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바로 MB정부 대북정책의 하이라이트"

'대북지원 핵무장에 이용 의혹' 발언 비판... '즉흥 발언'이라는 시각도

등록 2009.07.09 16:05수정 2009.07.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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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유럽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되고 있다. ⓒ 청와대

폴란드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유럽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강경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되고 있다. ⓒ 청와대

다수의 외교안보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를 규정한 결정적 시기로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을 꼽는다. 그달 19일 김하중 당시 통일부 장관은 "북핵문제가 계속 타결되지 않고 문제가 남는다면 (개성공단 사업을) 확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개성공단 입주업체 대표는 "그것이 확실한 정부 입장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그때 바로 개성사업을 접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달 26일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6·15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이 "가장 중요한 것은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선 김태영 합창의장은, 북한 핵무기 보유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이 핵을 가지고 있을 만한 장소를 빨리 확인해서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타격하는 것"이라며 '선제타격론'을 내세웠다.

 

북한은 이에 대해, 개성공단에서 남측 당국 인원 전원의 철수를 요구했고, 4월 1일에는 <노동신문> 논평원이 이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역도'라고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2009년 7월 8일이, 지난해 3월을 대체하는 시점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이 대통령이 "지난 10년간 북한을 지원한 돈이 핵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가장 폐쇄된 사회의 지도자이다"라고 한 발언 때문이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이 발언이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정수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평가했다. 총괄적으로 남북관계가 왜 이렇게 된 것인지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6·15선언과 10·4선언을 부정한 적이 없다는 말이 허구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결정적 한마디'"라면서 "극우진영의 '퍼주기' 주장을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경악할 만한 것인데다, 이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대북정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도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6·15-10·4선언 부정하지 않았다는 말이 허구임을 스스로 보여줬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제사정에 어두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9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 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 "이미 1999년에 클린턴 정부 시절이지만, 미-북간의 미사일 발사 유예 내지는 수출 중지를 위한 협상을 할 때에 미국에서도 1년에 한 5억불 정도는 북한이 미사일 수출을 해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인정을 했다"면서 "그때로부터 한 10년 지났으니까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한 50억불 벌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돈으로 그걸(핵무기, 미사일)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이런 사정을 잘 모른다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정 전 장관은 또 "커트 캠벨(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이 정식으로 집무를 시작하면 어떤 형식으로든 간에 북한과의 관계를 개입 쪽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미-북관계는 풀려나가는데, 남북관계는 꽉 막히는 통미봉남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인명진 상임공동대표는 "대통령께서 심각한 의지를 갖고 한 말이 아니기를 바라는데, 만약 계산된 발언이라면 남북화해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국회 외통위원인 박주선 의원(광주동구)도 이 대통령의 폴란드 발언에 대해 "자신의 대북정책 실패를 전 정권의 탓으로 돌리려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사실상 남북관계를 포기하겠다는 선언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번 8·15광복절 때 전향적인 대북메시지가 나올 가능성도 사라졌다는 예상도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그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진 것 아니냐"면서 "보수진영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이번 발언이 이 대통령의 기본적인 인식이라면 최소한 남북관계에서는 그가 중도적 입장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에서도 앞으로 정상회담 같은 것은 하지 말자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원 "MB가 즉흥답변을 해 청와대 관계자들 당혹" 주장

 

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준비되지 않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9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통령이 참모들과 준비한 문안과는 달리 즉흥적 답변을 해서 청와대 관계자들도 당혹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이 알려진 직후 청와대 쪽에서는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발언들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유럽순방을 수행하고 있는 김은혜 부대변인은 "북한을 비핵화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 점에 비춰볼 때, 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인 대북정책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해, 파장을 줄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서울에 남아있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8일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고, 그것이 바로 평균적인 국민적 인식이자 전 지구적 인식"이라고 지원하고 나섰다.

 

최근 현 정부의 대북라인은 언뜻언뜻 자신감을 내비치곤 한다. "북한이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요즘 부쩍 '비핵개방3000'을 강조한다. 미국의 북한에 대한 강경분위기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상 등이 그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남북관계 악화와 그에 따른 긴장 고조에 대한 책임을 이명박 정부에 묻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2009.07.09 16:05 ⓒ 2009 OhmyNews
#이명박 #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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