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1백번 넘은 20대 청년, 200ml우유 360개 분량 헌혈!

10년 동안 헌혈 해온 멋진 청년 허욱, 그에게 이유를 물어보다!

등록 2009.07.17 10:27수정 2009.07.1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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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지금까지 헌혈을 몇 번이나 하셨나요?
저는 태어나서 딱 두 번 해봤습니다.
고등학교 때 거의 반강제로 했던 것.
그리고 군대에서 마지막으로 한 것이 고작입니다.


군대 고참일 때 빈둥거리는 것이 너무 미안해서 자발적으로 헌혈을 했죠. 그런데 당시 몸무게가 많이 빠져 62kg였습니다. 그런데 전투화와 전투복을 그대로 입은 채로 몸무게를 재더군요.

정상 체중이 아니라 전투화까지 모두 입은 상태의 72kg 몸무게로 측정하여 피를 최대치로 뽑더군요. 기분도 안 좋고 몸도 너무 안 좋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헌혈 후에 심한 몸살감기를 앓게 되었고, 그 때부터 알레르기 비염이 생겼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이유다. 헌혈했다고 알레르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등의 말씀을 하더군요. 저 역시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생각도 들었죠. 여하튼 그런 핑계로 헌혈을 안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부산블로거모임에서 주최한 "제1회 썸머페스티벌"에서 한 청년을 만났습니다. 블로그코리아에서 온 허욱씨였습니다.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헌혈을 1백 번 이상해서 취업된 것 같다고 말씀을 하더군요. 저에게는 그 말 한 마디가 엄청나게 큰 충격이었습니다.

겨우 두 번의 헌혈 가지고도 건강에 안 좋아졌다는 둥 핑계를 대왔던 저와는 너무 판이하게 달랐으니 말입니다. 요즘 입사할 때 기업에서 학생들의 사회봉사 활동에 대해서 많이 보는 편입니다. 지원자가 얼마나 이 사회를 위한 가치구현에 관심이 있는가를 보죠. 덕분에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들도 많아 졌습니다.


그런데 면접관이 "지금까지 헌혈은 몇 번 하셨나요? 헌혈증서는? 증빙할 수 있는 자료들은 있나요?"라고 물어봅니다. "말로만 봉사한다고 말하고, 실제로는 봉사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라고 질문하거든요.

헌혈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참 난감하거든요. 그런데 그런 헌혈을 몇 번도 아니고 1백번 이상이나 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에게 헌혈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여러분도 읽어보시면서 헌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헌혈을 다시 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백번 이상 헌혈한 청년, 허욱
1백번 이상 헌혈한 청년, 허욱정철상

(허욱씨의 홈페이지에서 만난 그의 모습과 적십자 홈페이지에서 찾은 그의 헌혈 횟수, 무려 146회, 실제로 기록에 누락된 부분이 있어 더 많을 듯.)

블로거 모임 후에 e메일로 드린 인터뷰에 응한 허욱씨의 답변입니다.

1. 지금까지 몇 회나 헌혈하셨는지?

http://www.bloodinfo.net 에서 조회해 봤습니다. 146번이더군요.

2. 얼마나 되는 양인지? ml로?

계산을 해봤는데 72,000ml 정도 되네요.

(도대체 72,000ml나 얼마나 되는지 상상이 안 가시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ml로 물어봤으나 어쩌면 cc로 대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1cc를 1ml로 환산해도 거의 비슷하다고 들었습니다.

이 정도의 양이라면 쉽게 말해 우리가 먹는 작은 우유팩 360개를 말합니다. 우유팩 하나가 200ml이니 말입니다. 저울이 없어서 200ml 우유의 정확하게 재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엄밀하게 말해 g과 ml 역시 똑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의 비슷합니다. 그래서 편의상 200ml를 200g(0.2kg)이라고 추정해 360을 곱하면 무료 72kg의 무게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개략적인 계산은 맞죠? 그렇다면 제 몸무게 68kg을 능가합니다. 정말 엄청난 헌혈양이지 않습니까.)

3. 헌혈을 왜 하게 되었는지?

헌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초코파이를 먹기 위해서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이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서 고등학교 때 야간 자율 학습를 하기 전에 저녁을 먹으라고 용돈 없이 매일 2천 원씩 받아가는 게 전부였습니다.

군것질 거리를 하거나 사고 싶은 걸 사기위해서는 그 2천 원을 아껴서 모았었는데 헌혈을 하고서 초코파이와 음료수로 배를 채우고 2천 원을 가지는 게 헌혈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사악한 마음으로 했군요. ^^

4. 헌혈할 때 어떤 감정이 드는지?

예전에는 그냥 저녁을 때우기 위해서 시작한 헌혈이지만 지금은 별 생각 없이 2주마다 합니다. 숨 쉬는 듯이요.

습관이 되었다고 할까요? 힘든 것도 아니고 2주마다 헌혈의집에 가서 잠깐 누워서 쉬다오면 그게 바로 봉사가 됩니다. 헌혈을 한다고 해서 내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게 아니고 피는 어차피 다시 생기는데 그걸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부담 없는 봉사가 됩니다.

또 꾸준히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몸 관리가 필수지요.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철분검사에서 바로 티가 납니다.

5. 그렇게 많이 헌혈하셨는데, 건강에는 이상이 없으신지?

헌혈을 하고서 힘들다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헌혈을 하기 전에 몸 관리를 해서일까요? ^^;

다만 자주 하다 보니 주사바늘 자국이 너무 많아서 흉터가 되어버렸습니다-_-;;;

6. 헌혈을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꾸준한 자기관리랄까요? 자기관리와 몸 관리를 못한다면 꾸준히 헌혈을 하기 쉽지 않죠. 헌혈을 하기위해 몸 관리도 하고 전날 술을 자제하는 자기관리가 몸에 밴 습관이 너무나도 도움이 됩니다.

또 헌혈을 하기 시작한 고등학교 때부터 점차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게 되었는데 성격이나 마인드를 고치려고 노력한 점도 있지만 헌혈을 하면서 이것도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7. 헌혈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평소 헌혈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별생각 안합니다. 모두에게는 시간이 고정되어 있고, 일부러 시간 내서 헌혈하기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죠.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옆에 헌혈차가 있거나 우연히 헌혈할 기회가 왔는데도 헌혈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헌혈을 하는 걸 그냥 귀찮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헌혈하게 되더라도 잘하면 본전, 나쁘면 자기 몸이 다치는 걸 생각하고 있더군요.

헌혈을 하다가 죽은 대학생, 적십자 간부들의 비리 등의 뉴스를 보면서 헌혈을 해서 몸이 다치거나 적십자 간부들의 비리에 한 몫을 도와주기 싫어서 안하는 사람들을 꽤 봤습니다.

이런 문제는 적십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8. 헌혈을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가?

위에서 말한 것처럼 적십자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적십자는 정부에서 사업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익을 발생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인데.. .

제천에 있는 세명대학교에 재학 중일 때 제천에 헌혈의 집이 없어서 2주마다 충주로 기차를 타고 가서 헌혈을 했었습니다. 직접 적십자에 전화를 걸어서 관계자와 통화를 한 적이 있었는데 건물 임대료 라던지..

제천에는 헌혈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 같기에 유지하기도 힘들고 손해만 생길 가능성 때문에 헌혈의 집이 생기기 힘들 것이라고 얘기하셨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에 헌혈을 하고 싶어도 헌혈의 집이 없어서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9. 살아가면서 가지고 있는 개인적은 소망이 있다면?

나중에 꼭 골수기증을 해보고 싶습니다.
신청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내가 등록한 유전자와 일치한 환자를 찾게 되었을 때 실제로 기증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많이 말을 해보았지만 아직 골수기증은 많은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저도 많이 알아본 게 아니고 해보지도 않아서 골수기증이 얼마나 안전한지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제가 다른 사람의 희망이 되고 또 제 2의 인생을 살릴 가능성이 있다면 약간의 위험은 감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헌혈유공장과 포상증
헌혈유공장과 포상증허욱

(허욱씨가 헌혈해온 공로로 받은 헌혈유공장과 포장증, 현재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서 09년 6월 30일 기준으로 헌혈을 30번이나 50번 이상한 사람들에게 헌혈유공장을 준다고 합니다. 해당 대상자들은 7월 26일까지 접수해서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1백번 이상의 헌혈한 허욱. 그가 얻은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한다는 이타심을 통한 자기만족과 더불어 높은 자존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서 한 일이지만 결국 다른 사람을 위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했던 일이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 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삶, 왜 좋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도 멋진 허욱씨에게 부라보^^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와 다음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 정철상의 커리어노트(www.careernote.co.kr)와 다음뷰에도 게재되었습니다.
#72KG 분량을 헌혈한 청년 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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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회 강연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등 다수 도서를 집필하며 청춘의 진로방향을 제시해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유튜브를 운영하며 대한민국의 진로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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