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진 가지를 세워주면서 고추 줄을 치는 하 씨 아주머니. 고춧가루는 잘 말린 고추를 구입해서 닦아 빻아먹어야 한다는 말을 흘려들을 수 없었습니다.
조종안
자신의 고추밭에도 농약 뿌려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빨갛게 물드는 고추를 보니까, 자연의 조화는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아주머니가 자주 밭에 나와 땀흘리며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나 농사를 지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언제부터 고추를 수확하기 시작하느냐고 물었더니 7월 말이나 8월 초부터 따기 시작할거라며 "한 번 따기 시작허믄 가을까지 따는디, 처음보다 두 물이나 세 물에 따는 꼬치가 더 맛있어유. 긍게 맛을 아는 사람들은 그 때 따는 꼬치를 보내달라고 전화가 오쥬"라고 말했습니다.
씨알이 굵고 통통한 고추가 많이 열렸다고 하니까.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그리도 첫 번이는 아무리 많이 열렸어도 아까서 얼릉 못 따먹어유. 나중에는 괜찮지만 첨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그든유."라며 "올 봄이는 하우스에 꼬치 모종을 혀서 팔었는디, 내 모를 사다가 심은 밭이서 영그는 꼬치를 보믄 참 이뻐유"라며 눈앞의 고추를 만지작거렸습니다.
"꺼먹꺼먹 혀짐서 썩응게 약도 안 줄 수가 없어유. 내가 먹는 꼬치다가도 주니께유. 편허게 농사짓고 싶고, 돈 들어가고 힘드는디 누가 약을 주고 싶어서 주겄어유. 안주믄 꼬치가 지대로 영글지 못 헝게 줘야지 어치께 허겄어유"라며 "그리도 내가 먹을 꼬치는 약을 뿌린 날짜를 알응게 약기운이 떨어질 때쯤 따가꼬 먹으니까 그나마 쫌 괜찮쥬"라며 안됐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