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도시 곳곳에는 이렇게 모금함이 있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모금함이다. 이렇게 모아진 돈은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진다고 한다. 거리의 모금함 앞에서 작은 애가.
김은주
오늘(22일) 아침 모 일간지에서 테헤란에서 유학중인 학생이 현지의 시위상황과 분위기를 전하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CNN을 통한 방송이 아니라 현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라 좀 더 신뢰감이 갔습니다.
CNN이나 CNN을 그대로 카피한 우리나라 방송을 통해서 보면 마치 이란에 내전이라도 일어난 것 같고 온 국민이 독재자에 맞서 다 들고 일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 학생을 통해 들은 현지 분위기는 좀 달랐습니다.
시위는 주로 잘사는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가난한 사람들은 현 대통령인 마무드 아마디 네자드를 지지하기 때문에 시위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지식인이나 좀 사는 사람들이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즉 테헤란 남부, 올드 시티는 주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인데 이곳은 대체로 조용하고, 북부는 부촌인데 그 중간지역인 상업지대에서 주로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지역은 주로 빌딩지대로서 가난한 사람이나 문맹자는 꿈도 못 꿀 지역입니다. 화이트칼라들이 점령하고 있는 곳이지요. 즉 시위는 화이트칼라, 중산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의문이 드네요. 불만을 갖는다면 당연히 가장 가난한 사람이 사회에 불만을 가져야 하는 거 아닐까요? 가난하다는 말은 현실에서 가장 소외되었다는 뜻인데 이 사람들이 나서서 현 상황을 뒤엎으려고 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런데 정작 가난한 사람들은 지금 대통령인 아마디 네자드가 통치했던 방식에 대해서 만족하고 있고, 오히려 혜택을 누리고 살았다고 생각했던 부자들이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정작 가만히 있고, 왜 좀 사는 사람들이 시위를 할까요? 다르게 질문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왜 현 대통령을 지지하며 왜 현실에 불만이 없을까요?
한 달간의 이란 여행 경험을 바탕으로 이 의문에 대한 답을 나름대로 찾아봤습니다. 내가 찾아낸 답이 일방적이고 왜곡됐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고작 한 달 이란을 다녀왔으니 그 나라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알고 봤으면 얼마나 봤겠습니까. 그렇지만 이미 익숙한 사람보다 처음 본 사람이 오히려 그 사람에 대해서 더 많이 안다는 말에서 자신감을 얻고 나름대로 답을 찾아봤습니다.
지난겨울 이란을 한 달간 여행하면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이, '이란은 없는 사람들이 참 살기 좋은 나라다' 입니다. 그러니 그때 내가 가졌던 생각과 가난한 사람이 오히려 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지금의 이란 상황이 묘하게 맞아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