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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오는 날 처마 밑에서 늘어지게 낮잠 자는 우리 집 카사 ⓒ 박도

▲ 비 오는 날 처마 밑에서 늘어지게 낮잠 자는 우리 집 카사 ⓒ 박도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랄 때 할머니는 봄이나 여름철에 내린 비는 '잠 비'고, 가을철 비는 '떡 비'라고 말씀하셨다. 시골에서 농사꾼들은 비 오는 날이 '공치는 날'로 특별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쌀독이 바닥난 봄이나 여름철에는 군것질 할 것도 마땅치 않아 가난한 집에서는 무료함을 메우는 가장좋은 방법으로 잠을 청했나 보다. 반면에 가을철에는 오곡백과가 풍성하여 비가 오면 아침부터 방아를 찧어 떡을 해 나눠 먹었던 추억이 아련하다.

요즘은 전국이 장마철로 이곳 산마을에도 거의 날마다 비가 내리고 있다. 이곳저곳 글감 자료 수집으로 나들이 갈 일은 많지만 날씨 때문에 미루고 있다. 전문 농사꾼은 아니지만 비가 내리니까 나도 갑자기 할 일도 없기에 늘어지게 한잠을 자고 일어났다.

창밖을 내다보니 우리 집 카사란 놈이 처마 밑 시루 위에서 내 글방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빗줄기가 세차기에 그대로 내버려 두자, 저도 지쳤음인지 시선을 돌려, 비 내리는 산마을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잠시 뒤 그도 무료했음인지 시루 위에 눕고 길게 하품을 하고는 곧 낮잠에 빠졌다. 카사도 이런 날은 쏘다녀 보아야 친구도 없을 뿐더러, 다람쥐도 청솔모도 멧새도 잡을 수 없을 게다. 아마 그도 비를 피할 수 있는 시원한 곳에 자리 잡고 한잠 늘어지게 자는 게 산골 고양이가 시간을 죽이는 가장 좋은 방법인 줄 알고 있나 보다.

사실 크게 보면 인생이나 묘생(猫生; 고양이의 삶)도 다 같다. 그런데도 사람은 저만 잘난 줄 알고 우쭐거리며, 이 세상 모든 걸 다 가지려고 아등바등하는 바보라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죽으면 제 몸뚱이조차 간수치 못하면서도.

그의 잠든 모습이 귀여워 카메라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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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글방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 박도

▲ 내 글방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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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사가 비내리는 무료한 산촌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 박도

▲ 카사가 비내리는 무료한 산촌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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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마 밑 시루 위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 박도

▲ 처마 밑 시루 위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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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품하는 카사 ⓒ 박도

▲ 하품하는 카사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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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잠에 빠진 카사 ⓒ 박도

▲ 낮잠에 빠진 카사 ⓒ 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