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노리는 5대 지뢰... 정부, 웃을 땐가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방안 뒤집어보니

등록 2009.06.26 11:54수정 2009.06.2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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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25일 하반기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25일 하반기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이 25일 하반기경제운용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정부가)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25일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원의 말이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 대한 생각을 물었을 때다. 그는 "일부 (경기)지표가 나아진 측면이 있지만, 우리 주변 도처에 아직도 지뢰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의 내년 경제전망치에 대해선, 한마디로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부는 내년에 4% 성장을 달성하고 경상수지(80억불 흑자), 물가(2%)까지 잡겠다고 밝혔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도 당초 전망보다 높여 잡았다.

 

이는 정부가 향후 경제 운용에 나름의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 경제가 작년 4분기 대비 올 1분기에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0.1%)을 한 이후, 최근까지 각종 경기관련 지표들이 나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경기회복의 최대 관건인 고용사정은 여전히 최악이다. 고용이 악화되다 보니, 국민들의 지갑은 더 쪼그라들고 있다. 가계 부실과 부채가 위험수위에 올라 있다. 특히 계층간, 기업간 양극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상황이다.

 

또 그동안 경기침체를 막아온 국가 재정은 밑천을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800조원이 넘게 풀린 돈들이 여전히 갈 곳을 못찾고 있다. 이미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미니 부동산버블 이야기까지 나돌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는 여전히 늘지 않고 있다. 국제 기름값 등 원자재값이 다시 들썩이고 환율이 떨어지면서 부실기업들도 늘고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도산 기업이 늘면 고용은 더 악화되기 마련이다. 이는 다시 소비감소로 이어지고, 경기침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낙관론 속에 깔려 있는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지뢰들이다.

 

1.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우선 고용 부문. 고용은 경기회복의 바로미터다. 하지만 고용이 나아질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1분기에만 취업자 감소폭이 14만6000명이다. 4월에는 18만8000명, 지난 5월에는 21만9000명이 줄었다. 취업자 수가 이렇게 줄어든 것은 1999년 3월 39만명이 줄어든 이후 처음이다.

 

고용 내용은 더 좋지 않다. 제조업과 건설업, 음식숙박업의 취업자 감소폭이 35만5000명에 달한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정부 통계만으로도 5월까지 실업자가 93만8000명에 이른다. 청년 실업률도 여전히 높다.

 

특히 하반기부터 대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고 하지만, 사라지는 일자리를 막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취업자 증감 추이 그래프

취업자 증감 추이 그래프 ⓒ 통계청

취업자 증감 추이 그래프 ⓒ 통계청

2. 줄어드는 국민소득과 늘어나는 가계 빚

 

고용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국민들의 지갑도 얇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에 국내총생산(GDP)는 작년 4분기보다 약간 늘었지만,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왔다. GNI는 소득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수다. GNI는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분기부터 줄어들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노동시간 축소, 성과금 감소 등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민간소비도 여전히 저조한 상황이다. 소비는 지난 1분기에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줄었다.

 

가계 빚은 늘고 있다. 가계 빚 규모는 작년말 859조원까지 치솟았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83.9% 수준까지 올라왔다. 또 가계의 은행대출 연체율도 지난 3월말 0.73%까지 올랐다. 2007년말 0.55%에 비해 약 0.2%포인트 오른 것이다. 게다가 은행들이 작년말이후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던 주택담보대출을 시작하면서, 가계 빚은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그래프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그래프 ⓒ 기획재정부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율 그래프 ⓒ 기획재정부

3. 다시 고개 드는 부동산 버블과 과잉유동성

 

시중에는 돈이 넘쳐난다. 지난 4월말 현재 시중 단기자금이 811조3000억원에 이른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금융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시장에 돈을 대대적으로 풀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돈들이 중소기업 등 실물 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코스피지수가 지난 3월 이후 40% 가까이 급등하고, 부동산 시장도 강남을 중심으로 크게 오르고 있다.

 

이미 이른바 '버블세븐'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과거 2007년 최고치 값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이 같은 아파트값 상승세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확대와 맞물리면서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풀었던 돈들이 부동산 가격 폭등이나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성 문제를 다루는 시기를 놓칠 경우 자칫 더 큰 경제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민간연구소 등 전문가들 사이에선 금리인상을 통한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재정확장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윤증현 장관은 25일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때까지 당분간 확장적 정책기조를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GDP 성장률 비교표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GDP 성장률 비교

GDP 성장률 비교표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GDP 성장률 비교 ⓒ 기획재정부

▲ GDP 성장률 비교표 지난 97년 외환위기와 현재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GDP 성장률 비교 ⓒ 기획재정부

4. 비어가는 나라 곳간(국가재정 위기)

 

국가 재정 악화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경기침체 등으로 세금으로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고, 대신 정부가 쓰는 돈은 늘다보니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나라 살림이 악화되다 보니, 내년 이후에 정부가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재정도 거의 바닥난 상태다.

 

가계부채 문제 뿐 아니라 나라 빚도 1년새 60조원이나 늘었다. 무려 366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6%. 작년 30.1%에 비하면 무려 5.5%포인트나 늘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출범 이후 부유계층을 위한 세금감면과 막대한 토목공사에 따른 재정지출에 따라 국가재정에 큰 위기가 올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세제실장 등을 지냈던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과거 일본정부가 감세와 토목건설에 따른 재정지출로 인해 10년 동안 극심한 장기불황에 시달렸다"면서 "현 정부는 이 같은 과거 일본정부의 정책 오류를 따라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오바마 행정부나 영국 등에선 부자감세가 아닌 (부자) 증세와 함께, 부가가치세 인하와 중산층에 대한 세금환급 등으로 경기회복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을 경우 앞으로 심각한 재정위기가 닥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선행지표

기업들의 설비투자 선행지표 ⓒ 기획재정부

기업들의 설비투자 선행지표 ⓒ 기획재정부

5. 불안한 물가와 환율, 꿈쩍 않는 기업 투자

 

물가도 마찬가지다. 일단 지표상으로 보면 물가가 크게 오르진 않았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4.1%를 기록했다가 5월에 2.7%를 보였다. 하지만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이미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각종 교통요금을 비롯해 공공요금과 농축수산물, 생필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거나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국제기름값도 올 2월 서부텍사스산 원유기준으로 배럴당 39달러였던 것이 최근에 70달러를 넘어섰다. 물론 국내 휘발유값도 덩달아 크게 오르고 있다.

 

그동안 수출기업들에게 큰 힘이 됐던 고환율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달러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이 올 3월까지만 해도 1600원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1200원대까지 하락했다. 그만큼 원화가치가 오른 셈이다. 하지만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 처지에선 환율하락으로만 이익이 30% 이상 줄어들게 된다.

 

또 기업 중심의 민간투자는 거의 제로상태다. 올 4월까지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6개월 연속 마이너스 20% 안팎으로 줄고 있다. '친기업적' 정부 아래 각종 기업 관련 세금과 규제들이 없어졌지만, 기업들의 투자는 전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을 중심으로 돈을 빌려다가, 자신들 금고에만 쌓아두기 급급하다.

 

이미 추가로 실탄을 쏠 여력을 잃어버린 정부로선 민간부문의 투자가 살아나길 기대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주저하고 있다.

2009.06.26 11:54ⓒ 2009 OhmyNews
#금융위기 #부동산버블 #과잉유동성 #윤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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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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