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 김유신. 드라마 <선덕여왕>의 한 장면.
MBC
신라 제27대 선덕여왕 시대(632∼647년)는 제28대 진덕여왕 시대와 더불어,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고구려·백제를 멸망시키고 대동강 유역으로 진출하는 데에 필요한 초석을 다진 시기였다. 이 시기에 신라의 '투톱'으로서 대활약을 펼친 콤비가 바로 김춘추-김유신이었다. 김춘추는 외교방면에서, 김유신은 군사방면에서 서라벌의 기적을 창출했다.
그중 한 명인 김유신이 지난 6월 16일 방영된 <선덕여왕> 제8회에서 서라벌 데뷔에 성공했다. 천명공주(박예진분)와 미실(고현정분)이 사열하고 화랑들이 도열한 가운데, 김유신(엄태웅분)이 이끄는 용화향도는 공주가 하사하는 깃발을 받고 서라벌의 화랑도로 인정을 받았다. 망국인 금관가야 왕실의 후손으로서 신라 정계의 주변부를 맴돌던 김유신 집안이 중앙무대에 명함을 내미는 순간이었다.
지금까지의 드라마 <선덕여왕>만 놓고 보면, 김유신의 출세는 천명공주 작품이 된다. 김유신을 서라벌로 불러올리고 음으로 양으로 그를 계속 지원하는 사람은 천명공주다. 미실 역시 김유신의 서라벌 데뷔에 동의하기는 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천명공주의 요구에 응해 그렇게 했을 뿐이다.
김유신의 출세를 도운 2명의 인물은 누구?소년 김유신의 출세 과정이 담긴 드라마 <선덕여왕>을 시청하면서, 우리는 '그의 출세에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준 실제의 인물이 누구였을까'하는 점에 대해 궁금증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왕실의 반대를 무릅쓰고 만노군(현재의 진천)으로 도망가서 신혼살림을 차린 김서현과 만명부인의 아들인 데다 결정적으로 옛 가야 왕족의 후예라는 점 때문에 서라벌 무대에 진출하기 힘들었던 소년 김유신을 엘리트 화랑으로 끌어올린 실제 인물은 누구였을까?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서는 소년 김유신의 출세를 도운 인물들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 이에 비해, 위작 논란이 있는 현존 <화랑세기>(필사본)는 이 점에 관해 꽤 구체적인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이 책에는 소년 김유신의 출세를 도운 2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중 한 명은 만호태후다. 만호태후는 동륜태자(진흥왕의 장남)와의 사이에서 진평왕을 낳고 숙흘종과의 사이에서 만명부인을 낳았기 때문에, 김유신에게는 외할머니가 되는 사람이다. 현존 <화랑세기>(필사본) 제15세 풍월주 유신공 기사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공(김유신)이 자라자 태양 같은 외표가 있었다. 태후(만호태후)가 그를 보고 싶어 돌아올 것을 허락하고는, 그를 보고 기뻐하며 '참으로 나의 손자로구나' 하였다."
이 기록에 따르면, 만노군에서 자란 김유신이 태양과 같은 외표, 즉 군주다운 위용을 갖춘 인물이라는 소문을 들은 만호태후가 그를 서라벌로 불러들였음을 알 수 있다. 외조부모에 대한 부모의 죄(동의 없는 결혼)를 씻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김유신의 인물 됨됨이가 출중했던 것이다.
그러나 단지 서라벌로 올라왔다고 해서 소년 김유신이 출세를 했다고는 볼 수 없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빨갱이의 자식'이라는 출신성분이 태수(최민수 분)의 육사 입학을 가로막았듯이, '가야왕실의 후손'이라는 출신성분은 김유신의 인생에 평생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도 남을 만한 것이었다.
정치적 목적으로 유신의 출세를 도운 '미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