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눈치보기가 만든 '무료 급식 예산 삭감'

[주장] 경기도 교육위원들에게 '주민소환운동' 적용해야

등록 2009.06.25 15:27수정 2009.06.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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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아이들 밥은 먹이십니까 경기도 교육위원회의 홈페이지는 마비되어 있다. 도 교육청 홈페이지의 학부모 의견란은 교육위원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글로 가득 메워져 있다. 사진은 그 글 중 한 편. ⓒ 정만진

▲ 당신 아이들 밥은 먹이십니까 경기도 교육위원회의 홈페이지는 마비되어 있다. 도 교육청 홈페이지의 학부모 의견란은 교육위원들의 행태를 비난하는 글로 가득 메워져 있다. 사진은 그 글 중 한 편. ⓒ 정만진

지방 교육위원회가 전국적 뉴스를 탄 적은 별로 없다. 2008년 10월 서울시 교육위원회가 국제중 설립과 관련하여 교육청이 제출한 의안을 '심의 보류'하였다가 불과 2주만에 통과시키는 '서커스'를 연출하였을 때 "교육위원회가 무엇을 하는 곳이냐?" 식의 시민적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서울이 아닌 지방에 거주하는 학부모들에게는 국제중 설립 논란이 그다지 피부에 와닿는 교육 현안이 아니었기에, 특별시민들의 관심은 집중시켰지만 국민적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지난 6월 23일 경기도 교육위원회는 전 국민의 뜨거운 '눈총'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다. 경기도 교육위원회는 교육청이 제출한 예산안에서 초등학생들을 위한 무상 급식 비용의 50%를 과감하게 삭감함으로써 언론과 국민의 집중적인 주목을 받았다. (당초 경기도 교육청이 작성한 예산안 중등-초등학생 무상급식을 위한 비용은 기존의 저소득층 자녀 중식지원비 75억여원을 포함한 246억원이었다. 그러므로 246억원에서 75억여원을 제외한 171억원이 교육청이 새로 마련한 비용인데, 경기도 교육위원회는 그중 50%인 85억5천만원을 삭감함으로써 초등학생 무상급식 정책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국회에도 교육과학위원회가 있다. 이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국회의원은 모두 21명이다. 그런데 21명 중에서 교육 관련 학과를 졸업했거나 교육자 경력을 가진 의원은 전체의 24%인  5명에 불과하다. 공대나 과학 관련 학과 졸업 또는 그 분야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의원도 14%인 3명에 지나지 않는다(중복 1명 포함). 즉, 교육이나 과학기술과 관련되는 학력이나 경력을 갖추지 못한 의원들이 14명으로 대부분이다(67%). 물론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이 그렇게 된 것은 선거제도의 문제점 등 여러 요인 때문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정부가 무상급식을 위해 교육 예산을 마련한 경우 이를 삭감하기 위해 애를 쓸 가능성은 0%이다.

 

경기도 교육위원회는 1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11명 중 82%인 9명이 초·중등학교와 교육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교육자 출신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비하면 교육 경력자가 3.5배 많다(82%대 24%). 그런데 11명 중 2명은 교육청이 제출한 무상 급식 예산안에 찬성했고, 2명은 기권하였으며, 7명은 삭감에 동의했다. 교육청이 제출한 무상 급식 예산을 증액하기는커녕 삭감하는 데 앞장선 7명 중 6명이 교육계 출신이다(비교육계 출신 2명 중 1명은 기권). 대부분 비경력자들로 구성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급식관련 예산 삭감 사건이 거의 대부분 교육자 출신들로 구성된 지방 교육위원회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발생한 것이다.

 

주민소환제, 교육감과 교육위원에게도 적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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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위원회. 이들 중 강관희, 최운용, 한상국, 유옥희, 전영수, 정헌모, 조돈창 위원은 23일 추경예산안 처리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주요 정책인 초등학교 무료급식, 혁신학교, 청소년 인권조례 관련 예산 삭감에 찬성했다. 박원용, 강창희 위원은 불참, 이철두 의장과 조현무 위원은 기권했다. 그리고 이재삼, 최창의 위원은 삭감에 반대했다. (사진에서 이철두 의장은 빠졌음) ⓒ 경기도교육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경기도교육위원회. 이들 중 강관희, 최운용, 한상국, 유옥희, 전영수, 정헌모, 조돈창 위원은 23일 추경예산안 처리에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주요 정책인 초등학교 무료급식, 혁신학교, 청소년 인권조례 관련 예산 삭감에 찬성했다. 박원용, 강창희 위원은 불참, 이철두 의장과 조현무 위원은 기권했다. 그리고 이재삼, 최창의 위원은 삭감에 반대했다. (사진에서 이철두 의장은 빠졌음) ⓒ 경기도교육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교육자들 스스로 아이들의 무상 급식을 위해 마련된 예산을 삭감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지방자치법 제20조는 주민 소환에 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주민은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 및 지방의회의원(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은 제외한다)을 소환할 권리를 가진다.'

 

지방자치법 제20조 ②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주민소환에관한법률 제1조(목적)는 다음과 같다.

 

'이 법은 지방자치법 제20조의 규정에 의한 주민소환의 투표 청구권자·청구요건·절차 및 효력 등에 관하여 규정함으로써 지방자치에 관한 주민의 직접참여를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함을 목적으로 한다.'

 

주민소환에관한법률 제7조(주민소환투표의 청구)를 보면 주민소환 투표의 청구는 각각 다음과 같이 주민들의 찬성을 얻었을 때 가능하다.

 

1.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소환 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0분의 10 이상.

2. 시장·군수·자치구의 구청장은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주민 소환 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0분의 15 이상.

3. 지역 선거구 시·도 의회 의원 및 자치구·시·군 의회 의원은 당해 지방의회 의원의 선거구 안의 주민 소환 투표 청구권자 총수의 100분의 20

 

그러나 교육감과 교육위원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주민소환 제도가 교육감과 교육위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전국의 교육감과 교육위원들이 부정부패, 부조리, 나태 등등 갖가지 독직과 직책 폄훼 현상을 자행하고 있는 데에는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 의원들과 동일한 입법취지에 따라 선거를 통해 뽑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감과 교육위원에 대해서는 (그들과 달리) 주민소환을 통해 견제하고 감시하는 장치가 없다는 점도 매우 악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국회는 즉시 교육감과 교육위원에 대해서도 주민소환제도가 적용되도록 법 개정을 하여야 하며, 경기도 도민들은 법 개정과 관계없이 이번 사태를 저지른 경기도 교육위원들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펼쳐야 한다.

 

주민소환에관한법률 제8조(주민소환투표의 청구제한기간)를 보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주민소환투표의 실시를 청구할 수 없다.

 

1. 선출직 지방 공직자의 임기 개시일부터 1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때.

2. 선출직 지방 공직자의 임기만료일부터 1년 미만일 때.

3. 해당 선출직 지방 공직자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를 실시한 날부터 1년 이내인 때.

 

내년 8월 31일로 지방 교육위원들의 임기가 종료된다. 그러므로 8월 31일 이후에는 교육위원들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을 펼치는 것이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국회나 헌법재판소에 교육위원에 대한 주민소환제도 적용을 위한 법 개정을 요구해도 자동으로 기각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주민소환에관한법률에 따르면 (교육감과) 교육위원은 주민소환 대상이 아니므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내년 6월 2일이면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그때 교육감과 교육의원(내년부터는 명칭이 바뀜)도 직선제로 다시 뽑으므로, 이번에 교육예산 그것도 아이들을 위한 급식예산을 비교육적 관점에 입각하여 무차별 삭감한 교육자답지 못한 경기도 교육위원들의 재출마를 막기 위해서라도 주민소환 운동은 꼭 실시되어야 한다.

 
교육감 교육의원 후보들의 정치권 결탁 시도 막아야

 

내년 6월 2일 지방선거 때 교육감 및 교육의원 선거에 출마하려는 교육계 인사들은 이미 전국적으로 어디 시도에서든 특정정당과 결탁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거의 당선이 되는 지역감정적 투표행위에 압도되어 있는 한국 지방선거의 특성을 잘 아는 교육감 혹은 교육의원 입후보 예정자들이 자기 지역을 독점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특정 정당의 유력인사를 찾아다니며 줄서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결코 예상못 할 바도 아니다.

 

광역의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기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특정정당에 3-5억원의 정치자금을 상납해야 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한국의 정치환경을 생각할 때, 교육감과 교육의원 후보자들까지 특정정당에 줄을 대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한 내년 지방선거가 종료되고 나면 결국 교육자치는 실종될 것이며, 당선에 도움을 준 특정정당과 유력정치인의 조종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 괴뢰 교육감과 교육의원들의 비교육적 권력집행에 의해 아이들과 학부모, 나아가 교사들의 권익이 근본적으로 침탈되는 현실은 노골적으로 그 정체성을 드러낼 것이다.

 

그 한 예고적 징조가 바로 경기도 교육위원들이 아이들의 무상 급식을 위해 교육청이 편성한 예산을 전폭적으로 삭감한 이번 사태이다. 중앙정부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시도 교육감이 실시하려는 정책이면, 그것의 교육적 합리성과는 무관하게 무조건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해당 지역 특정정당 소속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들의 눈치를 보느라 지방 교육위원들이 '무상 급식 반대' 등의 교육자답지 않은 투표 행위를 자행할 개연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경기도 교육위원들이 교육청의 학교 급식 무상 실시 예산을 삭감한 사건은 교육적 관점이 아닌,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데 골몰한 비교육적 행태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와 정부는 가을 정기국회를 통해 교육계 선거가 정당과 결탁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이번 경기도 교육위원들이 자행한 사건은 '왜 우리가 교육자치의 실종을 막아야 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 생생한 사례이므로, 양식 있는 국회의원들부터 먼저 나서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혼탁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애써야 마땅하다.

덧붙이는 글 | 정만진 기자는 대구광역시 교육위원회 교육위원입니다. 

2009.06.25 15:27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정만진 기자는 대구광역시 교육위원회 교육위원입니다. 
#급식 #경기도교육위원회 #이재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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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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