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하게 차려나온 반찬. 개운한 파김치와 깍두기는 기본이고요. 오이무침이나 미역무침 등은 시장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만큼 싱싱한 재료를 이용한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조종안
'운정식당'은 객지에 있을 때도 고향을 방문하면 들러서 설렁탕 한 그릇이라도 사먹고 가던 단골집인데요. 고희를 바라보는 조리사 부부가 정성을 다해 끓여내는 '녹두삼계탕'은 수라간 상궁도 맛보면 탄복할 정도로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서수 양계장에서 가져온 닭에 찹쌀, 녹두, 잣, 참깨, 밤, 대추, 인삼 등을 넣은 '녹두삼계탕'은 손님이 주문하면 삶아놓은 닭을 다시 뚝배기에 넣고 끓여서 내놓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조리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3개월 정도 키운(550g-600g) 닭을 재료로 하는데요. 일반 삼계탕 집에서 내놓는 닭보다 크고 살이 유난히 연합니다. 개업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 양계장만을 거래해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정성스럽게 얹은 고명과 팔팔 끓는 육수의 구수한 냄새는 침샘을 자극하는데요. 닭을 다 발라먹고 먹는 녹두죽은 소화도 잘될 뿐만 아니라 고소한 맛이 환상적이어서 먹고 나서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알맞게 익은 깍두기와 생채, 파김치도 녹두죽 맛을 올리는데 한몫을 하는데요. 코를 톡 쏘는 조선파와 개운한 맛을 내는 젓국이 함께 어우러지는 파김치는 어머니의 손맛을 떠오르게 합니다.
밑반찬 맛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하는 콩나물무침, 씹을수록 개미가 있는 깍두기, 입을 개운하게 해주는 미역무침은 맛도 맛이지만 시원해서 좋습니다. 그래서 파김치와 미역무침은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히고 있지요.
처음 개업할 때는 우족탕과 설렁탕 전문이었는데, 연구의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07년 여름부터 녹두삼계탕을 선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족탕과 설렁탕이 따돌림당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 고민이라고 하더군요. 칠순을 바라보는 분들이 '삼계탕' 벤치마킹에 성공하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마도 그치고 찜통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초복도 며칠 남지 않았는데요. 삼계탕은 복날에 먹는 전통음식으로 알려졌습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달리 생각합니다. 소식(小食)을 전제로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골고루 잘 먹는 게 보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의 신체는 잠을 잘 때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고 합니다. 그렇게 신체의 각 부위가 각자 임무를 수행하면서 필요한 영양소가 있으면 그에 합당한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감기에 걸리면 콩나물해장국이 생각나고 임산부가 미역국이 먹고 싶듯 말입니다.
맛으로 승부'맛으로 승부를 보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밑반찬 준비에서 삼계탕을 끓여내기까지 부부가 함께 한다는 양기추(69) 사장님에게 몇 마디 여쭤보았습니다.
"시청이 조촌동으로 이사한 지 10년이 넘었고 법원·검찰청 등 관공서들도 시청 부근으로 이전하니까 시내에 있던 유명한 식당들도 모두 이전개업을 했는데 이렇게 제자리를 고집하는 이유라도 있나요?" "그럼유. 음식을 맛있게 허는 게 내 '영업철학'인디, 옛날부터 군산 입맛이 까탈시럽기로 소문났잖유. 그르케 입이 까탈시런 손님들일스락 맛있으믄 더 와유"일반 삼계탕과 운정식당의 녹두삼계탕은 여러 면에서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연하자면 삶아놓은 닭을 손님이 오면 다시 뚝배기에 넣고 끓여서 내놓는 게 아니라 즉석에서 조리한다는 것이지요.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맛과 함께 닭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전혀 없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고기가 쫄깃하고 고소한 질감이 먹을수록 입맛을 당기는 게 즉석 녹두삼계탕의 진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녹두는 우리 몸 어디에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