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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앞에서 30년 넘게 고향 시골집을 지켜온 녀석이 쓰러졌습니다. ⓒ 윤태
▲ 대문앞에서 30년 넘게 고향 시골집을 지켜온 녀석이 쓰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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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넘게 늘 봐오던 것이 한순간에 없어지거나 망가져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제 기억이 떠오르는 5살 이후부터 늘 봐오던 풍경이 있습니다. 시골 저희집 대문 바로 앞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서 있던 자두나무입니다. 알이 굵직하고 무척 달콤한 녀석이죠.
자두나무 아래에는 평상마루가 있어 녀석을 그늘삼아 쉬기도 하고 여름에 그곳에 앉아 수박을 잘라 먹기도 했지요. 30년 넘게 늘 저와 함께 했던 앞마당 자두나무.
간혹 20여년전 마당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보면 그 자두나무가 무척 작은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옛 사진을 보면서 "아, 자두나무가 엄청 많이 자랐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죠.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것이죠.
그런데 이 녀석의 운명은 질기기도 합니다. 20년 전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완전히 부수고 그 자리에 새 집을 지었는데요. 이 와중에도 자두나무는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서 있는 것입니다. 집 짓는 복잡한 과정에도 녀석을 보호했던 겁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굵직한 자두가 엄청 열려 지나는 사람들이 몇 알씩 따먹기도 하고 형제들에게 박스로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해는 너무 많이 열려 가지가 찢어지는 고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우리 식구들과 평생을 함께 살아오고 있는 상징물 혹은 고향집의 수호신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그런데 녀석이 나이를 많이 먹긴 했나 봅니다. 겉으로 보기에도 나무껍질이 까져 맨질하게 된 부분도 있고 힘껏 지탱하던 뿌리도 이제 힘이 없나봅니다. 이번 비에 녀석이 거의 누워버렸습니다. 30년 세월을 저와 함께 꿋꿋하게 지켜온 녀석인데 이번 비바람에 그대로 누워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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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가는 사람들이 종종 한웅큼씩 따 먹고 다녔습니다. 지금 보이는 길로 말이지요. ⓒ 윤태
▲ 지나가는 사람들이 종종 한웅큼씩 따 먹고 다녔습니다. 지금 보이는 길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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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낮에 한달음에 달려 고향집에 다녀왔습니다. 처참한 모습 그대로더군요. 사람이든 짐승이든 나무든 세월 앞에서는 장사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내 갈빗대 하나가 빠져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래된 자두나무 비바람에 쓰러졌다'가 아닌 '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을 잃었다'라고 표현해야할까요? 심정이 그렇습니다.
넘어진 상태로 봐서는 뿌리가 크게 흔들린 것 같습니다. 녀석을 일으켜 세우면 과연 소생할 수 있을까요? 트랙터로 끌어당겨 세운다는 계획은 있는데 녀석의 운명은 어찌될지 장담을 못하겠습니다.
내년부터는 이맘 때 저 굵직한 자두를 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먹고 안 먹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골집의 상징이자 수호신 같은 존재인데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결같이 30년 넘게 늘 그 자리에 서서 시골 집을 지켜온 수호신 같은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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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시골 자두나무. 30년 넘게 함께 한 녀석입니다. ⓒ 윤태
▲ 처참하게 쓰러져 있는 시골 자두나무. 30년 넘게 함께 한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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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이렇게 꼿꼿하게 서 있던 녀석입니다. ⓒ 윤태
▲ 예전에는 이렇게 꼿꼿하게 서 있던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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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자두에 비해 알이 굵고 달콤해서 인기가 좋았던 녀석입니다. ⓒ 윤태
▲ 다른 자두에 비해 알이 굵고 달콤해서 인기가 좋았던 녀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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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상자씩 자두를 따서 도회지 자식들에게 택배로 보내주시곤 했죠. 쓰러지면서도 제 열매를 지키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 윤태
▲ 몇상자씩 자두를 따서 도회지 자식들에게 택배로 보내주시곤 했죠. 쓰러지면서도 제 열매를 지키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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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18 13:04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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