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짜여진 각본에 톱니바퀴 돌아가듯"

정연주 전 KBS 사장 최후 진술... 검찰, 1심에서 징역 5년 구형

등록 2009.06.22 22:05수정 2009.06.22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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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해 8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의 해임요구 결정 등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벌어진 사퇴압력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이 지난해 8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의 해임요구 결정 등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벌어진 사퇴압력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권우성
검찰이 정연주 전 KBS 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505호에서 형사합의 22부(이규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공소사실이 넉넉히 인정되며 배임액이 1800억 원에 이르고 그 의도가 연임이라는 개인적인 이유인만큼 공사에 끼친 피해가 크다"며 이 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2005년 6월 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취소 소송 항소심을 진행하던 중 적자를 메우고 사장 연임을 위해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556억 원만을 환급받고 소송을 취하해 KBS에 1892억 원의 손실을 끼쳤다"며 정 전 사장을 기소했으며 당시 언론계에서는 "전형적인 정치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22일 오후 2시 시작된 재판은 6시간 후인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검찰 심문이 3시간, 변호사 심문과 재판장 심문에 2시간여가 걸렸다. 지난해 8월 정 전 사장을 체포한 뒤 그의 진술 거부로 심문을 하지 못했던 검찰의 질문은 한 곳으로 귀결됐다. 줄곧 "적자를 메우고 사장 연임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정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며 추궁이었다.

정 전 사장은 이에 "동의할 수 없다", "검찰의 주장일 뿐이다",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사장에까지 보고할 사안들이 아니다"며 맞섰다. 정 전 사장은 "그대로 뒀다면 공공기관과 과세관청 간에 끊임없는 소송이 반복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내린 경영적인 판단이었고, 지금 생각해도 합리적으로 잘 내린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백승헌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관계부터 틀린 오류 투성이"라면서 "피고는 세무조사와 관련한 어떠한 지시도 제안도 하지 않았음이 KBS 세무소송팀 등 여러 증인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면서 "검찰의 주장대로라면 피고가 연임을 결정하기도 전에, 적자 범위까지 미리 예상하고, 국세청의 판단까지 이미 예측했다는 말인데 이는 논의가 출발부터 잘못됐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백 변호사는 "변호인단은 이 사건을 알아갈수록 당시 피고의 판단이 합법적이고 합리적이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정 전 사장은 최후진술 시간을 30여 분이나 할애해 지난 1년여 간 재판을 진행하며 느낀 본인의 소신과 심정을 밝혔다. 그는 검찰, 감사원, 국세청, 방송통신위원회, KBS 이사회 등 본인의 퇴진을 압박했던 기관을 나열하며 "일련의 전개과정을 보면 해임을 위해 잘 짜여진 각본에 따라 톱니바퀴가 딱딱 물려서 돌아가듯 그렇게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보여주었고 검찰의 수사와 기소도 바로 그런 톱니 중 하나였다"고 주장했다.


정 전 사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적 절차와 가치를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아니 가장 기본적인 자유와 인간적 권리를 위해 그토록 많은 희생을 치렀는데, 그 민주주의가, 그 자유와 인간적 권리가 지난 1년여 동안 이렇듯 처절하게 침탈당하고 말았다"면서 "지난 1년동안 검찰, 국세청, 감사원, 경찰 등 이른바 권력기관들은 민주적 가치나 절차, 인간의 기본 권리보다는 정권의 필요에 적극 부응하고, 때로 주도적으로 앞장서서 충성경쟁을 하면서 포괄적 권력남용을 자행해 왔다"고 말했다.

1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22일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정연주 #검찰 #특수경제범죄가중처벌법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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