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유치 자체가 잘못, 독일에 준 47억여 원 환수 불가"

경남 '월드콰이어챔피언십' 후반부 취소... 시민단체 "김태호 지사 책임져라"

등록 2009.07.15 21:56수정 2009.07.1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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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콰이어챔피언쉽 개막식이 지난 8일 저녁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지만, 11일까지만 열리고 후반부 행사는 취소되었다. ⓒ 경남도청 공보실


"당초 해서는 안 될 대회를 유치한 것부터 잘못이다."
"자치단체의 일회성 전시행정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이다."
"나흘 만에 9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낭비했다."
"국제적 망신이다."

지난 8일 저녁 경남 창원에서 화려하게 개막했다가 4일 만에 취소된 세계합창대회인 '월드콰이어챔피언십 코리아 2009'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미국·독일·덴마크 등 29개국에서 193개팀이 참가한 이 대회는 창원(성산아트홀)·마산(3·15아트센터)·진주(경남문화예술회관)·김해(문화의전당)에서 전반부(8~11일)와 후반부(13~16일)로 나누어 각종 경연을 벌일 예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합창단원과 자원봉사자들이 '신종 플루'에 감염된 사실이 밝혀져 후반부 행사가 취소됐다.

이번 행사는 '신종 플루'로 인해 취소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무리하게 행사를 추진하다 결과적으로 혈세만 낭비하고, 이미 외국 단체에 지불된 47억5000만 원(280만 유로)은 돌려받을 수 없게 되었다.

애초 열려고 했던 행사는 '월드콰이어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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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2010월드콰이어게임'을 유치하기로 하고, 담당 공무원을 2007년 10월 독일 인터쿨투르재단에 보내 유치 활동을 벌이도록 했다. 사진은 유치 활동을 벌인 뒤 낸 보고서의 일부. ⓒ 윤성효


경상남도는 2007년부터 세계합창대회를 계획했다. 당초 경상남도가 유치하려고 했던 행사는 '2010 월드콰이어게임(6회)'이었다. '세계합창올림픽'으로 불리는 이 행사는 2년마다 열리는데, 독일 인터쿨투르재단에서 주관한다.

그런데 올해 경남도가 유치한 행사는 '월드콰이어챔피언십(WCC)'이다. 2010년에 열릴 월드콰이어게임의 개최지로 중국이 확정되자 행사 유치에 실패한 경상남도가 새로운 행사인 '월드콰이어챔피언십'을 연 것이다.


경남도는 2007년 8월 2일 인터쿨투르재단에 월드콰이어게임 유치를 신청했다. 인터쿨투르 한국지사장은 며칠 뒤 김태호 지사를 방문했고, 월드콰이어게임 국제조직위원회는 그해 9월 17~18일 사이 현지 실사를 벌였다.

당시만 해도 경남도는 '인터쿨투르재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보도자료를 내고 '월드콰이어게임' 유치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남도민들은 경남에서 '세계합창 올림픽'이 열리는 줄 알았다.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 등 담당 공무원들은 2007년 10월 16~20일 사이 독일을 방문해 '월드콰이어게임' 유치 활동을 벌였다.

당시 중국은 '2010월드콰이어게임' 유치를 위해 분담금 400만 유로 지불을 확약하고, 정부 차원의 유치 활동을 벌였다. 당시 경남도의 '독일 유치 활동 보고서'에 의하면, 독일 인터쿨투르재단은 중국과 동시개최 내지 '월드콰이어챔피언십(WCC)' 개최를 제안했다. 이같은 제안에 대해 당시만 해도 경상남도는 "중국과 공동개최, WCC 유치 불가 입장을 표명"하고 "2010 월드콰이어게임 유치 입장을 강력히 주장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경상남도는 2007년 11월 20일 월드콰이어게임이 아닌 '월드콰이어챔피언십(WCC)' 개최를 선언했다. 경상남도는 얼마 후인 12월 1일 음악전문가와 예술단체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었고 1주일 뒤인 7일에는 경남도청에서 김태호 경남지사와 인터쿨투르 본부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협정 조인식을 체결했다.

이후부터 경상남도는 '월드콰이어게임'이란 말은 하지 않고 'WCC' 이야기만 했으며, 경남도청 앞 등지에 아치를 세우기도 했다. 경남도민들은 'WCC'가 세계합창올림픽, 즉 월드콰이어게임인 줄 알았던 것이다.

경상남도는 WCC를 유치하면서 분담금 300만 유로를 지원하기로 하고 공연장·숙박시설·운송 등의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으며, 행사의 원만한 추진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약속하는 선언을 했다.


WCC에 당초 80개 국 400개 팀 참가 예상하고 예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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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월드콰이어게임을 유치하려 했지만 실패하자 월드콰이어챔피언쉽을 유치하기로 했으며, 김태호 경남지사는 2007년 11월 '선언문'을 발표했다. ⓒ 윤성효

2007년 11월 경상남도가 'WCC'을 열기로 하고 세운 계획서를 보면 참가규모는 80개 국 400여 개 합창단이 참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혼성·남성·여성·민요·재즈팝·종교음악·현대음악 등 25개 종목에 걸쳐 올림픽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월드콰이어게임'은 상금이 없는데 챔피언십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경상남도는 도의회에서 관련 예산으로 95억 원을 승인받았고 모두 도비와 국비로 충당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9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한 경상남도는 인터쿨투르재단에 이미 47억500만 원을 지불했다. 이에 더해 홈페이지 구축과 신문 광고, 사무실 임차, 김해국제공항·KTX열차·창원컨벤션센터 등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80억원을 지출했다.

경남도는 2008년 8월 관련 공무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WCC 조직위원회'를 구성했다. 경남도는 WCC를 유치하면 '국적과 이념을 초월한 합창 음악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 기회 확대'와 '전세계에 문화경남의 위상 제고', '경남관광 홍보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 참가한 규모는 29개국 193개 팀이다. 2007년 11월 유치 당시 80개국 400여 개팀이 참가할 것으로 전망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80개국 400여 개팀이 참가할 것으로 보고 95억원의 예산을 승인받았으며 인터쿨투르재단에 47억5000만 원을 지불했던 것이다.

독일에 준 분담금 47억5천만원 돌려받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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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당초 월드콰이어게임을 유치하려 했지만 실패하자 '월드콰이어챔피언십'을 열기로 하고, 2007년 11월 16일 '유치 확정 선언 보고서'를 작성했다. 사진 속에는 김태호 경남지사의 사인이 들어 있다. ⓒ 윤성효


참가 규모가 당초 계획보다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대회도 나흘 만에 취소되었지만 지불된 돈을 되돌려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광고비와 사무실임대비 등 각종 비용은 이미 지출된 상태다.

가장 큰 규모인 분담금 47억5000만 원도 되돌려 받을 수 없다는 것. 경남도와 인터쿨투르재단과 맺은 합의서에 보면, '불가항력'의 사유(신종 플루)일 경우 분담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WCC 조직위원회 김해용 사무국장은 "분담금은 돌려받을 수 없고, 불가항력적인 사항은 소송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경남도가 이미 지불한 47억5000만 원은 떼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애초부터 해서는 안될 대회 유치한 것 자체가 잘못"


WCC에 대해 경남도민들은 분개하고 있다. 민생민주경남회의는 16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행사의 파행과 관련해 김태호 경남지사가 책임을 지고 사과할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경남도의회도 벼르고 있다. 김미영 경남도의원(민주노동당 비례대표)은 "나흘 만에 1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을 낭비하고 국제적인 망신을 받은 것"이라며 "애초부터 해서는 안 될 대회를 유치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월드콰이어게임을 유치하려고 했다가 안되니까 WCC를 유치한 것인데, 이번에 발생한 '신종 플루' 때문이 아니라 유치 과정에서부터 실패가 예견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양해각서에 사인도 없어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인데도 경남도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선언문을 내고, 실무자를 독일에 보내기도 했다"면서 "월드콰이어게임을 유치하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으니까 WCC로 돌렸고, 그 때부터 경남도가 지역민들을 속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WCC조직위 "한 단계 발전된 대회 구상했던 것인데..."

김해용 WCC조직위 사무국장은 "당초에는 인터쿨투르재단에 분담금 300만 유로를 지불하기로 했는데 깎아서 280만 유로(47억5000만 원)를 지불한 것"이라며 "계약에 나와 있는 분담금이기에 지불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래는 월드콰이어게임을 유치하려고 했는데 당시 중국에서 모든 준비를 한 상태로 경남이 유치하기에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2년마다 열리는 월드콰이어게임은 5회까지 열렸으니까 한 단계 발전된 대회를 구상했던 것이 WCC였다"면서 "인터쿨투르재단의 제안을 받은 뒤 실무적으로 검토작업을 거쳐 최종 결정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가 규모 축소에 대해서는 "당초에는 80개 국 400여개 팀으로 예상했으나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미 지불한 분담금에 대해, 그는 "돌려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월드콰이어챔피언십 #경상남도 #김태호 지사 #합창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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