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꽃일까?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 하나만은 알았지 않았는가?

등록 2009.06.19 20:55수정 2009.06.1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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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화려하다."

 

  곱다. 색깔이 어찌나 선명한지 마음이 설렌다.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을 것만 같다.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실처럼 늘어뜨린 꽃도 있었고 형형색색 영롱한 선인장도 있었다. 같은 뿌리인데 어쩌면 저리도 다양한 색깔로 바꿔질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 오묘한 모습에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인장 오색 영롱한
선인장오색 영롱한정기상
▲ 선인장 오색 영롱한 ⓒ 정기상

 

  꽃은 아름다운데,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꽃을 처음 보는 것이니,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참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였다고 믿었다. 그런데 보는 꽃마다 처음 보는 것들뿐이니, 놀랍다. 나의 지식이 얼마나 일천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절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남들이 아는 만큼은 알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나의 믿음이 얼마나 큰 허상인지, 깨닫게 된다. 알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것은 착각일 뿐이었다. 알아야 할 것은 무한대로 많다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처음 보는 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꽃들을 처음 보게 된 곳은 시장이다. 그 것도 진안의 5일장에서다. 인구가 급감하고 있는 농촌의 대표적인 곳이어서 기대도 하지 않았었다. 바람 따라 시장 구경을 하자는 마음으로 찾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시장에 들어서니, 내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붐비는 사람들의 모습에 넘치는 활기가 이완된 마음을 팽팽하게 해주었다.

 

  꽃들은 저마다 독특한 모습으로 치장을 하고서 유혹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짓이 어찌나 은근하고 감미로운지,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름도 몰라, 성도 모르지만 마음을 꽃으로 향하고 있었다. 산다는 것도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 것도 알지 못하면서 아는 척하면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닐까?

 

처음 보는 꽃 빛나는
처음 보는 꽃빛나는정기상
▲ 처음 보는 꽃 빛나는 ⓒ 정기상

 

  처음 보는 꽃을 바라보면서 의문이 생긴다. 나는 누구일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지금 추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 채우기 위하여 그렇게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것일까? 진정으로 내가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의문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참 이상한 일이다. 지금까지 모든 것이 분명하고 확실하였었다. 내가 추구하고 있는 것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땀을 뻘뻘 흘리면서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구체적인 의문에 봉착하게 되니, 그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난감하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단 말인가?

 

  무엇하나 분명한 것이 없다. 모든 것이 애매하다. 그렇게 원하고 있었던 것조차 무엇 때문에 원하였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분명 내가 원하였고 내가 그 것을 소유하고 싶었었다. 그런데 왜 그 것을 가지고 싶어 했는지,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욕심이었을 뿐이란 생각이 든다. 허망하다. 이럴 수는 없다.

 

  욕심에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절실한 필요에 의해서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니다. 욕심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냥 가지고 싶은 것이다. 그러니 그 것을 내 것으로 만들어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정작 내 것이 되면 원래 필요가 없었으니, 아무 짝에도 쓸 수가 없다. 구멍 난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모른다는 사실 삶에서
모른다는 사실삶에서정기상
▲ 모른다는 사실 삶에서 ⓒ 정기상

 

  모든 것이 부질없는 바람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허망할 수가 없다. 살아온 날들이 모두 다 공허한 것뿐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발버둥을 치면서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왜 그렇게 살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 것은 삶에 대한 배신이다. 온 몸에서 힘이 쭉 빠져버린다.

 

  꽃을 바라보면서 절감하게 된다. 도대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없다. 아는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 내가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절망하게 한다. 그러다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다. 그래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 하나만은 알았지 않았는가? 알지 못하는 것을 지금부터라도 배우면서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꽃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春城>

 

2009.06.19 20:55ⓒ 2009 OhmyNews
#모른다. #넓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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