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문화원 끝내 '잠정 폐쇄'

전국 224개 지방문화원 중 처음으로 문닫아

등록 2009.07.04 12:55수정 2009.07.04 12:55
0
원고료로 응원
순천문화원이 그동안 예산지원을 둘러싸고 시와 공방을 벌여오다가 결국 문을 닫았다. 자치단체에서 문화원의 예산을 지원하지 않아 문을 닫는 경우는 전국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문화원은 그동안 전임자의 남은 임기 동안 한시적으로 사무국장이 일을 해 왔었다. 그러다 지난 6월30일자로 전임자의 잔여임기로 일해 왔던 사무국장이 임기를 마치고 그만 두었다.

하지만 문화원은 예산이 없어 더 이상 사무국의 실무자를 채용할 수 없게 되자 결국 사무실 문을 닫았다. 유길수 순천문화원장은 "새로운 사무국장을 뽑을 경우 3년의 임기를 보장해 줘야 한다. 하지만 예산이 없어서 급여를 줄 수 없다"며 실무자를 채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올해 들어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순천시만이 문화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결국 그로 인해 문화원의 업무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순천문화원사태는 지난해 9월 새로운 문화원장 선거와 관련하여 불거졌다. 문화원장선거 당시 "시장이 특정후보를 밀고 있다"는 말이 파다했다. 그러나 선거결과 시장이 미는 후보가 아닌 다른사람이 당선된 것이다.

이후, 시가 일방적으로 2009년도 문화원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져갔다.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문화원은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하면서 시에 기부채납했던 문화원사를 되찾기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는 순천문화원에서 노관규 순천시장과 시를 상대로 직권남용, 직무유기, 사기 등의 혐의로 민․형사상 고발까지 해 놓은 상태이다.

결국 시와 문화원의 싸움에 애꿎은 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지방문화 진흥을 위해 향토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와 애정을 증진시키고, 시민의 문화 예술적 감성을 개발 향상시키는 업무를 하는 곳이 문화원이다.

그런데 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문을 닫는 사태는 "누가 보더라도 감정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시민들은 말한다.

두 수장들의 감정싸움에
애꿎은 시민들만 문화혜택 박탈
"사태해결을 위해 시민들이 나서야"


이번 사태에 대해 문화원 부원장직을 겸임하고 있는 박동수 순천시의원은 "지방문화원진흥법에 의하면 분권교부세에서 문화원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대통령령으로 되어 있다"며 "문화원 예산을 편성조차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시발점"이라며 시를 질책했다. 법 조항에 '줄 수 있다'고 되어 있는 것을, "반드시 지원하라"는 강제 조항은 아니라는 해석을 하는 시의 입장이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인 것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지금은 민․형사 소송 중이어서 현 상황에선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법원 판결 결과 이후에나 논의할 문제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 1961년 3월 문을 연 순천문화원. 48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잠정적으로 문을 닫는 사태에 대해, 한국문화원연합회 김이기 사무총장은 "자치단체에서 예산을 지원받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는 우리나라 지방문화원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나아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며 "과거에 중앙정부에서 관장하다가 지방으로 이양된 후, 아무래도 예산편성 문제에서 자치단체의 눈치를 보게 되는 약자의 입장이 되다보니 자율성이 침해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또한 "가장 큰 피해자는 시민이다. 시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 줘야 하는 자치단체가 오히려 시민들에게 피해를 줘야 되겠느냐"며 "지역민들이 나서서라도 시민들의 몫을 요구해야 하지 않겠냐"고 덧 붙였다. 문화원과 시 양측 모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순천시 #문화원 #폐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늘 하루도 선물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또 틀렸다... 제발 공부 좀
  2. 2 한국에서 한 것처럼 했는데... 독일 초등교사가 보내온 편지
  3. 3 임성근 거짓말 드러나나, 사고 당일 녹음파일 나왔다
  4. 4 저출산, 지역소멸이 저희들 잘못은 아니잖아요
  5. 5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요양원 나온 어머니가 제일 먼저 한 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