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로 세상을 바꾼다

지렁이 생태체험 학습장 운영하는 전남 장흥 우산마을

등록 2009.07.06 17:03수정 2009.07.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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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가 키운 야채. 마을처럼이나 생기 넘쳐난다. ⓒ 이돈삼

지렁이가 키운 야채. 마을처럼이나 생기 넘쳐난다. ⓒ 이돈삼

'지렁이마을'이 있다. 전라남도 장흥군 장평면 우산마을이 그곳이다. 이 마을이 바뀌기 시작한 것은 지렁이와 만나면서부터다. 지렁이를 이용한 생태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에서 하나밖에 없다. 지렁이 생태체험은 마을을 '슬로시티'로 지정받을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지렁이생태학습장은 마을 한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선 토양을 회복시키고 하천정화에 으뜸인 지렁이를 농사에 접목시키고 있다. 말 그대로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체험학습장이다.

 

마을에 지렁이와 관련한 체험거리가 풍부한 것도 당연지사. 지렁이 생태 체험은 물론 지렁이 분변토를 토양에 넣고 기른 쌈채소, 고추, 토마토, 오이, 피망, 참외, 수박, 호박 등 다양한 열매채소류 수확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체험객들이 직접 수확해 식단을 준비하고 여기에 묵은 김치, 된장, 나물 등과 함께 맛보는 슬로푸드 체험도 있다. 채소 분화체험, 실개천 체험, 장구목재 등반 체험과 오디·복분자 수확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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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생태체험. 우산마을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 이돈삼

지렁이 생태체험. 우산마을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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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생태체험 학습장을 찾은 도시 소비자들. 지렁이의 효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이돈삼

지렁이 생태체험 학습장을 찾은 도시 소비자들. 지렁이의 효능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이돈삼

"마을에 지렁이생태체험학습장이 들어서고 또 행복마을로 지정돼 한옥이 들어서면서 변한 게 한둘이 아닙니다. 생활환경이 바뀐 것은 기본이고요. 땅값도 많이 올랐어요. 주민도 많이 늘었고.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유금렬(49) 이장의 말이다.

 

장흥댐 상류지역에 자리한 이 마을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72가구 130여 명의 주민이 농업과 임업으로 살아온 전형적인 산골마을이었다. 그러던 이 마을이 아주 특별한 농촌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 사업과 전남도의 행복마을 사업의 하나로 진행됐던 한옥 신축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년 사이 15가구가 한옥으로 바뀌었다. 표준 설계에 의해 뼈대와 지붕·벽체에 목재와 기와, 황토를 사용했다. 하지만 거실과 주방, 화장실 등 내부는 현대식으로 꾸몄다. '한옥은 불편하다'란 고정관념도 없어졌다. 지금도 두 채가 기초공사에 들어가고 한 채는 설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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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마을에선 지금도 한옥 건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한옥의 지붕에 기와를 올리고 있다. ⓒ 이돈삼

우산마을에선 지금도 한옥 건축공사가 벌어지고 있다. 마을주민들이 한옥의 지붕에 기와를 올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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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마을 한옥 풍경. 한옥이 신축되면서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 이돈삼

우산마을 한옥 풍경. 한옥이 신축되면서 마을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 이돈삼

슬레이트집을 헐고 한옥을 지은 문충열(69)씨는 "전남도에서 2000만 원, 장흥군에서 1650만 원을 지원받고 부족한 것은 도시에서 사는 자식들이 보탰다"며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도 시원하게 지내 이웃들이 부러워한다"고 자랑했다.

 

시골 동네가 멋스러운 한옥마을로 탈바꿈해가자 사그라지던 마을이 활기를 되찾았다. 큰 변화는 마을 인구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사업 시행 2년 만에 7가구가 늘었다. 유 이장의 말처럼 그동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광주에서 살다 노후를 위해 지난해 6월 이주해 온 이여금(72) 할머니는 "주말마다 아들 딸 가족들이 번갈아 쉬러 와 전혀 적적하지 않다"면서 "공기도 좋고, 경치도 좋고, 마을 인심도 좋아 이제야 사람 사는 세상을 찾아온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이처럼 마을에는 정년퇴직 후 정착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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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마을의 달라진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유금렬 우산마을 이장(왼쪽)과 대도시에서 살다가 우산마을에 들어와 한옥을 짓고 사는 이여금 할머니(오른쪽). ⓒ 이돈삼

최근 몇 년 사이 마을의 달라진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유금렬 우산마을 이장(왼쪽)과 대도시에서 살다가 우산마을에 들어와 한옥을 짓고 사는 이여금 할머니(오른쪽).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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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마을을 찾은 도시 소비자들(왼쪽)과 마을 입구에 선 지렁이상(오른쪽). ⓒ 이돈삼

우산마을을 찾은 도시 소비자들(왼쪽)과 마을 입구에 선 지렁이상(오른쪽). ⓒ 이돈삼

뿐만 아니다. 땅값도 배 이상 올랐다. 2~3만 원하던 땅값이 5만 원 이상으로 뛰었다. 변화는 또 있다. 인적이 드물어 쓸쓸하기까지 했던 마을이 행복마을 모델로 떠오르면서 다른 지역 주민들의 견학이 쇄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60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다. 방문객 증가는 자연스럽게 주민 소득으로 이어졌다.

 

우산마을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소득증대 방안을 찾고 있다. 소득 증대가 마을의 흥망성쇠와 직결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절임배추 판매 사업을 확대키로 했다. 이 일은 지난해 마을 부녀회가 소일거리로 시작해 1000만 원이 넘는 마을 기금까지 만들 정도로 쏠쏠한 재미를 본 사업이다.

 

작목반을 만들고 공동생산, 공동분배의 원칙도 세웠다. 물론 배추 재배를 위한 농지도 임차하고 공동작업장과 저온창고도 마련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5배 많은 10만 포기를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향우를 중심으로 예약 접수에 나섰다. 여기에 자신들이 직접 기른 콩으로 만든 간장과 된장 등도 판매키로 했다.

 

주민들은 또 마을 뒷산 등에 약초 재배단지를 만들고 결명자, 도라지, 더덕 등을 심었다. 여기에 취나무, 두릅나무, 고사리 등 산채류 재배단지도 조성했다. 마을의 랜드마크인 지렁이 생태학습장에 유기 농산물 판매장을 설치하는 등 지렁이를 동력으로 한 다양한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유 이장은 "지난 5월에 전국 귀농학교를 여는 등 행복마을 덕분에 새로운 공동체로 탈바꿈하고 있다"면서 "현재 준비 중인 체험프로그램이 완성되면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촌마을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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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마을에 있는 지렁이 생태체험 학습장.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 이돈삼

우산마을에 있는 지렁이 생태체험 학습장.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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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마을'로 지정된 이후 한옥이 들어서면서 사람이 늘고 땅값도 오른 장흥 우산마을. 몇 년 사이 활기를 찾고 있다. ⓒ 이돈삼

'행복마을'로 지정된 이후 한옥이 들어서면서 사람이 늘고 땅값도 오른 장흥 우산마을. 몇 년 사이 활기를 찾고 있다. ⓒ 이돈삼
2009.07.06 17:03 ⓒ 2009 OhmyNews
#우산마을 #행복마을 #장흥 #지렁이생태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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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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