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간정'에 올라 '청간정'을 잊어버리다

관동팔경의 '청간정'을 다녀오다

등록 2009.07.14 10:02수정 2009.07.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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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에서 관동팔경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다.

 

요즘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이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좋은 풍경이 있는 곳에는 으레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소위 '똑딱이'라고 불리는 사진기보다 조금 부피는 크지만 DSLR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 제법 사진에 관해 아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면, 2004년부터 캐논 350D를 가지고 다니지만 진정으로 DSLR 카메라의 기능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가 있어도 찍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한번 좋은 곳으로 출사를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마음에 맞는 친구들끼리 1박 2일로 동해 바다를 구경하러 가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녁 8시에 출발하느라 첫째 날에는 이렇다할 사진을 찍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강원도 고성 근처의 콘도에서 1박을 한 우리 일행은 다음날 일출을 구경하고, 점심 이후에 근처에 가볼만한 곳을 찾아가서 사진을 찍기로 했습니다. 콘도에서 제공하는 근처 관광 안내도를 참고해서 처음으로 찾아간 곳이 '청간정'(淸澗亭)이었습니다.

 

청간정에 대한 소개는 아래와 같습니다.

 

청간정(淸澗亭)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32호

소재지 :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청간리

 

1520년(중종 15) 군수 최청(崔淸)이 크게 수리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정자의 창건 연대는 그보다 훨씬 이전으로 추정된다.

1881년(고종 18) 화재로 타 버린 것을 1928년 면장 김용집(金容集)의 발의로 지금의 정자를 재건하였으나, 한국 전쟁 당시 전화를 입어 다시 보수하였다.

청간정의 현판은 1953년 5월 이승만 대통령이 친필로 쓴 것이다. 1981년 다시 고쳐 짓고 주변 환경도 정비하였다.

동해를 바라보고 설악산을 뒤로하고 자리잡은 이 정자는 입지 선정의 우수성을 엿볼 수 있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겹처마 팔각 지붕 건물로 바위 위에 얹혀진 돌로 된 초석과 목조의 몸체, 기와 지붕이 주위의 아름다운 자연과 잘 어우러져 강원도 누(樓) 형식의 정자 건축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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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 안내 문구 ⓒ 이인배

청간정 안내 문구 ⓒ 이인배

 

멋진 풍경을 사진기에 담겠다는 의욕은 있었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르 흐르는 날씨 때문에 청간정으로 가는 산책로에서 이미 더위에 지쳐버렸습니다. 청간정 위에 오르니 경치는 물론 자연이 제공하는 바람이 그동안의 더위를 말끔히 가시게 해주었습니다. 우리가 도착하기 훨씬 전부터 이미 그곳에 돗자리를 깔고 제대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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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 옆에 서 있는 나무... 주변에 안내 표지판이 어색해 보입니다... ⓒ 이인배

청간정 옆에 서 있는 나무... 주변에 안내 표지판이 어색해 보입니다... ⓒ 이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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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 ⓒ 이인배

청간정 ⓒ 이인배

 

청간정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왜 청간정이 관동팔경 중의 하나인지 알 수 있습니다. 청간정의 뛰어남(탁월함)은 건물의 형식이나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탁월한 위치 선정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옛날 사람들은 이곳을 찾을 때, 청간정의 건물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청간정에서 둘러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의 경치를 염두에 두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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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에서 바라보 동해 바다... 바로 앞의 철조망이 분단의 아픔을 생각나게 합니다. ⓒ 이인배

청간정에서 바라보 동해 바다... 바로 앞의 철조망이 분단의 아픔을 생각나게 합니다. ⓒ 이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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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간정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 이인배

청간정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 이인배

 

5백년 전부터 이렇게 좋은 자리에 정자를 세웠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사람들의 좋은 풍경에 대한 감각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커다란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5백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주변의 풍경은 5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인간이 인위적으로 세운 건축물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그 건축물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연과 하나가 되는 건축물을 만들어 놓고 자연과 하나가 되도록 노력한 옛 사람들의 노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청간정'이라는 현판은 1953년에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이라고 합니다. 물론 사람들은 그 현판을 누가 썼는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수도 있지만, 청간정에 올라 주변의 자연 경관을 감상하다 보면, 현판을 누가 썼는지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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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에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쓴 현판입니다. ⓒ 이인배

1953년에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쓴 현판입니다. ⓒ 이인배

 

청간정이 관동팔경으로 손꼽히는 이유는, 청간정이라는 건물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청간정을 둘러싼 자연의 경관이 아름답고, 그 자연이 청간정이라는 건물과 자연스럽게 조화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View, 티스토리 블로그, U포터뉴스,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7.14 10:02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View, 티스토리 블로그, U포터뉴스,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청간정 #관동팔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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