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받은 MB '친서민' 행보... 신속처리
천성관, 검찰총장 청문회 첫 낙마 '불명예'

천 후보자 사퇴, MB 정부 도덕성 문제 재부각... 검찰 타격 등 후폭풍

등록 2009.07.14 20:43수정 2009.07.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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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14일 밤 10시]

a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루 만인 14일 전격 사의를 밝히고 자진사퇴했다.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루 만인 14일 전격 사의를 밝히고 자진사퇴했다. ⓒ 남소연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저녁 사의를 표명했으며, 청와대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대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천 후보자가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천 후보자는 사퇴표명 직후에 낸 '사퇴의 변'에서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공직후보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MB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반해"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천 후보자의 사의를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후보자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이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반하는 것은 곤란한 것 아니냐, 고위 공직자를 지향하는 사람일수록 자기 처신이 모범이 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특히 천 후보자가  자신에게 은행보다 낮은 이자로 15억5천만 원을 빌려준 인테리어업자 박경재씨와 일본에서 골프를 쳐놓고도 인사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거짓말한  것을 문제삼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천 후보자의 부인과는 달리 '업자와의 일본 골프 외유'가 사실로 확인됐다는 보고를 받은 뒤 내정철회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감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천 후보자는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위장전입과 증여세 탈세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총장이 아니라 '구속대상자'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와 함께 박경재씨와의 관계에 대해 의혹이 쏟아지면서 '스폰서 검사'라는 신조어가 나오기도 했다.

또 세후급여가 620만원인 천 후보자가 강남구 신사동의 27억 7500만 원짜리 아파트(65평) 채무 이자와 제네시스 차량 리스비를 포함해 한달에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돈만 910만원이 넘는 것으로 계산돼 이 차액을 어디서 조달하고 있는지도 문제가 됐다. 부인의 명품 쇼핑도 입길에 올랐다.


청와대 "천 후보자, 친서민 행보 부담이 된다"

검찰에서 "창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한나라당에서도 "이 대통령의 재산기부를 한방에 날려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여론이 악화되면서, 천 후보자는 물론 청와대도 견디기 어렵게 됐다.

a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루 만인 14일 전격 사의를 밝히고 자진사퇴했다. 사진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천 후보자가 대검 관계자들과 답변자료를 준비하는 모습.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루 만인 14일 전격 사의를 밝히고 자진사퇴했다. 사진은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천 후보자가 대검 관계자들과 답변자료를 준비하는 모습. ⓒ 남소연


더욱이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에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친서민'을 국정기조로 정한 터였다. 

가뜩이나 이 대통령이 내건 '친서민'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강남 위장전입, 증여세 탈루, 연간 3500만 원 이상 쇼핑을 해야 자격이 주어지는 백화점 VIP 회원권, 6성급 호텔에서의 결혼식 등의 딱지가 붙은 검찰총장은 '반서민'의 상징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더욱이 그는 '용산참사' 수사 책임자였다.

이 대통령에게 천 후보자 문제는 '친서민-중도강화'라는 국정운영기조를 완전히 무력화시키게 될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청와대가 천 후보자의 사의를 수용하는 배경으로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에 부담이 된다"고 밝힌 것은 이런 이유다. 이 때문에 유럽 방문을 마치고 이날 오전 귀국한 이 대통령이 당일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천 후보자의 사퇴소식이 전해진 직후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정부여당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천 내정자가 이렇게 자진 사퇴하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논평을 냈다. 다행이라는 분위기가 읽힌다.

MB 정권의 도덕성 문제 다시 부각

청와대가 이처럼 신속하게 움직였지만 '천성관 후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천 후보자가 저지른 실정법 위반과 각종 의혹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강부자'이미지가 상기되면서 도덕성 문제가 다시 부각됐기 때문이다.

천 후보자의 내정은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와 함께 이 대통령이 공직사회를 다 잡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됐고, 두 사람 모두 충남 출신이라는 점에서 내년 지방선거까지 감안한 지역안배 효과도 있었다. 청와대는 이 부분도 다시 추슬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문제로 치명타를 입은 검찰은 총장 후보자가 도덕성 문제로 낙마함에 따라 다시 한번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청문회 검증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퇴한 경우는 천 후보자가 처음이다.
#천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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