너가 만나 '명품 공예품' 탄생 예고

등록 2009.06.19 21:13수정 2009.06.19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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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통영다우면서 가장 세계적인 문화재 '통영 12공방'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조선의 명품, 통제영의 살아있는 역사, 수국의 전설이 현대디자인과 만나 세계의 명품 브랜드로 거듭날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a 명품명장 통영12공방 이야기 글 조윤주, 펴낸곳 도서출판 디자인하우스

명품명장 통영12공방 이야기 글 조윤주, 펴낸곳 도서출판 디자인하우스 ⓒ 디자인하우스 사진부


아는 만큼 보이며 명장은 명장을 알아보는 법. 최근 서울대를 졸업하고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윤주씨가 '통영 12공방'의 매력에 빠졌고, 전통과 혁신이 함께 어우러진 대한민국 대표디자인으로 거듭 나려는 '크래프트 12' 프로젝트를 기록한 책을 냈다.


이름하여 '명품명장 12공방 이야기' 이 책은 통영인이 아니면서 통영의 유산을 전통과 현재를 아우르며 칭찬하고 있으며,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 명품명장 12공방 이야기

이 책은 단순히 문화재의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또한 12공방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역은 무엇으로 사는가? 전통은 어떻게 진화하는가? 장인과 디자이너의 만남을 성공할 것인가?라는 부제에서 보여주듯 '통영 12공방'의 나아갈 길마저 제시하고 있다.

# '통영 12공방'은 왜 위대한가?

"안목 있는 호사가들은 조선 명품을 선호했다" 먼저 조 작가는 '12 공방'이 조선의 생활용품중에서 '명품'이었다는 사실을 먼저 꼽는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통영에는 빼어난 솜씨를 갖춘 장인들이 모여들었고, 이들 장인의 본거지가 12공방이었던 것. 이곳에서 만들어진 공예품들은 조선 전역에서 꼽히는 명품이었다고 그는 주장하고 있다. 멋을 아는 남성들이라면 '통영 갓'을 구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a 장인의 손길 나전칠기 끊음질 기법.

장인의 손길 나전칠기 끊음질 기법. ⓒ 디자인하우스 사진부


# 골백번 되새겨도 정겨운 이름 12공방은 무엇이며 장인은 누구?

나전장 송방웅,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열아홉 청년, 장인이던 아버지의 권유로 나전에 입문하다. 10년간 두문불출하며 기술을 연마 하고 또 10년간을 전통 나전 작품들을 연구한 끝에 1980년대 이후 한국 최고의 나전칠기 장인으로 자리 잡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2대째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한국 나전칠기의 상징적인 인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나전장 박재성, 경상남도 최고 장인 지정

15세 때 나전칠기 기술을 배우기 시작. 흥성하던 나전칠기 산업이 쇠락하며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기 시작할 때, '나전칠기가 좋아서' 떠나지 못하다. 선명한 초록색의 자개 빛깔과 꼼꼼한 끊음질 솜씨는 누구와도 구분되는 특징이다. 자개는 늘 가까이 두고 손으로 만지며 돌볼수록 아름다워진다고 말하는 겸손한 장인이다.

나전장 김종량, 경남 공예대전 대상 수상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곧장 기술을 익히다. 이후 도안을 직접 하는 능력과 특유의 마케팅 감각을 바탕으로, 나전칠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다. 청소년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나전칠기 체험 교육을 여러 해 동안 진행하며, 자개를 응용할 수 있는 여러 다양한 실험에 도전 중이다.

소목장 김금철, 무형문화재 소목장 전수 조교

당대 최고 소목장 아래에서 16세부터 소목 일을 배우다. 톱질을 잘 못했을 때 떨어지는 선생님의 호된 꾸지람이 무섭고 힘들었던 소년이 어느덧 40년 경력 소목장이 되다. 전통 공예 중에서도 공정 까다롭고 어렵기로 손꼽히는 소목 일이지만, 자연 그대로의 목리를 살려내는 작품들에 매료되어 매일 이른 아침부터 작업장을 지킨다.

통영전통비연연구소장 김휘범

손재주 뛰어난 한 청년이 연의 아름다움에 주목. 충무공 이래 400년을 내려오던 통영 연이 비로소 전통 문화로 인장을 받다. 연을 만드는 것은 예술이지만 연을 날리는 것은 풍류라 말하는 연의 장인.

두석장 김극천, 중요무형문화재 제64호

두드리고 잘라내 만든 금속 조각으로 가구의 기능과 모양을 돋보이게 하는 장석이 4대째 가업이다. 전해지는 말로는 이순신 장군 때부터 장석을 만들어온 집안이라 한다. 화려한 나비 모양과 섬세한 입사 공법이 특징인 통영 장석의 맥을 잇는 장인이지만 아직도 아버지의 솜씨에 미치지 못함을 부끄러워한다.

갓일 정춘모, 중요무형문화재 제4호

스무 살 넘어 뒤늦게 통영 갓의 아름다움과 정교함에 매료되어 나라 최고의 장인들로부터 갓을 만드는 수십 개 공정을 전수받다. 지상에서 가장 가볍고 우아하며 공교로운 모자인 갓을 만들기 위해 기교 이전에 신명을 바쳐 세월을 익히다.

염장 조대용, 중요무형문화재 제 114호

아버지에게 배워 발을 엮기 시작하다. 철종 임금 때 무과 급제 했던 증조부가 손수 발을 엮어 왕에게 진상하여 치하를 받았다는 집안 내력이 있다. 전통 명품이 현대 공간과 만나 오히려 모던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그의 믿음이 있어, 통영 발의 앞날이 더욱 기대된다.

소반장 추용호, 도지정 무형문화재 제24호

스물네 살, 갑자기 돌아가신 아버지가 받아놓은 주문을 완수하기 위해 스스로 소반을 만들기 시작하다. 통영 소반이라 하면 모든 여염집 여인들의 꿈이던 시절이 있었으나 통영에서도 소반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소목장은 그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려받은 예술적 감각과 솜씨는 다른 통영 장인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다.

통영누비 조성연, 통영누비협회 회장

중학교 졸업 후 봉재 일을 해오다 15년 전부터 통영 누비에 전념하다. 아마도 그 선택에는 통영 토박이로 자라며 길러온 솜씨와 눈썰미가 작용을 했을 것이라 한다. 고급화·명품화·차별화가 통영 누비의 살 길이라고 생각하며, 통영누비협회 회원들과 함께 누비의 브랜드화를 위해 노력한다.

# '통영 12공방'의 화려한 부활은 시작됐다

통영 12공방의 영화는 사라졌다. 조선 명품이던 12공방은 21세기를 맞은 오늘날 400년 전의 전설로 남아 있을 따름이다. 이런 현실에서 2008년, 통영 12공방의 명성을 오늘날 되살려내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통영시와 진의장 통영시장은 12공방이라는 전통의 공예에 현대적인 디자인을 입히고자 했다. 조선의 명품 브랜드이던 12공방을 새로운 현대 명품 브랜드로 만들어내어야 하는 상황에서 통영시가 파트너로 선택한것은 디자인하우스였다.

국내 대표적인 브랜드 네이미스트로 꼽히는 크로스포인트의 손혜원 대표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김욱선 아공디자인 대표였다.

#통영시와 손잡은 디자이너 손혜원, 김욱선씨

손혜원 대표는 통영시 로고를 디자인했다. 다도해의 섬과 통영이라는 눈에익은 한글, 바다의 푸른 빛을 형상화 한 작품이 그것. 그는 크래프트 12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전통을 좀더 나아지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명이다"라는 그의 말에 통영 12공방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

"통영에서도 전통 공예 관련 시설은 요트장이나 유흥 시설에 밀리고 있습니다. 돈이 되는 사업으로 바뀌어가는 것이죠. 장인 분들을 만나면서 처음엔 마음도 많이 상했고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분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김욱선 대표의 말이다. 그는 또 "처음엔 막연히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 시작했지만 전통 공예의 현실을 알고 통영에 대해 알아갈수록, 그리고 장인들의 속내를 알아갈수록, 이 프로젝트가 성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고 말해 '통영 12 공방'이 세계적 명품으로 거듭날 것을 시사하고 있다.

a '크래프트 12' 부스 2009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김욱선 대표가 디자인한 '크래프트 12' 부스 내부의 다실 공간.

'크래프트 12' 부스 2009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김욱선 대표가 디자인한 '크래프트 12' 부스 내부의 다실 공간. ⓒ 디자인하우스 사진부


# 세계적 디자이너를 사로잡은 통영 가구

이탈리아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이탈리아 밀란 가구 페어에서 '크래프트 12' 전시를 보고 "자개와 옻칠을 이용한 통영의 가구들은 소재를 잘 이용하는 것 같다. 유럽의 수공예 디자인과는 또 다른 한국만의 수공예 솜씨를 잘 보여주는 훌륭한 작품들이다"고 평했다.

'통영 12공방'이 현대적 디자인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면 세계속에서도 경쟁력이 충분히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a 통영 가구 세계적 디자이너를 사로잡은 통영 가구

통영 가구 세계적 디자이너를 사로잡은 통영 가구 ⓒ 디자인하우스 사진부


#향후 과제

통영이라는 이름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그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였다. 이 고장의 빼어난 소목들이 만든 나무 가구와 소반은 '통영 장'이나 '통영 소반'이라는 이름으로 전국적 유명세를 자랑했다. 철종 때 우의정과 좌의정을 역임한 국헌 이헌구(1784-1858)는 젊은 시절 '통영 장인이 만든 경상을 소반과 함께 2냥 2전에 마련했다'는 기록을 기쁘게 남기기도 했다. 누대에 걸친 명문가 자제 국헌이 굳이 머나먼 남쪽 땅 장인을 거론한 점은 당대에 이미 명품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통영 목가구와 통영 12공방의 위력을 보여준다.

이제'통영 12공방'의 나아갈 길은 자명해 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 장인들의 처우다. 열악한 환경, 고르지 못한 경제적 여유로 인해 뒤를 이을 인재들이 없다. 이러다가는 영영 사라질 수 도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옛 영화를 되살리는 가장 첫걸음은 저변확대이며 장인들의 처우가 개선될 때, 저변확대는 한걸음 나아지게 될 것이다.

a 통영 12공방 전시장 2009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통영 12공방 전시장, 해외 유수의 가구박람회에도 참가했다.

통영 12공방 전시장 2009 서울리빙디자인페어 통영 12공방 전시장, 해외 유수의 가구박람회에도 참가했다. ⓒ 디자인하우스 사진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한려투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통영 12공방 #서울 리빙디자인 페어 #통영 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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