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 남궁연 "드러머가 제일 무식해 보이고 듣기 좋다"

청소년 문화예술아카데미 설립 위한 활동 시작

등록 2009.06.24 15:33수정 2009.06.2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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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남궁연.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청소년 음악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 2의 인생을 구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 이중현


드러머 남궁연은 TV에서 보던 대로 달변가였다. 인터뷰가 진행된 2시간 동안 특별한 질문 없이도 대화가 술술 진행됐다. 그러나 그는 결코 말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남궁연은 청소년 음악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2의 인생'을 구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금까지는 주장의 시대였다. 그러나 이제 가치의 시대가 온다. 곧 '남궁연, 넌 드럼 쳐서 뭘 얻었어?'라는 시대적인 물음이 올 것이다. 최근 나는 그런 물음이 올 때 내놓을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는 중이다."

그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을 "데몬스트레이션(증명)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영어를 섞어 말한 뒤에는 "고졸이 너무 말이 많았나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자신의 미니홈피 댓글을 통해 청소년들을 상담해주던 '똑똑한 옆집 형' 모습 그대로였다.

"조기교육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학생을 빠르게 발견해 교육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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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열리는 청소년 문화예술아카데미 설립 기금을 위한 모금 릴레이 파티 ’기부(Give) & 테이크(Take)‘ 포스터 ⓒ 사회문화나눔협회

남궁연이 최근 1년여간 '증명'하고 있는 과제는 "어떻게 하면 취약계층 청소년들에게 좋은 음악교육을 제공할까"였다. 그는 아직까지 정답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틀을 잡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귀띔했다. 먼저 '취약계층'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덕여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취약계층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알았다. 그러나 취약계층이라는 뜻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만 지칭하는 것만은 아니다. 음악을 하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는 학생도 취약계층이다. 또한, 음악을 하고 싶고 음악으로 대학을 가고 싶은데 집안에서 반대하는 것도 취약계층이다."


그는 이어 자신이 꿈꾸는 교육기관은 '문화예술계의 민족사관학교'라고 소개했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려서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기관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화예술계의 민족사관학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이것은 무작정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시작하는 조기교육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조기교육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학생을 빠르고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것이다."

남궁연의 고민에 대한 첫 번째 증명은 오는 7월 4일 열릴 공연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사회문화나눔협회 주최로 열리는 '기부&테이크 the host at party 남궁연'은 청소년문화예술아카데미 설립기금 모금을 위해 열리는 릴레이 파티 중 하나이다.

그는 "재즈연주자로 활동하며 나 스스로 음악이라는 예술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경험이 많이 있었다"며 "일회적이고 시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취약계층 청소년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주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아카데미 설립과 같은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광민은 나의 스승이자 음악계의 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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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남궁연. ⓒ 이중현

이번 공연의 출연진 섭외는 남궁연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궁연은 "이 섭외의 비결은 김광민 선생님"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는 "최근 공연을 하지 않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계시는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을 맨 먼저 섭외했다"며 "그러자 색소폰 연주자 손성제, 리사, 홍경민 등이 자발적으로 공연에 참가하게 됐다"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김광민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예전에 김광민과 모 방송국에서 함께 공연을 한 뒤 PD에게 직접 출연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 PD는 출연진 중 김광민에게만 출연료를 더 줬다. 그러자 김광민은 모든 출연자의 돈을 걷은 후, 다시 똑같은 금액으로 나눠 돌려줬다. 그러면서 PD에게 '재즈는 높고 낮음이 없으니 그러지 마라'고 말했다. 그 당시 너무 감동을 받아 나의 스승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음악계의 '간디' 같은 존재이다."

뿐만 아니라 EBS <공감>에 출연해 실력을 인정받은 신인 'koffee'와 'soul steady Rockers'도 김광민의 출연과 공연 취지에 공감하며 흔쾌히 참가 의사를 밝혔다. 또 남궁연은 "동덕여대 학생 7명과 트로트를 재즈로 결합한 '한국 음악의 재발견'이라는 공연을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또한, 깜짝 게스트 2명도 대기 중이다. 그는 "한 명은 연기자 겸 가수이고, 나머지 한 명은 무명 뮤지션이다"며 "그러나 막상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니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남궁연이 드럼을 친 이유? "반발할 수 없는 시대적 압박"

'교수 남궁연', '방송인 남궁연'보다도 '드러머 남궁연'이 가장 듣기 좋다는 영원한 드러머 남궁연. 그는 어떻게 해서 드럼 스틱을 잡기 시작했을까? 그는 드럼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시대적인 압박에 의해서"라고 설명했다. 선뜻 이해되지 않았던 기자는 도대체 그 압박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고등학교 때 나이트클럽에 가다가 걸려 신문·방송에 크게 나왔다. 그 후 음악을 하러 밴드에 갔는데 자연스럽게 드럼을 치게 됐다. 그 당시에는 반발할 수 없는 시대적 압박이었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단지 어두운 세계에서 왔으니까 드럼을 쳐야 된다는 것이었다. 자세한 이유도 듣지 못한 채 드럼을 치기 시작했다. 지금은 드러머가 멋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는 이어 "다른 분야는 보컬리스트·기타리스트·피아니스트이지만 드럼은 '드러머'다"며 "이처럼 드럼은 서양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한 자리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신의 고졸 학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면을 더 많이 본다고 말했다.

"제가 서울대를 나왔으면 '서울대 나온 사람'으로 규정된다. 그러나 나는 고졸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어디를 가도 내 편이 없지만 편해서 좋다. 사람들에게 조금만 아는 척해도 '고졸이 그런 걸 다하네'라고 말해준다(웃음).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넓은 공부를 했지만 나는 높은 공부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대(大)졸이고 나는 고(高)졸 아니냐."

기자가 만난 남궁연은 자신을 낮출 줄 알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는 마음이 강한 따뜻한 뮤지션이었다.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팬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는 모습에서도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궁연은 기자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기사에 교수라는 말 절대 쓰지 마시고, 꼭 드러머라고 써주세요. 드러머가 제일 무식해 보이고 듣기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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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머 남궁연. ⓒ 이중현

드러머 남궁연과 '사회문화나눔협회'는 오는 7월 4일 토요일 오후 7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서교호텔 별관에 위치한 '클럽 VERA'에서 청소년 문화예술아카데미 설립 기금을 위한 모금 릴레이 파티 '기부(Give) & 테이크(Take)'를 연다.

공연에는 남궁연 with DD ALL STARS, 홍경민, 김광민, 리사, koffee, soul steady Rockers, 손성제퀄텟 등 유명 뮤지션들이 자리를 함께한다. 또한 수익금 전액이 아카데미 설립기금으로 사용된다.

이번 공연을 통해 설립을 추진하는 '청소년 문화예술아카데미'는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한 인문 철학 강좌와 여행학교 운영 ▲내면의 치유와 자아성장을 위한 문화예술치유 프로그램 및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문화예술 전문가 과정 운영 ▲청소년들의 문화예술 소통을 위한 공간운영 등의 활동이 이루어지며, 향후 취약계층 청소년 문화예술 학교의 건립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또한 '사회문화나눔협회'는 이번 공연과 연계하여 '서대문청소년 수련관'과 함께 7월 27일부터 4주간 문화예술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덧붙이는 글 | ※문의 및 강좌신청 'www.scsa.kr' 또는 'cafe.naver.com/socoolyouth'
(사)사회문화나눔협회(02-2266-4607) 서대문청소년수련관(02-334-0080)


덧붙이는 글 ※문의 및 강좌신청 'www.scsa.kr' 또는 'cafe.naver.com/socoolyouth'
(사)사회문화나눔협회(02-2266-4607) 서대문청소년수련관(02-334-0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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