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법안으로 혜택 볼 대구시민은 몇이나 될까?

'교육경제화 특구 지정·운영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의 이면

등록 2009.06.25 11:48수정 2009.06.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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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국제화특구 특별법안 토론모습 교육국제화특구 토론에 나선 남영신 국어문화운동회장, 김두루한 교사,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 한말글문화협회

▲ 교육국제화특구 특별법안 토론모습 교육국제화특구 토론에 나선 남영신 국어문화운동회장, 김두루한 교사,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 한말글문화협회

              

"국가 경쟁력강화를 위해 교육국제화 특구를 지정·운영(안 제4조 특구의 지정 등)하고, 특구 안의 초·중등학교는 교육부에서 운영·적용하는 것과는 다른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채택(안 제10조 초·중등학교 운영의 특례)할 수 있다. 또한 특구 안에서 외국어 집중교육, 외국어 교원 양성 등 사업(안 제14조 초·중등학교 외국어교육 강화)을 하며, 외국대학을 설립(안 제14조 외국대학의 설립·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국제화특구조성특별회계(안 제20조)를 설치한다."

 

2009년 4월 30일, 서상기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31명이 발의한 '교육경제화 특구의 지정·운영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의 주요내용이다.

 

생명으로서 존엄성,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 함께 가야할 공동체 원리같은 보편적인 교육은 뒤로한 채 뜻도 분명찮은 국제화, 줄 세우기가 전부인 경쟁력 강화만 부추기는 특별법안이 지금 필요할까?

 

교육국제화 특구는 그 규모나 내용에 있어 '보통'사람들 살림살이와는 많이 동떨어진 '특별'한 사람들에게나 필요한 법안이다. 과중한 사교육에 시달리는 서민들한테 짐보따리를 하나 더 얹는 셈이다. 

                      

제주도 영어 타운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흔히 들어왔던 영어 '마을'이 아닌 영어 '타운'이다. 총사업비 1조6000억원을 들여 국무조정실·재경부·건교부·기획예산처와 자치단체인 제주도가 함께 나서고, 영어타운이 들어설 터만 해도 여의도 절반인 115만평(3.8㎢)크기에, 학비(주거비 포함)는 연간 2000만원에 이른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특구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영어로','영어를'배운다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특별한 대접을 받겠지만, 자녀를 특구에 보내기 위해 더욱 옹색해질 수 밖에 없는 서민들 살림이며 영어 때문에 두고두고 짓밟힐 아이들 자존심은 푸대접만 받을 것이다.

 

'특별법안'은 사실상 이주호 차관이 대구시민을 위해 만든 작품

                                    

"이 법안이 비록 의원 입법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이주호의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 이주호는 대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대구에서 2007년 7월에 개최한 정책 토론회를 통해서 '대구권 교육 국제화 특구 조성 방안'을 제시하였고, 이를 국고 지원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해서 2008년 1월에 의원 입법으로 '교육국제화특구의 지정․운영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의 법안은 그가 2008년에 의원 입법으로 추진했던 것과 똑같은 내용으로 되어 있으나 자신이 교육부 차관이 되었기 때문에 대구출신 동료 의원의 손을 빌려서 발의하게 한 것이다."

 

지난 6월 20일 한글회관에서 열린 '정책이 바로서야 말글이 바로선다'는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국어문화운동본부 남영신 회장이 주제발표집을 통해 밝힌 내용이다. '교육경제화 특구의 지정·운영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안'이 사실상 이주호 교육부 차관이 대구시민을 위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교육은 공공재다. 이 법안은 누가 어디에 살던 무관하게 골고루 배울 기회를 받기위해 쓰일 교육재정이 특정지역, 특정계층을 위해 쓰일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문제를 안고 있다. 법안이 국회를 거쳐 법으로 만들어지면 지자체마다 더 크고 더 미국다운 영어타운을 만들고자 너도나도 앞을 다툴 것은 너무나 뻔한 이치이다. 특구조성특별회계까지 준비된 마당에 누가 마다하겠는가?

 

지자체마다 "유학은 못 보내더라도, 특구에 있는 학교라도 나와야 (좋은) 대학 간다."는 말을 흘리며 학생들을 모집하면, 아이 가진 학부모들 없는 살림살이를 쪼개서라도 '우리 아이 특구 보내기' 경쟁에 뛰어들 판이다.

 

지자체는 특구에 갈 수 있는 지역민들과 없는 지역민들로 쪼개져 서로 겉돌고, 특구가 있는 곳의 집값은 요동치고 다른 곳은 자괴감만 솟구칠테니 경쟁을 부추기고 위화감을 조성하는데 이만한 법은 없을 듯 싶다. 교육특구가 대구시에 들어선들...종부세 환급을 받은 몇몇이나 들어갈 수 있을까? 대다수 대구시민에게는 '그림 속 떡'이리라.

 

학부모 지갑 털고, 학생 자존심 깎는 법 만들면 어쩌나?


무엇보다 걱정스런 것은 우리의 말글살이를 심하게 왜곡시키는 일이다. 말과 글은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이자, 우리의 문화와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어 더욱 소중하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 말글살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복잡해질 것이다. 처음에는 섬처럼 떠있는 '교육경제화특구' 안에서만 조심스럽게 쓰이던 영어가, 언로를 장악하고 있는 기득권층에다 사회지도층 행세까지 하는 특구출신을 따라 삽시간에 온나라로 퍼질 것이다.

 

영어는 관공서에서 나오는 세금고지서며 상품약관, 설명서로 점점이 파고들며 상용어(常用語)로 자리잡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용어 자리까지 넘볼 것이다. 특별법안은 특별한 재주는 없지만 '영어(만) 잘하는 특구출신'이란 경력을 앞세워 기득권층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고, 기득권을 넘보는 보통사람에게는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깨비방망이가 될 것이다.

 

'영어유학에 따른 국민들 부담을 줄이겠다'는 경제적인 이유를 법안 제안 이유로 앞세우지만, 초․중등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가운데 벌써부터 유학을 고민하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고양이 쥐 생각하는 입에 발린 소리다.  

 

'모든 국민이 영어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적인 이유도 내세우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모든 국민이 영어로 말하지 않아도 의사소통하는데는 불편함이 없으니, 특별법안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한글은 '눈엣가시'일지도 모를 일이다.

 

특별하게 가진 것 없는 이 가운데 쉬운 우리말로 시원하게 입이라도 제대로 열고, 특별한 사람들이 내뱉는 어려운 말에 기죽지 않으려면 특별법안을 막을 일이다. '부자'니'가난'이란 수식어를 떼고 오롯한 아버지로만 살고 싶은 사람, 더욱이 지금 앞장서야 한다.

2009.06.25 11:48 ⓒ 2009 OhmyNews
#교육국제화특구 특별법 #한말글문화협회 #영어특구 #영어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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