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번주에 언론관계 법안을 강행처리를 압박하고 있어 격돌이 예고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 신문법 전부개정안의 문제점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발의된 신문법 전부개정안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제출했던 신문관계법안 중에서 여론다양성 보장이나 신문산업 진흥의 측면에서 보면 가장 후퇴한 것이었다. 우리 사회 민주적 여론형성의 기반인 여론(의견) 다양성을 일거에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언론관계법 논의의 핵심이 과점신문 및 대기업의 방송보도 영역(지상파방송, 종합편성 채널, 보도전문 채널) 진출 문제인 탓인지 방송법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신문법은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냥 넘기기엔 한나라당 신문법은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한나라당 신문법 전부개정안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신문법 제10조의 삭제다. 공정거래법에 의해 구독계약 강요나 무가지 및 무상 경품 제공을 금지하는 내용을 삭제한 것이다(제10조 제2항 및 제3항).
일부에서는 신문법 제10조를 삭제해도 공정거래법이 있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위반 행위의 유형과 기준을 신문업 특성에 따라 구체화한 신문고시가 있다는 것이다. 2002년에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받은 바 있는 신문고시는 지금 존폐의 기로에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8월 23일까지 일단 폐지한 뒤 재발령 여부를 결정하다고 한다.
신문고시에 따른 신문시장 불공정 거래 행위 단속도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결국 신문법 제10조의 존재의미는 신문고시를 뒷받침하는 보호 장치이자 신문시장의 불공정거래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단속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근거라고 하겠다.
신문고시가 폐지되면 전국 신문시장은 또 다시 무가지와 경품 투입으로 전쟁에 돌입할 것이다. 과점신문들이 전국적으로 독자를 확장하는 가운데 마이너 전국지와 지역신문들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부산, 대구 등에서 겨우 유지되고 있는 지역일간지 주도 시장도 붕괴될 가능성도 높다.
최근 16개 주요 지역일간지가 공동기사를 통해 한나라당과 정부의 신문고시 폐지와 신문법 개악을 격렬하게 비판하고 지역신문단체들도 공동행동에 나선 바 있다. 이에 한나라당은 신문법 제10조를 존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지만 신문고시는 여전히 폐지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둘째, 신문방송 겸영 금지 규정은 아예 삭제돼
한나라당 신문법안에선 신문방송 겸영금지 관련 조항이 없다. 신문법안에서 관련 조항이 삭제되었으므로 신문방송의 겸영금지 장치는 사라지고 방송법안에 의한 출자규제(지분 및 주식 소유하는 것)만 남게 된 것이다. 일간신문과 뉴스통신이 방송보도 영역의 겸영 및 출자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에 방송법 개정안을 통해 형식적인 소유규제(출자 제한)만 남겨 놓은 것이다. 신문시장의 점유율을 기준으로 하여 여론다양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은 과점(거대)사업자는 당연히 신방 겸영(교차소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다.
출자를 통한 이종미디어 겸업(교차소유)을 누구나 가능하도록 한 상황에서 출자 상한선 규제로만 여론다양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거대 신문이 방송보도영역(지상파방송, 종합편성PP, 보도PP)에 들어오면 여론지배력이 '전이', 혹은 '융합'되어 사회적 의제의 내용과 방향을 좌우할 것이고 거대 기업이 들어오면, 막강한 광고력을 상호작용하여 견제세력 없는 대기업지배 사회가 가속화 될 것이다.
셋째, 신문 경영자료 신고 조항은 삭제하고
한나라당 신문법안은 신문 경영자료 신고 조항이 삭제하였다. 일간신문 사업자가 발행부수 및 유가판매부수, 구독수입과 광고수입, 지분총수와 자본내역 등을 신고하고 검증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조항이 폐지된 것이다(신문법 제16조).
신문 경영 자료신고와 그 공개제도는 신문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해서 신문의 다양성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또 신문독자와 광고주에게 구독하거나 광고를 게재할 신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다른 법률에 의하여 공시된 자료나 신문시장에 특성에 비추어 필요한 자료에 한정하여 신고 공개하고 있어 헌법재판소도 합헌 결정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소유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미디어집중도 조사를 하겠다면서 기초적인 경영자료 법정 신고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신문 경영자료 신고 제도를 폐지하는 동시에 부수조작에 관련된 바 있는 ABC협회에 가입해 신문부수 검증을 받지 않은 신문은 정부광고 배정에서 배제하겠다는 앞뒤가 안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신문독자시장과 신문광고시장을 정상화하고자 한다면 법정 신문자료 신고제도를 반드시 유지해야 마땅하다.
넷째, 신문지원제도는 갈길을 잃어
한나라당 신문법 전부 개정안은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발전기금, 신문유통원 등 신문지원기관과 기금을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언론진흥기금에 통합하도록 되어 있다. 현재 신문지원기관의 중심이자 법정 기구인 신문발전위원회에 두 기관이 통합되면 될 것인데 이것이 아니라 민간재단인 언론진흥재단을 중심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신문지원기관의 통합기관인 언론진흥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독임제(이사장에 권한이 집중된) 기관이다. 문체부가 통제하기 쉬운 특수공익법인의 형태로 언론진흥재단을 중심으로 신문발전위원회이나 신문유통원을 통합시키려 하는 것이다. 신문지원기관의 중심이며 법적 위상이 높은 신문발전위원회가 통합의 일개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언론진흥기금을 통한 신문지원제도의 목적과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어떤 지원방식과 지원내용을 갖고 있는지 그 내용이 법에 담겨 있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언론진흥재단(문화체육관광부)이 자의적으로 지원의 형식(기준)과 내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언론진흥기금의 관리운용을 위해서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지만 권한이 없는 심의기관에 불과하다.
언론진흥기금에 대한 전권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임명하는 언론진흥재단의 이사회(이사장)가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신문관계기금을 통해서 지원하고 있는 나라 가운데 이렇게 자의적인 방식으로 지원하는 경우는 없다. 또 기금의 심의 지원하는 기관은 당연히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합의제 위원회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미 신문관계 기금을 통한 지원제도는 예산삭감이나 문화체육관광부의 간섭으로 원래 취지를 상실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신문지원기관들이 통합되면 일간신문과 인터넷신문에 대한 지원제도가 여론다양성 보장이란 근본 취지를 내던진 채 산업부양만 강조하는 무원칙한 '나눠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과점신문에 대한 집중 지원으로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2010년에 법적 시한이 만료되는 지역신문법에 의한 지역신문지원제도도 추후 통합된다면 '선별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이라는 근본취지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민주당의 대안은?
민주당이 지난10일 신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의 신문법안은 편집자율성 보장을 위해 일간신문의 편집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일반일간신문 인수합병을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제한적으로 허용했으며 신문 경영자료 신고제도를 강화했다.
신문지원제도는 그대로 유지했고 신문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등 신문진흥책을 보완하였다. 그러나 신문방송의 제한적 교차소유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신문시장점유율 10%미만 일간신문의 경우에는 종합편성PP와 보도전문PP를 20% 이하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종합편성 PP규제를 강화하고 단서조항을 두었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전향적으로 소유규제완화를 추진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소유규제의 뚝을 무너뜨릴 수 있는 '구멍'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09.07.15 18:15 | ⓒ 2009 OhmyNews |
|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