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받게 해준 한인 교민회에 감사합니다"

한국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은 우즈베키스탄 소녀 굴노자

등록 2009.07.03 14:11수정 2009.07.03 15:03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수술 전 입원실에서 굴노자와 그의 어머니, 박태운 우즈블리스 대표

수술 전 입원실에서 굴노자와 그의 어머니, 박태운 우즈블리스 대표 ⓒ 황승태

▲ 수술 전 입원실에서 굴노자와 그의 어머니, 박태운 우즈블리스 대표 ⓒ 황승태

 

우즈베키스탄에서 살고 있는 굴노자는 올해 17세의 여학생이다. 친구들과 어울려서 한참 뛰어다닐 나이다. 일찍 결혼하는 우즈베키스탄의 관습에 비추어볼 때,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꿈도 가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상의 즐거움과 꿈은 굴노자의 나이 11살 때 깨졌다. 고무줄 놀이를 하다가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이 몰려왔다. 엄마에게 이런 증상을 호소했고, 몇 군데 병원을 거쳐서 '심장 판막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류머티즘도 함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정확하게는 '심장 승모판막증'이다. 심장의 혈액흐름을 조정하는 판막이 제기능을 못하는 것이다. 류머티즘 때문에 생겨난 열이 심장 판막에 영향을 미치면서 생겨난 증상이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뛰거나 계단을 오르는 것은 생각도 못한다. '심장병이 있는 여자는 아이를 못 낳는다'라는 이야기도 주위에서 들려왔다. 굴노자의 가족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수도 타쉬켄트에 있는 병원에서는 수술을 하라고 권했지만, 미화로 수천 달러에 이르는 수술 비용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굴노자는 지금까지 6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 증상을 안고 살아야했다. 심장병 때문에 어두워질지 모르는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이런 굴노자의 고생도 올 여름에 끝날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 한인 교민회에서 한국심장재단, 한양대학교 병원과 손잡고 굴노자에게 무료로 심장병 수술을 해준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한인회에서는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교민일보를 통해서 심장병을 앓고 있는 현지 소년소녀를 수소문했고,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해있는 기아대책본부에서 굴노자를 추천해준 것이다.

 

이런 경위를 거쳐서 굴노자와 그의 어머니는 현재 한양대 병원에 와있다. 수술비와 입원비는 심장재단과 한양대 병원에서 부담했고, 왕복항공권 및 기타비용은 교민회에서 떠맡았다. 이 일을 추진한 장본인은 우즈베키스탄에서 10년 가량 거주 중인 박태운(45) 우즈블리스 대표였다.

 

박 대표는 예전에도 몇 차례 심장병이 있는 현지인 아동을 한국에서 무료로 수술받을 수 있도록 주선해준 경험이 있었다. 이제부터는 교민회 차원에서 1년에 두 명의 아동을 선발해서 한국에서 무료수술 받게끔 연중행사로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굴노자의 수술이 있었던 7월 2일 오후, 한양대 병원에서 굴노자의 어머니와 박 대표를 만나서 이번 일을 기획하게된 계기 등을 물어보았다.

 

a 수술후 한양대 병원 복도에서 우측은 기아대책본부 간사

수술후 한양대 병원 복도에서 우측은 기아대책본부 간사 ⓒ 김준희

▲ 수술후 한양대 병원 복도에서 우측은 기아대책본부 간사 ⓒ 김준희

 

"예전부터 한인 교민회에서 불우이웃돕기 행사를 많이 했었어요. 재정은 교민일보 판매기금으로 충당했구요. 고아원, 장애아동센터, 고려인 독거노인 돕기 등을 그동안 매년 해왔죠. 올해부터 매년 심장병을 앓는 아동들을 두 명씩 선정해서 한국에서 무료수술 받도록 계획 중입니다."

 

우즈베키스탄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약 2천여 명. 자원 부국인데다 개발의 여지가 많은 나라라서 지금도 계속 한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박 대표도 오래전에 심장 승모판막증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수술로 완치가 되었지만 누구보다도 그 증상 때문에 생기는 괴로움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숨이 차죠. 조금 걷거나 계단을 오르거나 흥분하거나 하면 숨이 많이 찹니다. 그러다 쓰러질 수도 있구요. 제가 예전에 그 병이 있었기 때문에 숨 못 쉬는 고통을 알아요. 저는 걸어서 계단을 2층까지도 못 올랐어요, 숨이 차서."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고 약 2주 가량의 입원기간을 거친 후에 모녀는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간다. 판막 수술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판막을 다시 살리는 쪽을 택했단다. 초등학교 교사인 굴노자의 어머니 자미라는 그 점이 다행이라고 하면서 무료 수술을 받게해준 한인 교민회와 한국에 감사한다는 말을 전했다. 2주 후에 고국으로 돌아갈 굴노자가 친구들과 함께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그려진다.

 

"교민회하고 박 대표님께 우선 고맙구요. 수술해주신 한양대 병원 김 혁 교수님께도 감사의 표현을 하고 싶어요. 기아대책본부에도 고맙습니다. 한국인들은 겸손하면서도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것 같아요. 입원실에서 만난 한국사람들도 다 친절하구요."

#심장병 #굴노자 #우즈베키스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얼굴 창백한 계산원을 보고 손님이 한 행동
  2. 2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유럽인들의 인증샷 "한국의 '금지된 라면' 우리가 먹어봤다"
  3. 3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알고도 대책 없는 윤 정부... 한국에 유례 없는 위기 온다
  4. 4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
  5. 5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하루가 지옥" 주차장에 갇힌 주택 2채, 아직도 '우째 이런일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