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팁은 일상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강인규
[룰] '점심 10% 저녁 15%' 또는 '점심 15% 저녁 20%' 식당에서 테이블 서비스를 받는 경우, 대개 음식 가격의 15~20퍼센트를 팁으로 준다. 미국 식당의 계산서를 보면 두 가지 금액이 찍혀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는 주문한 음식 가격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세율은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팁 계산은 세금을 제외한 음식가격만으로 한다. 택시 운전사, 미용사, 그리고 피자 등의 음식 배달원 역시 이 정도면 적당하다.
술집에서 주문하는 음료는 보통 한 잔당 1불로 계산한다. 바텐더에게서 음료를 직접 받아오는 경우에도 팁을 남기는 것이 관례다. 만일 음료를 여러 잔 시키고, 음식도 함께 주문하는 경우는 전체 금액의 20퍼센트를 주면 된다. 뷔페식당에서는 (음식을 별도로 주문하지 않는 한) 한 명당 1불로 족하다.
호텔에서 짐을 날라주는 포터의 경우 가방 하나당 1~2불, 차를 대신 주차해주는 사람(valet)에게는 2~5불 정도를 준다.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받는 경우, 세금을 제외한 계산서액수의 10~15퍼센트면 되지만, 청구금액에 서비스료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계산서만으로 잘 알 수 없을 경우, 상대에게 물어도 큰 실례가 아니다. 식당이나 술집에서도 여러 명이 동석하는 경우, 계산서에 팁을 포함해 청구하기도 한다. 물론, 이 경우 별도로 팁을 주지 않는다.
팁 주기가 외국인들에게만 혼란스러운 것은 아니다. 미국인들 가운데 '점심 10퍼센트, 저녁 15퍼센트'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고, '점심 15퍼센트, 저녁 20퍼센트'는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경우든 15퍼센트 정도를 주면 '고약한 팁 손님(bad tipper)'이라는 비난은 면할 수 있다. 물론, 서비스가 훌륭했다면 얼마든지 더 주어도 좋다.
2006년 3월, 미국 버지니아 주 로어녹(Roanoke)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있던 일이다.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아만다는 식사를 마친 손님에게 26불 35센트짜리 계산서를 가져다주었다. 운이 좋다면 5불 정도를 팁으로 받게 될 터였다. 손님이 떠나고, 그릇을 치우러 테이블로 간 아만다의 눈동자가 커졌다. 식탁에는 1000불이 놓여 있었고, 손님이 남긴 쪽지가 있었다.
"잔돈은 가지세요! 즐거운 하루 보내요." 당시 19살 아만다는 임신 7개월이었다. 손님이 남긴 973.65불짜리 팁은 어린 엄마와 아기를 위해 유용하게 쓰였을 것이다.
[실수] 의사에게 팁 주기, 집배원에게 뇌물 주기 우연히 한 미국대학의 한인학생회 게시판에 들렀다가 흥미로운 논쟁을 보았다. 토론 주제는 '배관공에게 팁 주기'. 하수구가 막혀 사람을 불렀는데, 일을 끝낸 기술자 아저씨에게 성의표시를 해야 하는지가 논란거리였다.
정답부터 말하면 '줄 필요 없다'다. 미국인 친구의 말을 빌면, '배관공에게 팁을 주는 것은 의사에게 팁을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비록 의사 수준은 아니지만, 배관공은 미국에서 꽤 높은 수입을 올리는 직업이다.
팁을 누구에게 줄지는 미국인들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다. 연말이 오면 우편배달부들에게 감사 표시로 돈을 주는 미국인들이 적지 않다. 언젠가 미국 대중잡지 <리더스다이제스트>는 '우편배달부에게 팁 주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집배원에게 팁을 주는 것은 불법이다. 우체부(USPS) 직원은 연방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이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곧 뇌물이 된다. 연말 카드와 선물 배달로 바쁜 집배원아저씨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면 20불 미만의 선물로 하면 된다(상품권 등의 유가증권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